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11차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1000일을 기리며 ....
[새해 첫 11차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1000일을 기리며 ....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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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세월호 유가족 위한 자리 만들어

세월호 참사 1천일을 앞두고 있던 지난 7일,  1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면에 나섰고 시민들은 하나둘 촛불에 불을 밝히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를 외쳤다. 광화문 광장은 이날도 불빛바다물결을 이루었다.

박근혜대통령 퇴진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새해 첫 주말촛불집회는 춥지 않은 겨울날씨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세월호참사 1천일을 이틀 앞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에 대한 시민들의 묵념도 있었다.

▲ 광화문 9번출구앞에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304명을 기리는 구명조끼와 국화꽃이 함께 놓여있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학생들과 유가족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세월호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분 소등’ 행사도 진행 했다.

광화문광장에는 오후 1시쯤이면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퍼포먼스에 참여하면서 자기의견을 남긴다. ‘광화문미술행동팀’은 서예가 여태명씨가 하얀 천위에 ‘광화문축제’를 붓으로 그리면서 시작되었고, 미술행동 일원인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 광화문인증샷에서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기록을 남겨주는 사진가들이 시민들의 모습을 찍어주기도 했다.

특히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 퍼포먼스에는 백기완 선생이 찾아주어 격려와 함께 인증샷 촬영도 함께 했다.

▲ 서예가 여태명씨의 퍼포먼스
▲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 광화문인증샷 포퍼먼스를 찾아주신 백기완선생님

비주류예술가집단 유진규씨는 ‘옳6 눈떠’ 시국퍼포먼스를 시민들과 함께 펼쳤다. ‘어둠이 가고 새 닭이 운다는 꼭끼오!’ 는 새해에는 시민 스스로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유진규씨는 말했다.

서예가 조기상씨가 양철판위에 ‘눈떠!’를 쓰고, 눈을 그리고 손 날개를 달고 '꼭끼오!'를 외치고, 활갯짓을 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신성한 닭의 기운을 함께 했다. 사당동에서 나왔다는 62세 시민은 "이제부터 시민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는 데 뜻을 같이 하자는 의미 있는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광장에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 비주류예술가집단 유진규씨가 진행한‘옳6 눈떠’시국퍼포먼스

대규모로 펼쳐진 광화문미술행동의 제3차차벽공략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참여가 가장 많았다. 이날은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로 판화가 오윤의 칼노래 등 7인의 작품을 대형현수막으로 출력해 차벽으로 설치하기 전 광장에 전시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정고암, 여태명, 박박영의 캘리그래피 퍼포먼스가 진행되어 시민들은 서예가가 써준 자기 이름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면서 인증샷 사진 찍기에 바빴다.

▲ 국민토크! 바꾸자 3개를 말해봐! 에 많은 시민들의 염원이 들어있다.

부천에서 6살 딸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시민은 "6차 촛불집회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끝날 때 까지 계속 나올 것 같다"면서 아이에게 ‘박근혜 퇴진’이라는 글씨를 알려주면서 그림 펜을 집어주기도 했다.

▲ 11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복을 곱게 입고 온 김윤지, 이가온씨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나왔다며 "요즘 우리들도 만나면 나라걱정을 많이 한다. 이렇게라도 참여해서 먼훗 날 이번 세월호참사를 역사가 어떻게 기록하는지 지켜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한복을 곱게 입고 온 김윤지, 이가온씨

공연예술가로 3차 촛불집회때부터 나왔다는 이해진(32)씨는 "민주주의가 깨지고 있고, 주권자들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며 태극기와 한복, 고무신, 탈을 준비해 개인적으로 무저항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했다. 탈을 쓰고 있어 나이든 노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부러 우리국민들의 힘을 느끼게 하기 위한 연기라고 했다.

태극기를 들고 있어 박사모로 오해하는 시민이 있어 난처할 때도 가끔 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면 이 시국이 안정될 때 까지 나오겠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 탈과 한복과 태극기로 무저항 퍼포먼스를 펼치는 공연예술가 이해진(32세)씨

전라북도 군산에서 올라온 박성수씨는  ‘촛불화폐 받아가세요’를 크게 외치고 있었다. '시민들의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해' 세뱃돈 주는 것처럼 재미있게 나눠 개인 돈을 들여 준비했는데 주위에서 미친 짓이라고 말렸단다. 박씨는 이렇게라도 현 시국에 참여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올라왔는데 소리를 지르다보니 목이 쉬어간다며 '소리 없는 화이팅'을 외쳤다.

▲ 촛불화폐를 나눠주는 전라도 군산땅에서 올라온 박성수씨

광화문잔디밭에는 ‘나만도 못한 것들’이란 띠를 두르고 유유히 돌아다니는 개가 등장해 시민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서 왔다는 이모씨(56)는 이번에는 정권을 바꿔야 될 것 같아 일부러 한국에 들어와 매주 촛불집회에 참석했는데, 현 정권을 조롱하는 의미로 개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 현정권을 조롱하는‘나만도 못한 것들’이란 글씨로 시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개의 주인은 미국에서 왔다는 이씨(56세)다.

이날은 '세월호 1000일 추모' 에 대한 이야기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세월호 생존학생들이 촛불집회에서 첫 공개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 '우리가 잘못했구나' 하는 심정으로 숨어 지냈는데 용기 내어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답장 없는 줄 알면서도 죽은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보기도 한다며 울먹거려 광화문광장이 한때 눈물바다로 변했다. 유가족 한사람이 나와 ‘함께 슬퍼해주고 행동해 준 국민들이 없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인사를 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줄 것을 호소했다.

▲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추모하는 촛불

세월호 참사 당일 우리국민은 몇시, 어디에서 보고 들었는지 기억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국민들은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최대의 재난이다. 어린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데 대통령이 사생활을 취했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언제쯤 박근혜정부가 퇴진하고, 세월호 참사도 진상규명이 되어 나라가 안정되고 우리 국민들이 주말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올까....'라는 생각에 또 잠기게 만드는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