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미술행동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광화문미술행동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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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는 중지동천(衆志動天)

11차 촛불집회가 있었던 지난 7일에도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란 주제로 ‘광화문미술행동’ 세 번째 차벽공략 프로젝트가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진행했다.

‘광화문미술행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판화가 김준권씨는 이 자리에서 "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중지동천(衆志動天)' 이라는 사자성어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서예가 여태명선생이 '광화문축제' 마루리를 하는 모습

서예가 여태명 선생의 퍼포먼스로 행동은 시작했다. 차벽으로 쓰일 하얀 천위에 ‘광화문축제’ 가 완성되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빨간 티셔츠차림의 작가 정고암 선생에 이어 박방영 선생이 그린 닭은 시민들을 향해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 정고암 작가

예술가들은 광화문광장에 나와 온몸으로 저항하는 예술행위가 시민들의 마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요즘 자신들의 모든 작업을 접은 채 '광화문 예술'에 몰두하고 있다.

홍제동에서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한 시민은 "예술가들이 펼치는 다양한 볼거리에, 촛불집회가 아닌 문화축제를 즐기는 것 같아 매주 나오게 된다"며 따뜻한 커피를 예술가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람사는 세상'의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박방영 작가

현 시대를 대변하는 오윤의 ‘칼노래’ 등 차벽에 설치하기 위해 만든 대형 걸개그림은 우리 시대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석수동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글이나 그림에서 느끼는 메시지 울림이 더 큰 것 같다. 광장에 나와 지인들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예술가들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 경찰이 막고 있어 붙이지 못하고 대기중...
▲ 드디어 그림이 차벽에 붙여지는데 ....

서예 퍼포먼스를 마친 차벽용 그림에는 시민과 작가들이 글과 그림으로 토해낸 마음 속 울분이 담겨져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함께 민주주의 역사를 써나가고 싶은 마음에 미술행동 프로젝트에 참여해 그림펜으로 그리고, 쓰면서 응어리를 마음껏 발산한 것이다.

▲ 아이들과 어른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염원을 담는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미술행동 팀 사진가들이 모여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 광화문인증샷을 찍어주고 있었다.  10차 촛불집회에 이어 사진가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행사였다.

▲ 얼굴을 통해 인간의 실존을 이야기하는 화가 정복수씨

미술행동 서예가들은 캘리그래피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이름을 써주어 ‘박근혜퇴진’ ‘세월호 진상규명’ 포스터 대신 자기이름을 들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인증샷퍼포먼스는 역사의 현장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전문사진가들이 찍어주는 한편 시민 누구나 다운받아 갈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역사의 현장에 나온 한 시민이 인증샷찍기에 참여하고 있다

오후 5시, 작가들과 시민들 참여로 만들어진 그림과 판화 현수막을 경찰 차벽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들과 마찰이 생겼다. 결국 그림은 경찰차 앞에 그대로 펼쳐놓을 수 밖에 없어 광장에 있는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 경찰들을 설득시키는 '광화문미술행동'의 일꾼인 류연복작가

미술행동팀 수장인 김진권씨가 경찰들을 설득시켜 그림을 붙였지만 준비한 현수막 절반도 걸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광화문미술행동’팀 작가들이 시민들에게 인간 띠를 만들어 경찰 앞에서 들고 서있자고 호소했지만 그마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 예술가들의 힘이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늦은 시간에 장사를 마치고 영등포에서 왔다는 시민은 "예술가들의 치열한 표현행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비록 장사치지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 썩어빠진 나라를 바꿀 수 있다 는 것을 광장예술가들과 많은 시민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

이제 광장은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의 텃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시민과 예술가들은 박근혜 정권이 하루빨리 끝이나  보다 더 큰 몸짓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낭송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