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룬 '검열 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
[공연리뷰]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룬 '검열 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
  • 박우진 인턴기자
  • 승인 2017.02.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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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천막극장, 연극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룬 연극 '검열 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이하 '검열 언어')이 광화문 광장 내 광장극장블랙텐트에서 공연되고 있다.

연극 '검열 언어'는 정부의 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 과정에서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부당한 압력에 못이겨 스스로 선정을 포기하는 모습과 '검열' 의혹이 불거졌던 2015년 국정감사를 재현하고, 각각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며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부활한 '문화 검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 연극 '검열언어의 정치학' 연습 장면 (사진 제공= 드림플레이)

막이 오르기 전 연출을 맡은 김재엽 연출가는 광장극장, 그리고 극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면서 "광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 완벽한 방음 장치를 하지 않았고 완벽한 난방 장치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막이 오르자 그 말이 무색하게 관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로 광장극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연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박근형 연출가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상황, 이와 관련된 언론의 상반된 보도, 이후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 등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극 중 국정감사장에서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국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작품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여당 의원의 말과 "예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야당 의원 말에 모두 '동의합니다'만 반복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내세운 윤리경영 가치인 '준법, 책임감, 페어플레이, 고객행복, 나눔'과 직원들의 실제 행동의 대비를 통해 문화계 검열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행위인지를 제시한다.

이 연극은 배우들이 직접 배역을 연기하면서 느낀 점을 말하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 관계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무원들은 이 상황을 모르고 그런 것인지, 알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기에 어쩔 수 없이 침묵한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고 국회의원 역을 맡은 배우들이 여당 의원의 대사(혹은 속기록)를 분석하며 "'만약에, 라면, 한다면' 등 가정법을 남발하는 질의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결국 검열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편 극 중간에는 지난 2013년 이른바 '박정희 박근혜 비판' 논란으로 '좌편향'이라는 비난이 나왔던 연극 '개구리'를 공연한 국립극단 배우와 연출자들이 영상을 통해 당시의 상황과 그들이 느낀 점들을 들려준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출연진들이 국립극단 선언문 내용을 관객들에게 제시하는데 특히 '국립극단은 국민의 것', '국립극단은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다룬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국립극단은 '현 정부를 지지한 51%만을 위한 연극을 하는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연극을 하는 곳'임을 주장하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 연극 '검열언어의 정치학' 출연진 일동 (사진 제공= 드림플레이)

연극은 대부분 실제 국회 속기록이나 뉴스, 신문기사를 토대로 이전에 있었던 사실을 보여주는 것에 촛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극적인 요소나 비유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연극을 통해 블랙리스트 사태를 비판하고, 연극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나타내고자 하는 등 뚜렷한 주제의식을 보여준 점은 이 연극이 지금 이 시점에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는 국민들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문화예술을 탄압한 비상식적 행동이었다. 연극을 비롯해 문화예술계는 연극에서 주장하듯이 특정 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고,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다룰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문화예술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면 현 시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 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