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촛불집회] 폭설 속 촛불집회, 문화를 만들다
[13차 촛불집회] 폭설 속 촛불집회, 문화를 만들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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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집 퍼포먼스로 진행된 ‘용산 참사’ 8주기 추모 행사

지난 21일, 함박눈이 쏟아지는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지난 19일 법원이 삼성전자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한데 분노한 시민들이 눈 내리던 영하의 추위에도 광장에 나와 박대통령 퇴진을 넘어 ‘재벌 총수 구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 높이 냈다.

▲ 13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군중속에 백기완선생도 보인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재벌이 몸통이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기도 광주에서 올라온 한 시민은 “우리나라 고질병인 재벌개혁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지금대통령이 퇴진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거리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로 이동하고 있다.

매주 젊은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온다는 최낙훈(78)시니어는 그동안 꾸준하게 요구했던 ‘박근혜, 최순실 케이트’ 공범인 삼성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당연한 상식이 이재용에겐 적용되지 않아 괜히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법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 매주 젊은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온다는 최낙훈(78세)시니어

 ‘광화문 미술행동’을 이끌고 있는 김준권 작가는 김기춘, 조윤선이 구속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우리 다 같이 힘을 내자" 고 말했다.

이어 서예 캘리그래피 퍼포먼스 시작을 알리자 서예가인 여태명이 ‘동녘이 밝아 온다’, 정병례작가는 ‘광장은 자유다!’, 정병인 작가가 ‘봄날은 온다!’ 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자한자 썼다.

또한 판화가 김준권, 유연복씨가 정유년 세화를 즉석에서 찍어 블랙리스트 소송비용을 모금한다며 작게는 5천원부터 1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 ‘광화문미술행동'에서 진행한 서예 캘리그래피 퍼포먼스
▲ 판화가 김준권씨가 즉석에서 세화를 찍어 시민에게 건네고 있다.

폭설이 내리는 광장에는 갖가지 사연을 담은 개인 코스프레가 볼거리를 제공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오버워치 게임 복장을 하고 나온 박동규(37)씨는 개인 돈을 들여 복장등 장비일체를 마련했다.

그는 광장에 나오는 젊은이에게 의식을 고조시키기 위해 무거운 총과 복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주 광장에 나오니까 세월호 참사 때 잃어버린 친구를 마음으로 만나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고 했다.

▲ 세월호참사에 친구를 잃었다는 박동규(37세)씨가 오버워치게임복장을 하고 광장에 서있다.

지나가는 시민이라고 소개한 이는 데드마스크 속에 얼굴을 감추고 기름장어를 촛불에 굽고 있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닭은 삶고, 쥐는 잡고, 장어는 굽는다”며 박대통령이 퇴진 할 때 까지 광장에 나와 개인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말했다,

▲ 데드마스크 속에 얼굴을 감추고 기름장어를 촛불에 굽고 있다며 연신 부채질을 하는 시민

눈발이 휘날리는 광장에서 자기는 드러내지 않고, 문제 있는 곳을 다니면서 봉사한다는 ‘평화어머니회’가 '이분법을 하나로 나타낸다'는 핑크색 천으로 평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했다.

시니어 손이덕수(75)님은 "데모 현장에서 10년을 지내다보니 그 힘이 사랑으로 변했다"면서 "봉사도 행복한 마음으로 해야 오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평화어머니회’에서 이분법을 하나로 나타낸다는 핑크색 천으로 평화를 위한 퍼포먼스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용산 참사’ 8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돼 철거민과 노점상들 분노의 목소리가 광장에 메아리쳤다. 추모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문구가 적힌 빨간색 피켓을 들고 ’박근혜 방 빼’ ’용역깡패 해체하라’ ’용산참사 기억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종이로 만든 집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열었다.

▲ ‘용산 참사’ 8주기를 추모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 문구가 적힌 빨간색 피켓을 들었다.

이순신 동상 앞에서 ‘새로운 나라로 가는 길 굿’은 온갖 식기들을 준비해 난타공연처럼 두드리며 광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비주류예술가들의 시국퍼포먼스 ‘옳’에서는 ‘입을 막은 돈돈돈’을 선보이기도 했다.

▲ 비주류예술가들의 시국퍼포먼스 ‘옳’에서는 ‘입을 막은 돈돈돈’을 선보이고 있다.

광장에 점차 눈이 쌓이자 시민들은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기탄핵, 재벌총수 구속’을 재촉하는 촛불눈사람이 등장하자 시민들이 너도나도 핸드폰에 담기도 했다.

▲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기탄핵, 재벌총수 구속’을 재촉하는 촛불눈사람이 만들어졌다.

거리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 대통령 얼굴사진을 붙인 박에 오자미를 던져 터뜨리기도 했다. 오자미를 던지던 한 시민은 “이렇게라도 울분을 토해낼 수 있어 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대통령 얼굴사진을 붙인 박에 오자미를 던져 터뜨린 시민들

광장에 나온 70대 한 시민은 “요즘 젊은이들은 지식을 너무 쉽게 얻어 사회와 역사 의식이 부족하다”며 이번 촛불혁명으로 정치개혁이 일어나 국회가 달라지고, 우리 국민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이 바뀌는 그날까지 촛불이 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