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양지마을/한영채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양지마을/한영채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7.02.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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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마을
               한영채
 

다랭이 논에 수탁이 구구국 흙을 뒤집는다
황새냉이 꽃다지 애기똥풀
논둑으로 오르는 두동면 천전리
낑낑이풀이 비탈을 지키는
물소리 순한 경칩,
봄물은 아래로 풀린 다리처럼
수천 년 숲을 연하게 푸르게 퍼 올리는
발목 적신 갈대 허리에 하늘이 거린다
옹기 굴에 흙마차 다니던 이곳
소나무 사이 굴피나무 열매가 
댕댕 풍경소리를 내고
은사시나무에 버짐이 움처럼 퍼진다
괭이밥이 숨어들었다는 반구대, 개암나누가
공룡발자국 같은 귀를 열어 클클클
물소릴 엿듣고 있다
휘어진 길,
낮은 의자에 오후 네 시 그림자가 앉는다
붐을 낙관하는 수탁들,
그들이 모여 사는 양지마을
봄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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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방방곡곡에 양지마을이라는 지명이 많다. 남향의 햇볕이 잘 드는 이런 마을은 눈과 얼음이 빨리 녹고 봄이 일찍 와서 들풀도 먼저 자란다. 당연히 꽃도 먼저 핀다. 봄이 오자 다랭이 논이 있는 양지마을에 수탁이 흙을 뒤집으며 먹이를 찾고 있다. 시인은 황새냉이 꽃다지 애기똥풀 낑낑이풀 괭이밥 갈대와 은사시나무 소나무 굴피나무 개암나무 등 초목을 풍부하게 열거하여 햇볕이 밝은 양지마을의 풍성한 봄을 형상하고 있다. 이 겨울이 가면 곧 봄이다.(공광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