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오후 4시 16분, 세월호 아이들과 함께 한 '합동차례'
설날 오후 4시 16분, 세월호 아이들과 함께 한 '합동차례'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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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 떡국나눔행사로 서로 격려

난 28일 설날 오후 4시 16분,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차례를 지냈다. 이날은 촛불집회 대신 설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차례로 대체했다.  

원불교 교무들이 분향소 앞에서 평화를 내세우며 추모예불을 드리는 것으로 차례가 시작됐다.  또한 평등세상을 향한 ‘집밥’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떡국 500인분을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합동차례상

이날 차례에는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인 백기완 선생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참석했다.

세월호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국화꽃을 헌화했고 차례가 끝난 후에는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떡국 나눔 행사를 열어 풍요로운 설날 분위기를 자아냈다.

▲ 차례가 끝나고 떡국을 나눠 먹는 시민들

세월호 생존자라고 밝힌 김성묵(40)씨는 "세월호를 잊지말고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간 날때마다 광장에 나와 세월호 리본을 붙이고 달아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면서 "진실이 밝혀 질 때까지 광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40세)씨가 세월호를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노란리본을 붙여주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은 언제 밝혀질까.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이 산 채로 수장될 때 우리 국민의 마음도 함께 가라앉았다. '배가 침몰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라는 의문은 지금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 원불교 교무들이 추모예불을 드리고 있다.

이미 온 국민은 텔레비전을 통해 알고 있는데 박대통령의 7시간은 1000일이 지났음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국화꽃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한 시민은 “이제 내 자식만 잘살면 된다는 의식구조 자체를 고쳐야 한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흔들어 깨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국화꽃을 헌화하면서 추모하는 모습

이날 합동차례에 참석한 심상정 대표는 “야권이 시민에게 정권교체를 요구할 자격을 얻으려면 세월호 특별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며 세월호를 외면한 채 우리나라는 미래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 합동차례를 지내기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시신수습도 못한 분들이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찬호 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이 “오늘 설날은 아이들에게 세배를 받아야 하는데 부모들이 아이에게 차례를 지내고 있다” 고 말문을 열자 광장은 숙연해졌다.

▲ 진명선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 아직까지 아이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주지 못해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면서 “지금까지 함깨 해주신분들, 항상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주셨던분들, 그 덕분에 세월호 가족들이 지금까지 버틸수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해 건강하십시오' 라고 인사드리고 싶다"며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 합동차례에 참석한 희생자 부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새해 덕담을 함께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덕담은 '박근혜 탄핵되고 구속되는 것'이고, 두 번째 덕담은 '세월호 인양해서 미수습자 아홉 분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세 번째 덕담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덕담은 아이들의 안식처를 만드는 것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양심 있는 국가라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고 말했다.

▲ 정의당대표인 심상정, 이재명 성남시장, 통일문화연구소 소장 백기완 선생

매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촛불집회 대신 세월호 합동 차례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화꽃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평등세상을 향한 집밥’에서 준비한 떡국을 함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하면 세월호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이 한마디가 강하게 각인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