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두 자매의 애틋한 성장이야기 ‘나무없는 산’
버림받은 두 자매의 애틋한 성장이야기 ‘나무없는 산’
  • 최은실 인턴기자
  • 승인 2009.08.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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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무없는 산’은 열두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의 작품으로 자전적 경험에 기초해 만든, 어린 두 자매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에 상처 받으며 커가는 성장 영화다.

아버지가 떠나버린 집. 생활고에 시달리던 엄마는 두 자매 ‘진’과 ‘빈’을 지방에 사는 큰고모 집에 맡긴다. 하지만 홀로 사는 고모는 두 자매를 돌보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어린 자매는 늘 짐이 될 뿐이다.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어린 두 자매는 돼지저금통이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 말만 믿고 메뚜기도 구워팔고, 동전을 10원짜리로 바꿔가며 저금통을 채워가지만 엄마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이제 두 자매는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대신 낮은 둔덕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바로 이 나무가 심어진 흙더미가 돌아오지 않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황량한 정서를 대변하는 ‘나무없는 산’이다.

영화는 말을 아끼고 감정을 절제하며 두 자매의 쉽지 않은 성장을 보여준다. 그렇게 진은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자신과 하나뿐인 동생 빈을 지켜나간다.

카메라 시각은 어른들의 가슴팍에 머무는 언니 진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어른들의 시각은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진 어른들이지만 어린 진의 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른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영화는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삶의 무게가 어떻게 가족 내 여성들의 어깨 위로 고스란히 떨어지는가를 차분한 시선으로 추적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성들 역시 더 이상 가족을 돌볼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지치고 황폐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전혀 쓰지않고 건조하지만 뚝심있게 자신만의 말을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한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비전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다. 김소영 감독은 장면마다 대화를 통해 상황을 이해시키며 어린 소녀들에게 연기지도를 했다.

200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넷팩)상과 관객평론가상, 2009 베를린국제영화제 에큐메니컬(그리스도교회)상, 두바이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영화 <나무없는 산>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서울문화투데이 최은실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