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사진비평이 두려우면 사진할 자격 없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사진비평이 두려우면 사진할 자격 없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7.01.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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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사진가

사자성어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 (甘呑苦吐)’란 말이 있다. 입에 발린 칭찬이나 좋아하며 건전한 비판도 수용하지 못하는 오늘의 세상을 말하는 것 같다.

국회청문회나 특검에 나온 피의자들이 좋은 질문에만 답하고 불편한 질문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오늘의 상황도 ‘감탄고토’의 전형이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또한 정치판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현상이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스스로를 반성하며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도대체 받아들이려 하지를 않는다. 고질적인 이러한 풍토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새삼스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저지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추태를 탓 위해서다.

말썽을 일으킨 사진가는 강원도 최북단 저도어장(猪島漁場)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장공순씨다. 그가 지난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문제의 발단은 본지에 정영신기자의 전시리뷰가 소개되며 일어났다. 더구나 전시리뷰를 쓴 기자는 30여 년 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이고, 전시작가보다 한 참 선배이기에 작가를 위한 충언에서 비판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시작가가 이를 수용하여 재도약의 기회를 삼기는커녕 기사를 삭제하라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3일간의 집요한 요구에 못 이겨 기사를 내렸다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사자의 가슴에 상처로 남을 것이 안쓰러워 내렸다지만, 전시를 열었다는 자체는 작가 개인의 일이기에 앞서, 전시를 관람하게 될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할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전시된 ‘저도어장’은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남북군사분계선과 접하고 있어 평소에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다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고성지역 어민들에게만 개방되는 곳이다.

작가는 단순히 저도의장의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니라, 납북어부들이 많았던 비극의 바다였고 애환의 바다라며 바다의 풍요로움과 희망, 분단의 생채기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작업노트에 적고 있다.

그러나 전시된 사진에는 어민들의 애환을 담기보다는 일반적인 바다풍경이나 어부들의 어로작업이 담긴 전형적인 아마추어 사진인의 시각이었다.
 
정영신 기자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생채기 ‘저도어장(猪島漁場)’전‘이란 제목의 전시리뷰에서 ‘작가의 작업노트와는 달리 전시된 작품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다풍경과 해녀, 어망 작업사진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차라리 최북단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실향민들에 대한 애환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전시였다“며 솔직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단 정영신기자 뿐 아니라 많은 사진전문가들의 공통된 아쉬움이고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작가로서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의 작업에 참고하여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으나, 자기도취에 빠져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집까지 출판하며 전시를 갖는 우월감에, 행여 자신의 입지에 누가 될까 안절부절 한 것이다.

평생을 배워도 모자라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이고, 머나먼 창작의 길인데, 그러한 자만이 도사리고 있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자만에 의한 안하무인의 작가가 어디 한 두 사람이겠냐 마는 어떻게 기자가 쓴 전시 리뷰를 지우라고 할 수 있는지 상식 밖의 일이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이런 사례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작가는 오래전 일이지만, 지방지인 ‘고성신문’의 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언론의 역할이나 기자의 책무를 잘 아는 자가 행한 일이라, 그 뻔뻔스러움에 더 어안이 막히는 것이다. 현재 ‘수협’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어 사회적 지위로서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위치에 있다.
 
이제, 이런 이기주의적이고 사리분별 못하는 자들은 더 이상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달콤한 말은 독이요. 쓴 말은 약이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