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는 셰익스피어 '십이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는 셰익스피어 '십이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1.2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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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호흡과 깨알같은 재미가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2탄으로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십이야>가 가족음악극으로 탈바꿈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지난해 <템페스트>의 흥행으로 자신감을 얻은 서울시극단은 올해 <십이야>로 다시 한 번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새롭게 변형하면서 쉽게 셰익스피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십이야>를 공연하는 광대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흔히 '어린이 대상 음악극'이라고 하면 '유치하다'는 선입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광대로 분장한 배우들이 익살스런 행동과 함께 노래를 선보이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하면서 과장된 연기와 유치한 대사를 하고, 그저 그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쉽다.

아니나다를까, <십이야>의 첫 시작도 광대들의 익살과 노래다.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십이야>는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물론 <십이야>는 기존 어린이 대상 음악극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다. 하지만 이 극의 특징은 광대들이 직접 극중 인물을 연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분명 이들은 어린이극 스타일의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지만 유치하다거나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쳇말로 이들은 '합을 잘 맞춘다'. 한 배우가 여러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모습에 집중하다보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오히려 이들 배우들의 매력에 빠져 <십이야>를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을 각색한 오세혁은 "순수하게 재미있는 극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대문호'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셰익스피어 극의 시작은 저잣거리 공연에서 나왔다. <십이야>는 바로 셰익스피어 희곡의 시작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대문호의 위대한 글이 아닌, 거리에서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유쾌한 극을 표방한 것이 <십이야>다. 

▲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의 연기는 '유치하다'는 선입견을 벗기기에 충분하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지난해 <템페스트>가 세월호를 언급한 것처럼 <십이야>에도 현재의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가령 남장을 한 바이올라(이지연 분)가 '어떤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라고 고민하다가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예뻤나?"라는 대사를 하고 올리비아(정유진 분)를 좋아하지만 결국 외면당하는 말볼리오(김신기 분)에게 마리아(한정훈 분)는 "유재석이 왜 일등 신랑감인지 아느냐?"라는 대사를 한다.

특히 '길라임'이 언급된 순간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이러니 어른들도 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올리비아를 향한 청년들의 구애는 우리에게 '창문을 열어다오'로 잘 알려진 카푸아의 '마리아 마리'와 모짜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의 메들리로 들려진다. 익숙한 음악 역시 귀를 즐겁게하면서 극에 집중하게 만든다. 말볼리오는 아예 '마리아 마리'를 트로트 버전으로 부른다. 클래식과 트로트가 이렇게 조화를 이룰 줄은 몰랐다.

덧붙여 이 극은 소위 '빅재미'보다는 깨알같은 즐거움을 느껴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길라임' 대사를 비롯해 구애를 하는 청년들의 이름을 보면 '베로나 가의 로미오', '덴마크에서 온 햄릿'이라고 나온다.

이들은 각자의 극(?)에 나오는 명대사를 읊조리다가 보기 좋게 차이고(?) 심지어 햄릿은 자기 대사까지 까먹는다. 말볼리오 앞에 악령이 예언을 하겠다고 하자 말볼리오는 "저기 옆에 <멕베드>가서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한다. 중간중간 셰익스피어의 극중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모습은 이 작품의 중심이 결국 셰익스피어임을 확인시켜 준다.

어려운 작품을 쉽게 해석하고 이를 공연하는 모습은 그동안 많이 봐왔지만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셰익스피어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원작에 없는 잔재미를 더하고 있다. 올해 <십이야>에 이어 내년에는 <한여름밤의 꿈>이 선보인다고 한다. 서울시극단이 보여주려는 셰익스피어의 참재미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지 궁금해진다. 

가족음악극 <십이야>는 오는 30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설 연휴에도 공연이 이어지니 가족들이 함께 관람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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