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야외오페라 ‘마술피리’ 올림픽 붐 조성 핑계로 장삿속?
[단독]야외오페라 ‘마술피리’ 올림픽 붐 조성 핑계로 장삿속?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2.22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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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창작오페라 예산 받고도 해외 오페라 결정, 평창 아닌 서울 공연도 의심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기획한 오페라 <마술피리>가 시작도 하기 전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마술피리>는 지난 1월초 문체부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된 것으로 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이벤트다. 지휘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연출은 데이빗 파운트니 영국 웨일스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립오페라단 측은 파운트니 감독과의 최종 계약이 불발될 경우 국내 연출가에게 맡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야외오페라 <마술피리> (사진제공=브레겐츠 페스티벌)

<마술피리>는 매년 여름 오스트리아 보덴 호수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작품이며 이 페스티벌에서 2013~2014년 연출을 파운트니 감독이 한 바 있다.

그러나 문체부와 국립오페라단이 야심차게 기획했다는 <마술피리>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연을 둘러싼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 창작오페라 제작비 받았는데 공연은 외국 작품? 창작오페라는?

국립오페라단은 야외오페라 25억과 함께 창작오페라 제작에 10억원의 예산을 책정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올려지는 야외오페라가 창작오페라가 아닌, 브레건츠 페스티벌판 <마술피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창작오페라비 횡령'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기획재정부가 오페라 한 편 제작비로 25억을 배정한 사례는 대한민국 정부 이래 없었다"면서 "갑작스럽게 2013년 브레겐츠판 <마술피리>로 변경하고 창작오페라를 올리지 않은 것은 국립오페라단의 직무유기이며 한국 오페라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무시하고 공연하기에 급급한 오페라집단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오페라단 측은 "창작오페라는 단시간에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곡가 3~4명에게 작품을 위촉하는 등 3개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종의 '1회성 이벤트'이기도 한 야외오페라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 예산으로 창작오페라가 아닌 외국 오페라를 공연한 부분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라면서 공연 장소는 서울?

야외오페라는 당초 7월 평창 스키점프대 앞 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에 따르면 운동장 사용 우선권이 있는 스포츠 단체와 일정 조정이 잘 되지 않았고 관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어 8월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붐을 일으킨다고 하면서 정작 평창이 아닌 서울에서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관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곧 평창 경기장이 관중이 몰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오히려 평창의 노력을 폄훼하는 뜻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국립오페라단 측은 서울 공연의 이유로 밝히고 있지만 서울에서 야외오페라가 성공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 국립오페라단 로고

지난 2003년 최초로 열었던 장이머우 연출의 <투란도트>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작품이 서울에서 열렸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기에 서울이 관객 몰이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논리도 성립되지 않는다. 이를 본 많은 오페라 관계자들은 <마술피리>가 평창동계올림픽 붐과는 전혀 상관없이, 관객들의 돈벌이를 위한 공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측은 이전과는 달리 많은 국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하게 티켓 값을 책정하고 무료 관객 비율을 높여 오페라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벤트성 행사를 돈을 받아가면서 올림픽과 무관한 장소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장삿속’이라는 비판이 더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한 오페라 애호가는 “유럽에서 무료 이벤트 형식으로 여는 야외오페라를 비싼 돈을 주고 보게 한다는 것 자체가 속보이는 생각”이라며 국립오페라단의 장삿속을 꼬집었다.

3. 상도덕의 문제, 결국 돈벌이용?

국립오페라단이 <마술피리>를 공연하기로 한 8월에는 이미 예술의전당 자체 오페라 <마술피리>와 부천예술회관 8월 공연 <마술피리>가 예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오페라단이 <마술피리>를 공연한다는 것은 상도덕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도덕의 문제를 일으키면서까지 굳이 <마술피리>를 고집해야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 유명 연출가를 앞세우며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고 하지만 이미 겹쳐진 작품을 고집할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특정 세력이 창작오페라가 아닌 <마술피리>를 강요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챙기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마술피리>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창작오페라 작업을 하라고 받은 예산으로 해외 오페라를 열고 올림픽 붐을 일으키라고 한 공연을 평창이 아닌 서울에서 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마술피리>는 올림픽을 핑계로 수익을 얻으려는 술수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한 오페라 관계자는 “창작오페라 공연이 정 어려우면 차라리 지금 예산을 국고로 돌려보내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국립오페라단이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