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재 시리즈’의 화가 곽정우“화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
[인터뷰] ‘부재 시리즈’의 화가 곽정우“화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
  • 이은영 편집국장/박우진 인턴기자
  • 승인 2017.02.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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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인간성, 진리의 회복, wm강남파이넨스센터 미래에셋대우 vip룸,3월31일까지 전시

사랑, 그리고 '완전한 사랑'은 무엇일까?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갈망한다. 그 갈구하는 사랑의 원형은 타인에게 침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완전한 사랑'을 추구한다. 완전한 사랑은 신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이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객체와 객체간의 완전한 사랑은 이루지 못할까?

▲ '부재 시리즈'의 화가 곽정우

사랑의 문제, '완전한 사랑'을 끊임없이 화두로 작업을 해나가는 작가가 있다. 인간의 마음 속 잃어버린 사랑의 부재를 해소하고 '완전한 사랑'을 되찾는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라고 '외치는' 곽정우 작가. 그는 지금 일반 갤러리가 아닌 금융회사의 특별한 고객을 만나는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역삼동에 위치한 wm강남파이넨스센터 미래에셋대우 vip룸에서 오는 3월말까지 전시를 열고 있다.

하트, 책, 옷을 소재로 한 ‘부재시리즈,‘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삽화 ’6학년 1반 구덕천‘ 등의 작품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곽정우 작가.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사회를 어떻게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에서 그의 작품세계의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화가로서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속에서 사랑, 인간성, 진리의 회복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부재 시리즈‘나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여러 작품들이 나온 것 같다.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작품 전시 때마다 신진 작가의 마음으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  
   
하트, 책, 옷을 소재로 한 부재 시리즈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각각의 소재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람이 살면서 힘들어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상황’인 ‘부재’라는 것에 주목했다. 작품의 소재인 하트는 사랑의 회복, 옷은 인간성의 회복, 책은 지식과 진리의 회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사랑에 대해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사랑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고, 삶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을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를 통해 표현하면서 사랑의 회복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옷은 종교적 의미로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부끄러움을 알고 나뭇잎으로 중요한 부분을 가리면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로 인해 나뭇잎은 죄와 동일시된다. 따라서 우리가 입는 옷이 화려할수록 오히려 죄는 더 커진다고 본다.

옷은 겉모습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 시대는 사람을 사람 자체가 아닌 겉모습이 서로 만나는 것으로 변하는 인간성의 퇴화가 생겼다고 본다. 여기서 착안해 옷을 소재로 삼으면서 인간성 회복을 염원하는 의미를 표현했다.  

책은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책을 읽지 않으면서 길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지식과 진리의 회복의 의미를 뜻하는 소재로 사용했다. 

작품의 제목 '완전한 사랑'과 부재는 서로 상충되는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완전한 사랑’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작품에 하트, 줄, 단추가 나오는데 하트는 인간 삶의 원형, 줄은 보이지 않는 관계, 단추는 사람이 옷을 입을 때 단추를 채움으로써 몸을 보호하는 것에 착안해 사랑에 구속된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저 작품(작품을 가리키며)의 부제가 '사랑은 바위다'인데 이는 변하지 않는 바위처럼 사랑 자체도 변하지 않음을 뜻한다.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을 소재로 한 점, 완전한 사랑을 시각화하는 작업, 하트를 회화로 접근하는 것 때문에 작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완전한 사랑은 절대 진리에 부합되는 사랑, 변하지 않는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변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완전한 사랑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곽정우 화가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인간성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랑은 ‘채우는 것’, 구속은 ‘가두는 것’의 의미가 강한데 그런 점에서 이것 또한 상충되는 의미가 아닌가?

꼭 상충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처럼 구속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자녀들은 부모의 구속에 있을 때 행복을 느끼듯이 구속은 답답하고 불행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구속은 싫어하고 불편해 하는데 오히려 구속 속에서 자유를 얻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진리에 다다르게 되면서 자유를 얻게 되는데 이것도 일종의 책에 구속된다고 볼 수도 있다.   

학교 폭력, 왕따 추방, 자살 예방 캠페인, 원화전 행사 등을 하고 계신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2007년에 학교 폭력, 왕따로 인해 죽게 된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삽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작가로서의 단순히 자신의 그림만을 그리는 것보다 소명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들과 여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그림의 방향이 바뀌었고, 부재시리즈도 그 무렵에 나오게 됐다. 

▲ 곽정우, '사랑은 바다다', 53×53cm, acrylic on canvas, 2016, "PERFECT LOVE"


'6학년 1반 구덕천' 이라는 작품의 원화를 그렸다. 혹시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작품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일단 ‘구덕천’이라는 이름은 가명이고, 책을 쓰시는 작가 분이 겪었던 실화를 모티브로 쓴 글이다. 작품 제목을 거꾸로 하면 '천덕꾸러기'가 되는데 학교폭력으로 학대받고 있는 아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도 내가 사명감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된 작품 중에 하나인데 이 그림을 그릴 당시에 내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감정이입이 되고 나에게 절실한 문제로 와닿았다. 

폭력이 날카로운 것에 의해 찔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러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삽화를 그릴 때 잉크펜을 사용했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폭력성을 추방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이 불행을 겪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프, 머플러 등 여러 아트 상품들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리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하게 됐다. 직접 내가 그린 그림들의 이미지를 갖고 디자인 한 것을 업체에 맡겨서 생산하고 있으며 스카프, 머플러를 비롯해 머그컵, 연하장, 액자, 에코백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연하장이나 카드는 홍대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전시를 할 때마다 새로운 상품들을 만들어서 그림을 보러 오신 분들이 부담가지 않는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나를 홍보할 수 있는 효과도 있어서 좋은 것 같다.   

▲ <그림은 사랑이다>53× 53cm, acrylic on canvas, 2016 "PERFECT LOVE"

작가로 생활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많을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지원책들이 실제 도움이 되고 있는가

작가들이 힘든 이유는 그들이 정기적 수입이 없어 경제적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유명 화가들도 한 달에 작품 1~2점 팔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투잡, 쓰리잡을 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최대한 아낄 것은 아끼면서 살아갈 수는 있다. 몇 년 전 젊은 여성 작가 한 분의 자살 사건 이후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작가들이 많고, 이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편이다. 잘 찾아보면 우체국에서 예술가들에게 30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 벽화 봉사활동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제약 조건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런 정부 지원에 매달리거나 힘들다고만 하지 않고 오히려 예술가가 힘든 것을 인정하고 예술 활동을 할 때 나중에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려고 한다. 

미술 시장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는데 미술계에 여러 복병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위작 문제인데 이런 문제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는가?

작품을 감상의 목적이 아닌 돈이나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게 근본 원인인 것 같다. 이 일로 인해 예술가들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사람들이 그림을 멀리하게 되고, 작가들은 창작 의욕이 떨어지게 되어 그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나에게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 

▲ 곽정우, '사랑은 숲이다', 53×53cm, acrylic on canvas, 2016 "PERFECT LOVE"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면서 미술인들이 많이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에서 '더러운 잠' 논란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외에도 국회의사당이라는 장소성에 주목해 문제를 삼고 있기도 한데.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하며 그런 문제가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소 문제로 보면 국회의사당은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은 결국 국민의 대표일 뿐이므로 국회의사당을 성역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한민국 예술대전, 동아미술대전 입선을 비롯해 27회의 개인전 개최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현재 작가로서 자신의 위치, 작가로서 어떠한 자세를 갖고 있는가? 

위치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 관념상으로는 굳이 따지면 중견작가의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위치, 작품의 가치가 아니고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본다. 항상 신진작가의 자세를 갖고 있다. 그러한 자세로 늘 관객들에게 내 작품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고 노력한다.   

항상 보면 스타일이 독특하고 젊게 잘 연출하는 스타일리스트다. 오늘도 굉장히 독특한 디자인의 재킷을 입고 계신데, 평소에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오늘 대충 입고 왔는데(웃음). 사실 패션에 관심 있다기 보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옷을 차려 입게 됐다. 원화전 전국 투어를 하면서 학생들을 많이 만났었다. 사람들이 화가 하면 괴팍하고 꾀죄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러한 이미지를 깨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일부러 패션에 신경을 쓰게 됬다. 평소에는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특히 행사나 전시회 때는 신경 써서 입는다. 

▲ 곽정우 화가의 그림이 담긴 아트 상품

작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화가들은 자기 그림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기억되었으면 하는 게 소망일텐데 나 역시 그렇다. 화가로서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되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사랑이 회복되는 등 좋은 일이 일어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작품의 변화, 그리고 올해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것은? 

5년 더 부재시리즈를 그대로 하되 도자기, 물감, 회벽, 큐빅 등 다양한 재료와 설치 작품,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선보이려고 생각 중이다. 현재는 인터랙티브 아트라고 해서 하트 작품을 터치하면 영상이 나오거나  움직임이 나타나게 하는 작업을 모 회사와 조율 중에 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인데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올해는 아트페어에 많이 참가해보고 싶다. 그동안에는 많이 참가하지 못했는데 아트페어에 많은 분들이 오신다고 하니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요즘 들어 화가가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그리고 있지만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인간성이 회복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