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지식의 열매'를 먹은 졸업생 여러분, 이제 어른입니다!"
[Book] "'지식의 열매'를 먹은 졸업생 여러분, 이제 어른입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2.10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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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의 졸업식 연설문 모은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문학동네

"이곳은 에덴이며, 여러분은 이제 곧 쫓겨납니다. 왜? 여러분이 지식의 열매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 열매는 이제 여러분 뱃속에 있습니다".

학업의 끝이자 세상을 향한 출발점인 대학 졸업식. 미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가이자 '블랙 유머의 대가'인 커트 보니것(1922~2007)은 졸업식에서 '유년기의 종말'을 고하고 '여러분은 어른'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유머러스한 연설은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고 자신감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총장의 형식적인(그러면서 엄청 긴) 연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다.

커트 보니것의 졸업식 연설문을 모은 책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김용욱 옮김, 문학동네)는 그만이 전할 수 있는 위로와 감동, 삶의 아이러니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담겨 있다. 자신의 삶이 담긴, 진심어린 이야기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도 강한 메시지로 와닿는다.

보니것은 대학 졸업식을 '현대의 사춘기 의식'이라고 표현하면서 졸업식을 통해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물론 사회 통념은 대학 졸업을 했다고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니것은 사회가 정한 모든 어른의 기준을 비웃는다.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훨씬 전부터 어른이었다. 다만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졸업식에서 선언한다. "여러분은 어른입니다". 그는 진정한 어른이 된 졸업생들을 위로하면서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이 '꼭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았고, 그를 연설로 들려줬다. 하지만 일부러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선별하거나 꾸며내지 않았고 청중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자신과 다르거니 미숙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사람들과 자신은 다를 바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수많은 대학 졸업식의 연사로 활동했지만 정작 그는 대학 졸업장이 없다. 시카고 대학 재학 시절, 이미 그에겐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고 부양을 위해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의 일을 하면서 글을 썼다.

바로 그 때의 체험들이 지금의 조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가 직접 체험한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은 그를 반전(反戰) 작가가 되게 했고 '반문화의 기수'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글은 미국에서 많은 검열을 당했고 심지어 불에 태워지기도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정의가 부족한 사회, 증오와 복수로 움직이는 사회를 풍자하고 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무엇에 대해서든 절대 사과하자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는 불도 안 났는데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경우를 빼곤, 제 맘대로 말할 자유가 있다", "'좋았던 옛날'은 없다. 그냥 날들만 있었다" 그의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니것은 희망을 말한다. 왜? 이제 막 졸업장을 받은 이들 덕분에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지식의 열매'를 먹고 더 똑똑하고 합리적이 된 젊은이들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이 말만큼 청춘에게 힘이 되는 말이 또 있을까?

이 책에는 지금부터 45년 전인 1972년에 한 연설도 있다. 그러나 한 세기가 한참 지난 지금에도 이 이야기는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 젊은 세대를 향한 믿음을 평생 잃지 않았던 보니것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생각할 것이다. '우리에겐 왜 이런 어른이 없을까?'

그렇다. 지금 우리의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꼰대'가 아닌, 진심으로 존경하는 '어른'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른'이라고 우기는 철없는 '노인네' 말고.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셨습니다. 한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삼촌은 이야기를 끊고 불쑥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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