"조윤선, 장관 취임 후 블랙리스트 파기 지시" 내부 고발 나와
"조윤선, 장관 취임 후 블랙리스트 파기 지시" 내부 고발 나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1.02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검에 문건 넘겨져", 문화인들 "사퇴하지 않으면 11일 문체부 점거"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전달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일관했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장관 취임 후 부처 안에 있는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파기하라는 상부 지시를 실행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2일 <한겨레>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관계자가 "최근 내부 인사로부터 지난해 10~11월 문체부에 있는 블랙리스트 내부 문건과 컴퓨터 자료 전량을 파기하라는 지시가 상부에서 내려왔고, 이에 따라 11월초까지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 실물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대부분을 폐기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전달'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그는 "상부의 폐기 지시에도 일부 직원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한 종의 문건을 남겨뒀고 그 뒤 모종의 경로를 통해 특검 압수수색 전 수사진에게 넘겨줬다"면서 "특검도 증거 인멸 지시가 있었다는 문체부 내부자 증언을 확보했고, 입수한 블랙리스트 등을 통대로 조 장관의 혐의에 거의 확실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은 물론 존재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했으나 지난해 12월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이 "실제 자신도 블랙리스트를 보았고 그 작성 과정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개입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여기에 조 장관이 특검 압수수색을 앞두고 집무실에 있는 본인의 컴퓨터 교체를 지시하고 문화부 예술정책과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블랙리스트'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강한 의혹을 낳았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몇 차례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를 모른다"며 강하게 부인을 했지만 내부고발은 물론 특검에 그 내용이 전달되면서 사실상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어두컴컴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 비닐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헌재의 조속한 탄핵 결정과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실시, 블랙리스트 작성 책임자로 지목된 김기춘, 조윤선 등의 구속 등을 요구하면서 "31일까지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1월 '예술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를 넘긴 2017년 현재까지 조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오는 11일 '블랙리스트 버스 및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퇴 예술행동'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문화인들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 모여 문체부 청사를 점거하고 조 장관 등 '문화부역자'들의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기자회견과 콘서트, 거리공연, 거리전시 등을 계획하고 1박 2일의 일정을 만든 상황이다.

위원회 측은 "서울의 경우 '문학인 블랙리스트 버스', '연극인 블랙리스트 버스', '미술인 블랙리스트 버스', '영화인 블랙리스트 버스', '광화문캠핑촌 블랙리스트 버스' 등 5대의 블랙리스트 버스에 약 200명의 문화인들이 청사 앞으로 갈 예정"이라면서 "집무실을 점거하고 문화부역자를 체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고 자료를 파기하려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이에 대해 문화인들이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올 초 문화부와 문화인들의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