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명훈 부부는 ‘치외법권’? 박현정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수사” 의혹 제기
[기획]정명훈 부부는 ‘치외법권’? 박현정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수사” 의혹 제기
  • 이은영 기자/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2.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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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직원 카톡 문자에 ‘성추행 조작’ 증거 나왔지만 검찰 수사 미비, 정명훈 부인, 작곡가 진은숙씨 ‘시정 간섭’ 의혹도 불거져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시향 사태가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올초 박현정 전 대표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서울시향 직원 3명을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가 폭언과 인격 모독을 했다고 조작하는 내용이 담긴 '단톡(단체 카톡)' 내용이 공개됐다.

이 ‘단톡’을 보면 성희롱 고소를 모의하면서 “지금은 과장, 거짓말 양념, 무조건 이겨야한다”, “성추행, 성희롱, 명예훼손으로 간단하게 고소장 접수하면 언론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언론몰이를 유도하고 고소장을 작성하면서 “성희롱+성희롱=정신병”, “복오빠(변호사), 김수현 작가 저리가라다” 등 박 전 대표를 코너로 몰기 위해 갖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며 “조사과에서는 좀 더 개뻥쳐도 돼” 등 허위 진술을 한 정황도 들어있었다.

▲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박현정 전 대표

지난해 3월 경찰은 성희롱, 인사전횡 등으로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고소를 당한 박현정 전 대표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로 결론을 내고 박 전 대표를 고소했던 직원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로써 서울시향 사태는 시향 직원들의 조작극과 박 전 대표의 무고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검찰이 형식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8개월 동안 저를 단 2회 조사했고 증거물의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한 압수수색 요청이나 객관적, 중립적 증인들에 대한 조사 요청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14일 담당 검사 교체와 사건 재배당을 요구했다.

검찰은 경찰이 허위라고 결론을 내린 2014년 '호소문 유포' 건과 무혐의로 결론이 난 '강제추행' 건을 따로 수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호소문 유포 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경찰 수사가 종료된 지난해 3월 이후 1년간 자신을 단 2회 조사하면서 ‘호소문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7월에 이미 자신이 막말을 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참고인 조사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직원은 조사하지 않은 반면 상대에 유리한 직원은 퇴직자까지 불러서 조사했고 문자의 증거능력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도 검찰이 거부했고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장소의 현장 검증 역시 거부됐다면서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수사 속도도 더딘데다 형식적인 수사에 머물러 있어 자칫 경찰의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향의 핵심 인물인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직원들의 허위 사실 유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부인 구순열씨에 대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 전 감독은 지난해 '항공료 횡령' 의혹의 당사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단 3시간의 대면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한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씨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결국 기소중지로 마무리됐다. 그가 기소중지가 된 이유는 경찰의 조사에 불응한 채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서울시향 직원들과 작곡가 진은숙씨가 나눈 카톡을 보면 따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은숙 작곡가가 서울시향 이사장과 고위 직원까지 쳐내려고 한 정황이 나타나 있었다. 특히 그는 2014년 서울시가 정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의사를 보이자 “이사장 당장 갈아. 본부장까지 다 내쫓아”라고 말하며 자신과 정 전 감독을 지키기 위해 월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항공료 횡령 등 전횡 의혹이 있는 정 전 감독과 직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구씨 모두 지금의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칼을 뽑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얼핏 보면 박 전 대표와 시향 단원들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직원들을 조종하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했던 정 전 감독 부부와 시향의 적폐를 바로잡고자 했던 박 전 대표의 갈등이 문제였던 것이다.

급기야 한 언론사의 단독 보도에 의하면 구씨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에게 박 전 대표의 사퇴를 종용했고 강씨가 구씨에게 "잘 모셔야하는데 죄송하다. 잘 해결될 것 같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박 시장이 박 전 대표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구순열씨가 계속 문자를 보내 시장 부인으로서 최대한 예우를 갖춰 대답한 것이고 나름대로 소극적으로 대응한 건데 기록이 남아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 시정의 일부인 서울시향 문제를 놓고 구씨가 계속 강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자체가 '시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전 감독측의 '월권'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향 사태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재계약을 하려는 직원들이 정 전 감독 편에 서서 박 전 대표를 내쫓으려했고 진씨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역시 박 전 대표를 내쫓고 이사장까지 내보내려 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쨌거나 서울시향 직원들의 ‘조작’과 함께 정 전 감독 부부와 ‘추종자’들의 월권 문제도 불거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치외법권’에 있다.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서울시향을 정상화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정 전 감독 부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마에스트로’에서 ‘세금 도둑’으로 추락하고 있는 정명훈. 그가 진실과 마주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