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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의 무용평론] 2016년 가장 좋았던 무용공연 10선
2017년 02월 16일 (목) 14:17:26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sctoday@hanmail.net
   
▲ 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 명예교수

2014년과 15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좋았던 무용공연 10개를 소개한다. 필자가 본 100여 편 공연 중 리뷰를 썼던 30여 작품 중에서 선정된 것이다. 발레 2, 한국무용 4, 현대무용 4 편이다. 지방공연이 대부분 누락되고 필자가 미처 관람하지 못한 작품 들이 제외된 것이 아쉽다.  

소개된 작품 들은 텍스트와 춤, 드라마 터지, 음악과 무대미술, 관객서비스 등 중요한 무용구성요소 면에서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들이었다. 

1. 김용걸의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10.14~15, 아르코대극장)은 인명경시 풍조, 가족 간 소통의 단절, 일제 위안부문제, 세월호의 비극과 극한적인 권력 갈등, 이해관계가 최우선시 되는  현실상황에서 과거의 유물로 전락해버린 수치심에 관한 기억들을 9개의 에피소드로 풀어낸 수작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직설적이 아닌 상징적 어법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갖춘 김용걸의 스토리텔링은 특별하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초청된 이 작품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보내온 김용걸의 엘레지로 기억될 작품이다. 

2. 장혜림의 <침묵>(11.18~19, 대학로예술소극장)은 2016년 창작산실지원 선정작이다. 헤르타 뮐러의 소설 <숨그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6개월 전 발표된 ‘심연’과 대칭을 이룬다.

‘심연’이 소중한 것을 잃고 울부짖는 인간의 비탄과 상실감을 그려냈다면 ‘침묵’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침묵하면서 저항도 못한 채 인생의 끝에 선 절망 속에서도 영혼과 침묵을 깨는 노래를 조심스레 불러보는 희망을 보여준다.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탁월한 무대미술과 의상, 슬픔을 주조로 한 음악, 희미한 조명이 함께 빛났던 작품이었다. 

3. 이연수의 <MOMENT>(5.24, 아르코대극장)는 올바른 움직임이 무엇인가를 상실한 시대, 이기심에 숨어 진실을 밀고 나가는 동력을 잃어가는 세태에 대한 함축적 메시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춤은 단순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그 단순함 속에 담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무용수들의 표정은 단호하다. 들숨과 날숨처럼 춤과 음악이 한 몸인 양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양용준의 음악은 압권이다. 흰색 조명과 의상, 세련된 무대미술이 발란신의 세레나데를 떠올리게 한 추상무용의 수작이었다. 

4. 김명숙 늘휘무용단의 <모래•그림>(3.26~27, LG아트센터)은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작이다. 절제된 색감의 화려함, 느림 속에 정교함을 담은 무용수들의 숙련된 춤사위, 선가적인 담백한 주제로 특징지을 수 있는 작품이다.

붉은색과 청색, 황색, 녹색 옷으로 갈아입은 여인들이 무대공간을 휘돌며 구사하는 춤사위는 세련되고 정갈하다. 10명의 여인들로 무대가 넘쳐날 듯 보이지만 오히려 여백이 있다. <모래• 그림>이란 제목이 품은 상징성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모든 공적을 한 줌 모래처럼 털어버릴 수 있다는 도가적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5. 국립발레단 <세레나데(Serenade)>(4.29~5.1, LG아트센터)는 발란신 안무로 1934년 뉴욕에서 초연한 신 고전발레작품이 원전이다. 국립발레단(강수진)이 2016년 신작으로 <세레나데>를 초연무대에 올리면서 레퍼토리에 추가했다.

17명 발레리나가 두 쌍의 다이아몬드 대형을 이루면서 시작되는 첫 장면, 흰 색 로맨틱발레의상이 날아오를 듯 하늘거리는 경쾌한 군무가 국립발레단원들의 두터운 기량을 돋보이게 했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천재성과 발란신의 탁월한 음악해석력이 결합되어 발레미학의 진가를 보여준 아름다운 무대였다.  

6. 노정식의 <거인들>(8.4~5,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그려낸다.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고 기후를 변화시키지만 양자의 관계가 반드시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작품은 1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우와 대결, 인간의 교만, 자연의 오염 등을 모자이크하듯 완성해간다.

임정은의 음악과 배경술의 의상, 김정화의 조명 등으로 구성되는 서정적인 무대는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최지희의 드라마터지와 무용수들의 몰입된 춤을 통해 안무자의 진정성이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7. ‘김화숙 & 사포현대무용단’의 <겨울숲>(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10.15)은 무용단 창립 30주년 기념 신작으로 박진경, 송현주, 김유진, 조다수지가 공동안무했다. 적막한 겨울 숲을 그려내면서 슬픔을 넘어 새로운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새 봄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진혼곡’(1994), ‘그해 5월’(1995), ‘편애의 땅’(1997), ‘그들의 결혼’(1998) 등 사회성 짙은 주제들을 서정적 감각으로 표현한 김화숙이 제자들에게 불면과 슬픔의 땅을 유산으로 남기는 대신 기다림과 희망의 땅을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인상 깊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8. <무원(舞源)>(6.17~18, 국립국악원 예악당)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2016년 정기공연 작품으로 객원안무가 조흥동이 총 안무를 맡았다. 1막 무혼(舞魂)은 ‘선유락(船遊樂)’과 처용설화를 모티브 삼은 ‘역신과 처용의 처’, 나비춤, 바라춤, 가무보살, 승무 등 4개 춤을 묶은 불교의식 춤으로 구성되었다.

2막인 무맥(舞脈)은 김백봉의 창작 부채춤, 조흥동의 정갈한 남성춤인 한량무, 장구춤, 호적시나위, 산조춤, 살풀이춤이 차례로 무대를 장식하고 오고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2015년 국립무용단이 보여준 국수호의 ‘향연’에 필적하는 공연이었다. 

9. 국립현대무용단의 <NATIVOS>(7.15~17, 자유소극장)는 국립현대무용단이 벨기에 리에주극장의 안무가인 애슐린 파롤린(Ayelin Parolin)과 공동제작한 2016년 신작으로 자유소극장에서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파롤린은 한국 춤의 원형을 제의와 굿판과 무당에서 찾은 듯하고 전통과 연결되면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역동적인 사회상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무용가들을 선발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외국무용단체와의 새로운 협업모델을 제시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10. 이현주의 <흠향(歆饗)>(3.19~20 달오름극장)은 국립무용단 출신 이현주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연주자인 문형희의 공동작업을 통해 전통 씻김굿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전통 춤과 음악을 바탕으로 굿의 형식과 감성은 유지하되 춤사위와 무대 이미지에 현대적 안무 감각을 불어넣어 고전이 가진 아름다움을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춤과 음악이 동격으로 무대 한가운데서 조우했다는 형식성과 함께 의상과 무구들이 현대적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전통춤의 향기를 온전히 살려냈다는 면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내세우는 여타 공연들과 차별화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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