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프로그램, 한국 사회에 화두 제시한다
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프로그램, 한국 사회에 화두 제시한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2.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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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예술계 성폭력, 소수자, 전체주의 등 정면으로 다뤄,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등 10편 공연

검열, 예술계 성폭력, 소수자, 전체주의, 박정희 등 한국사회와 문화예술계의 날선 화두를 정면으로 제시하는 연극들이 공개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센터에서 '2017 시즌 프로그램' 10편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공연도 동시대성을 갖춘 작품들이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도 선을 보여 연극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으로 보인다.

▲ 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프로그램 연출자 10명과 우연 극장장(맨 위 왼쪽),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맨 위 왼쪽에서 두번째)

먼저 지난해 초연 후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모았던 박근형 연출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5.13~6.4)와 김수정 연출의 <파란나라>(11.2~12)가 재공연된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으로 선정되며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며 <파란나라>는 실제 고등학생이 참여해 현대 사회의 강요된 질서와 집단주의의 모순에 돌직구를 날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현장 연극인들과의 협업과 연대 강화를 추구하며 젊은 창작자들이 만든 대학로 소극장 작품을 남산예술센터로 옮긴 작품도 있다. 시즌 첫 프로그램인 이연주 연출 <2017 이반검열>(4.6~16)은 지난해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서 선보인 <이반검열>을 확대한 것이고 전윤환 연출 <창조경제_공공극장편>(7.6~16)은 2015년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가을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주목받은 작품을 확대해 선보인다.

성소수자와 세월호 생존학생 및 유족들을 이야기하며 우리도 언제든지 '일반'이 아닌 '이반'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2017 이반검열>과 배우들이 '창조활동'과 '경제활동'을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보여주는 <창조경제_공공극장편>이 보여줄 메시지가 주목된다.

지난해 정기공모에 선정된 작품 3편은 올해 창작초연으로 선보인다. 예술계 성폭력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를 폭로한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구자혜 연출, 4.21~30), 박정희 대통령의 '의연한 최후'를 재연하며 박정희와 김일성이라는 남북의 '두 우상'을 제시하는 <국부 國父>(전인철 연출, 6.10~18), 광복 이후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실존 인물 '피터 현'의 혼란과 분열을 다룬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 (이성열 연출, 9.14~10.1)이 초연된다.

이밖에 기존 서사구조를 벗어나 동시대 현대연극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천사(가제)> (서현석 연출, 8.30~9.3)는 단 한 명의 배우와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일대일' 공연으로 인물보다 극장이 주인공이 되는, 기존의 극장 매커니즘을 뒤집는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다.

▲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의 박근형 연출가(왼쪽)와 <파란나라>의 김수정 연출가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이주요, 김현진 연출 <십년만 부탁합니다>(10.18~22)는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십년간 남에게 위탁했던 사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오브제 시어터' 공연이며 프로그램의 마지막인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권여선 원작, 박해성 연출, 11.23~12.3)는 단행본으로 아직 출간되지 않은 소설의 지면을 무대 위에 올리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3월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서치 라이트 2017>을 열며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남산 아고라>도 오는 8월에 다시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와 문화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지난해 화제가 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등 화제작들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소개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재미가 없다, 주제가 무겁다는 선입견,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재미를 줄 것이고 일반 관객들이 좋아하는 극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 극장장은 "오히려 일반 관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파란나라>의 경우 실제 고등학생이 출연하니 학생들이 많이 왔고 <이반검열>의 성소수자 관객들이 오는 등 그간 연극에 관심없던 이들이 많이 보러 왔기에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