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한일 부부 사진가 양승우. 마오의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전
[전시리뷰]한일 부부 사진가 양승우. 마오의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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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핑크빛 봄바람을 몰고 온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지난 16일 충무로 브레송갤러리에서 한일 부부사진가인 양승우와 마오의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사진전 개최에 맞추어  이들의 핑크빛 신혼생활을 모은 ’(양승우♥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가 사진전문출판사 ‘눈빛’에서 발행됐다.

이들 부부는 사진학과 선후배로 만나 오랫동안 만나오면서 3년전에 결혼한 신혼부부다. 이들은 비좁은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서로를 찍어주었고 이번에 그 사진들로 책을 만들고 전시까지 하게 됐다.

▲ 일본에서 활동하는 작가 양승우씨와 마오씨

이들 부부의 사진은 일반적인 문화를 벗어나 자기들만의 색깔과 소리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과거를 사진에 고정시키면서 만들어 낸 시간 속으로 들어가 있다. 마치 양승우가 있을 때만 마오가 있는 듯 지속적인 시간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양승우씨의 작가노트에는 “그녀는 나만 봐도 웃고, 나만 졸래졸래 따라다닌다. 집에 같이 있으면 내 등짝에 딱 붙어있다. 귀찮을 정도다”라고 적혀있다.  마오씨가 남편이 귀찮아 할 정도로 보는 시선을 넘어 관찰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책표지

같이 살면서 남편에게만 몰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오씨는 집요하게 접근해 익숙함을 벗어나 낯설고 생소해지는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의 순정한 마음이 사진 속에 투영되면서 마치 서정시를 읽는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그녀는 남편에 대한 익숙함을 결별하고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로 사진을 끌어 들였다. 일상적인 삶속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남편의 얼굴을, 목욕하고, 잠자고, 양치하고, 일어나는 모습등을 끝없이 관찰해 경이로운 경험을 맛보게 한다. 여기에 사랑보다 더한 그녀의 숭고함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 마오씨가 남편의 모습을 찍었다

이들의 사진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생생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를 걸어 오기도하고, 뭔가 꿈틀거리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그들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다 보여주면서 사진을 통해 사랑을 극복하면서 다르게 보라고 주문한다.

양승우♥마오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책 속에는 이들의 짤막한 단상이 쓰여 있어,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마오씨의 삐툴삐툴 하고 철자법도 틀린 글씨가 묘한 매력으로 읽히는 것은 익숙한 것에 대한 몰입일 것이다.

남편인 양승우씨는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내 인생도 다 끝났다” 는 의미를 담은, 담장 밖으로 능소화 꽃이 떨어진 사진과 마오가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을 나란히 전시했다. 어쩌면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자기의 온전한 마음을 아내 마오에게 바친 것인지도 모른다. 애잔한 감동을 주는 일본인들이 즐기는 하이쿠와 카메라가 여기에서 묘하게 닮아있다.

▲ 양승우 작가의 전시작품

결정적인 순간이나 마음의 감동을 찍는 면에서는 하이쿠와 카메라가 같지만, 하이쿠는 카메라와는 달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찍는다. 어떤 대상을 마음의 눈으로 응시하면서 서성거리기도 하고, 기웃거리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며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잡아내는 것이 사진미학에서 이야기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 갤러리 브레송에 전시중인 사진작품

양승우 작가는 일본으로 건너가 사진공부를 시작하면서 마오씨를 만났고 지난해 ‘청춘길일’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조폭들 삶을 담은 전시를 해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20여 년 동안 숱한 사진전과 책을 냈지만 그는 여전히 가난하다. 어쩌면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