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 민통선 내 ‘DMZ 박물관’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 민통선 내 ‘DMZ 박물관’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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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의 역사 속에서 발견한 때 묻지 않은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


서울에서 3시간, 생각보다 멀지 않은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것이 있다. 그동안 단절·폐쇄·상처로 인식돼 온 일반인들은 갈 수 없는 비무장지대 DMZ(Demilitarized Zone). 지구상에 남아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의 현장인 이곳 DMZ에 지난 8월 14일 박물관이 개관했다.
남북한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과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전 국민의 염원을 담아 군사분계선과 근접해있는 민통선 내인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에 건립한 ‘DMZ 박물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후 모습과 휴전 협정으로 탄생한 휴전선의 역사적인 의미, 이로 인해 나타난 동존 이산의 아픔, 지속되는 군사적인 충돌, 그리고 5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보존된 생태환경 등을 전시물이나 영상물 등으로 고스란히 녹여낸 박물관에서 DMZ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재조명해보자.

6.25 전쟁의 산물인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1950년 6.25 전쟁 이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이 각각 2km씩 동서로 248km의 지역에 대해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비무장지대로 결정했다.

전 세계에서 반세기 넘게 가장 오래 지속 되고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비무장지대는 냉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며, 문화와 생태경관, 생물의 다양성 등이 그대로 살아있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특히 이곳에 건립된 ‘DMZ 박물관’은 지구상에서 전쟁이라는 인위적 수단으로 파괴된 자연의 원형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서의 가치를 담고 있다.

수많은 희생이 만들어낸 슬픈 역사의 현장이 생태체험의 보고와 관광자원이 된 전쟁의 아이러니 속에서 탄생한 DMZ 박물관은 분단의 역사를 바로 알리고 냉전과 갈등의 아픔을 남북화해와 평화통일로 승화시키고자 DMZ 관련 생태·환경자원의 체계적인 정리 및 홍보와 문화·역사유적에 대한 기록보존을 집대성해 비무장지대가 가진 모든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방정국 동서로 나뉘어 전쟁의 기운이 감지되고 일촉즉발 긴장감이 고조되던 당시의 상황부터 6.25 전쟁 발발의 모습들까지 갖가지 사진자료와 영상자료, 유물들이 통로를 따라 벽과 천정, 심지어 바닥에까지 곳곳에 전시돼, 5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DMZ 박물관은 ‘인간, 자연, 역사, 문화, 평화, DMZ의 모든 것’을 주제로, 지상 3층 규모에 4개의 주제별 전시 공간과 기획전시관, 3D영상관, 야외전시장, 편의시설 등으로 꾸며졌다.

특히 전시관에는 고고역사 37점, 전쟁군사 4,135점, 생활문화 1,041점, 등 총 6천 3백여 점의 유물과 함께 DMZ의 역사관을 비롯해 끝나지 않은 전쟁관, 민통선 사람들, 각종 지뢰 전시 및 체험관, 통일을 향한 꿈, 평화의 동산 등 11개의 테마별로,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됐다.

또한 DMZ 속에 묻혀있는 역사적 문화유적과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의 생생한 모습, 전쟁의 주요 사건사고, 민통선 사람들의 삶 등 DMZ 155마일에 숨겨져 있는 우리 분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층의 제1ZONE은 ‘축복받지 못한 탄생 DMZ’을 주제로 하며, 6·25전쟁 전후와 휴전 협상 과정, DMZ 탄생배경 등을 ‘냉전의 시간 속으로’, ‘예고된 전쟁 6.25’, ‘그날의 시간 속으로’ 등의 테마로 꾸며졌다.

제2ZONE의 주제는 휴전 후 냉전에 따른 시대별 상황을 표현한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로 20세기 지구가 남긴 가장 큰 냉전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

6.25 전쟁의 아픔과 비극을 그대로 전해져오는 정전협정서와 군사편지, 총검, 철모 당시의 유품들과 철원 노동당사, 판문점 대치상황, 대북방송장비, 반공화보 등 분단의 현장을 보여주는 각종 시설물들의 축소 모형을 통해 재현됐다.

제3ZONE은 ‘그러나 DMZ는 살아있다’를 주제로, 전쟁이 낳은 비극이 가져온 뜻밖의 자연환경, DMZ 내의 역사와 자연의 생태학적 가치를 보여준다.

특히 길이 40m가 넘는 대형 벽면에 DMZ 전체를 축소 모형으로 재현해 공간적인 이해를 돕고, 그 곳에서 발굴된 토기와 같은 역사유물과 조류 박제 등도 시대별로 전시, 침묵의 땅에서 생명의 땅이 된 DMZ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성이 마을, 철원 노동당사 등 군사분계선 주변, 분단의 현장이 해방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근대 도시의 모습까지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희망과 평화의 가교 승일교를 건너가면 바닥과 천장을 둘러싼 5개의 벽면에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영상으로 그려져,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긴다.

2층에 마련된 3D영상관에서는 6·25전쟁 당시로 돌아가 과거를 여행하는 애니메이션 ‘DMZ 시간여행’(8분)과 DMZ의 생태계를 소개하는 자연다큐멘터리 ‘생명과 평화의 땅 DMZ’(7분)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프리쇼장 모형과 병영초소 모니터를 통해 6.25 전쟁무기를 영상으로 체험할 수도 있다.

3층의 제4ZONE은 ‘다시 꿈꾸는 땅 DMZ’을 주제로,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한의 노력들이 시대별로 그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전시물들이 설명과 함께 하며, 북한의 경쟁력 있는 상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기획전시관에는 개관축하 특별 기획 전시로 ‘6.25 전쟁 삐라전’, ‘독일 통일포스터 전시회’, ‘제1회 강원 DMZ 자연생태 사진미술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등이 열리고 있다.

또한 소원의 나무와 전자방명록, DMZ 아카이브 등으로 관람객들이 직접 박물관을 꾸며보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남북장성급군사회담 합의결과에 따라 철거된 각종 대북선정용 방송장비 8종 16세트를 무상 양여 받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뒤편 야외공간에는 생태 저류지와 야외무대, 팔각정, 탱크·자주포 등으로 꾸며졌으며, 매점 등의 다목적센터, 그리고 무료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박물관 관람료는 개인 기준 어른은 2천원, 청소년 및 군인은 1,400원, 어린이 1천원이다. 관람시간은 3~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11~2월에는 30분 일찍 문 닫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