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한국형 판타지물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한국형 판타지물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7.01.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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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판타지 장르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tvN 드라마 <도깨비>는 시청률 고공 행진으로 tvN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갱신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판타지물이 국내 대중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타임슬립 소재에 국한된 판타지물이 안방과 극장가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그 소재가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적 대상물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데, 단순히 과거로의 시간여행 뿐만 아니라 허구와 실제를 넘나드는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도깨비, 인어 등 문화원형 소재가 현대 문화콘텐츠로 재탄생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서양 근대적 판타지 소재가 국내 판타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때문에 한국형 판타지의 개발과 문화원형 발굴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그 성과는 미비하였다.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 된 판타지물이 국내 관객들에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또한 진부한 이야기와 현실성 떨어지는 소재라는 편견도 한 몫을 하였다. <서유기>라는 유구한 문화원형이 현재까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웃나라 중국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인 문학의 한 장르가 다양한 콘텐츠로 시각화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과거 대중들은 문학 작품을 통해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데 그쳤다면, 현대에 들어서는 눈앞에 구현된 상상력이 마치 현실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대중들은 일종의 해방감과 마음의 위로를 얻기도 한다. 물론 도깨비, 인어 등 문화원형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한국 판타지물의 갑작스러운 흥행이 스타작가와 스타 PD의 영향이라는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

김은숙의 독보적 흥행 파워와 박지은의 감각이 우리나라도 판타지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공유, 이민호, 전지현 등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스타들이 출연했다는 점도 대중들에게 신뢰감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의 판타지물의 흥행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환상을 통해 우리는 권태로부터의 탈출, 결핍에 대한 갈망, 현시대를 바꾸려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어지러운 국내 정세가 대중들의 숨겨진 욕망을 깨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쏟아지는 정치 풍자와 현실을 반영한 콘텐츠 소재들은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주지만 더불어 왠지 모를 불쾌감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즐거움을 위한 문화생활이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실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콘텐츠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묘한 긴장감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또 잘 짜여진 환상은 오히려 현 상황의 문제점까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판타지물의 위상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던 국내에서 현재 판타지물의 흥행은 또 다른 의미의 문화적 성취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판타지물의 흥행은 문화콘텐츠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