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랙리스트 시국에 대비되는 노무현과 박근혜, '환생경제 '를 보라
[단독]블랙리스트 시국에 대비되는 노무현과 박근혜, '환생경제 '를 보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1.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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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욕설' 대사 쓴 작가도 지원한 참여정부, '삐딱선'만 타도 '블랙리스트'에 넣은 현 정부

"블랙리스트 존재해요? 안 해요? 존재해요? 안 해요? 이거 하나만 계속 물어볼겁니다. 블랙리스트 존재해요? 안 해요?"

지난 9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줄기차게 "존재해요? 안 해요?"라고 묻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결국 "예술인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로써 지금 문화계를 뒤흔들고 있는 블랙리스트는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됐다.

▲ 노무현 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바른정당) 의원들이 당원연찬회에서 올렸던  연극 '환생경제'의 원작인 <환생경제>를 쓴 이대영 작가(인물 사진). <이대영 희곡집>은 노무현 정부 당시(2006년) 우수도서에 선정됐다. 이 작가는 중앙대교수로 재직 하던 중 2008년 이명박 정권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 원장을 맡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에서 일했다.현재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추어 10일 한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 사업과 관련해 문체부가 "'문제서적'은 단 1권도 선정해선 안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록과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 재직 당시 문체부에 출입하는 국정원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진보 성향의 작가가 쓴 책들을 정부가 우수도서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문체부는 우수도서 선정 사업 추진방향으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지식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사상 검열 논란이 일자 문체부는 "공익성과 보편성을 담은 도서 콘텐츠를 국민에게 보급하는 게 사업 취지에 부합하다"고 맞섰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전남 곡성 봉조리 농촌체험마을에서 가진 당원연찬회에서 `환생경제`를 창단기념으로 공연했다.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과 번영회장역을 맡은 송영선 의원, 부녀회장역을 맡은 박순자 의원이 둘째아들 `경제`를 죽인 책임을 얘기하며 서로 욕설을 퍼붓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저 정권이 추구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삐딱선'을 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권의 의도가 딱 드러난다. 이런 비판을 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반문하기도 한다. "전임 정권은 안 그랬는 줄 아느냐? 전 정권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고 사례가 있었다"라고 말이다.

대통령에 욕설 <환생경제> 작가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참여정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환생경제>를 기억할 것이다.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24명이 전라남도 곡성에서 공연한 연극 말이다. 이 연극을 보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노가리',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의 욕설을 날린다.

이 연극을 보면서 박근혜는 좀처럼 잘 보이지 않던 박장대소를 하며 노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권은 어떤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쌍욕'을 퍼붓는다? 지금 같으면 블랙리스트를 넘어 '모욕죄'로 재판을 받거나 구속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다.

▲한나라당 대표. 박장대소하는 모습과 그의 '블랙리스트'는 강한 대비가 된다.

그런데 이 <환생경제>를 쓴 이대영 작가의 희곡집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다. 기금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비록 그가 대통령을 욕했지만 참여정부는 이것을 '표현의 자유, 비판의 자유'로 인정했다. '국민이 정권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일깨운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201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알려졌고 문화예술위 한 관계자도 "이대영의 작품이 우수도서로 선정된 것은 맞다"고 다. 확인해 주었다.

당시 도종환 의원은 '예술위원회의 예술인 정치검열, 부당한 심사개입, 예술인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예진흥기금 지원 또는 직접 운영하는 공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지,  유사사례를 미리 파악․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유사사례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연구하여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위 직원들이 사전검열, 정치검열에 개입하고 이런 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조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정치검열을 하고 있다는 고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 의원이 반발하자 도 의원은 바로 문제의 <환생경제>를 거론하면서 이 작가가 정부 비난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지원을 배제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대영 작가는 '권력은 늘 풍자의 대상이고 예술로 봐야 된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이 작가를 받아들였다. 권력을 풍자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기에 가능했다.

이런 무차별 보복, 전임 정권에서는 없었다

다시 지금의 상황을 본다. 단순히 정권에 삐딱선을 탔다고 탄압을 하려하는 것은 정말 예술의 '예'자도,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는 이들의 농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드러난다.

비판을 받아들이려하지 않고 예술인들의 생각을 막으려는 이들이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문화융성'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것은 결국 '문화흉성'이었다. 전임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려했지만 결국 이런 사례가 나오고 말았다. 

참고로 <환생경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을 때 한나라당은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15년 국정감사에서 사전 검열을 의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새누리당은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욕하게 하는 자유까지 주어서는 안된다. 이를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뒤집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전임의 이런 사례를 '거짓'이라고, 혹은 '예외'라고 우길지도 있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어도 지금처럼 예술인들을 '옥죄고', 예술인들에게 '무차별 보복'을 한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도리어 그들을 받아들이고 상생을 하며 '문화융성'을 시도한 정권이 전임 정권이었다.

지금 이렇게 무차별적 '농단'을 하면서도 전임만 탓하는 이들에게 전한다. 어디 가서 '문화융성'이란 말 절대 하지 마시길. 아니, 어디 가서 '문화'를 안다는 말 절대 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