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촛불집회] “악몽의 박근혜 4년은 끝났다” 100만 촛불시민의 함성
[17차 촛불집회] “악몽의 박근혜 4년은 끝났다” 100만 촛불시민의 함성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2.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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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햇불을 밝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지난 25일 열린 17차 촛불집회에는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등 각 단체들이 서울 도심에 총 집결했다. 이들 단체들은 민중총궐기에 앞서 각각 사전집회를 열어 박근혜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 “악몽의 박근혜 4년은 끝났다” 100만 촛불시민의 함성으로 뭉친 시민들모습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났다‘를 개최하며 탄핵인용과 적폐청산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100만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 날의 집회는 올 해들어 열린 일곱 번의 촛불집회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박근혜대통령탄핵판결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 ‘박대통령 즉각 퇴진과 신속한 탄핵’ ‘특검수사기간 연장’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 '박근혜정권4년은 끝났다'며 햇불을 들고 청외대로 거리행진하고 있다.

‘광화문미술행동’에서는 ‘광장오픈에어갤러리'에 설치해 놓은 큰 화폭에다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서예가 여태명선생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글귀와 함께 세월호 침몰과 희생자들의 몸부림을 그려 그날의 악몽을 되새기게 했다.

▲ 서예가 여태명선생과 박방영선생이 즉석에서 걸개그림을 그리는 모습

박방영선생은 방초색농(芳草色濃), 화영무접(花迎舞蝶), 장락무극(長樂無極)이란 한시에 연분홍꽃을 그려 광장을 봄꽃으로 수놓았다. 봄이 오듯 ‘박근혜탄핵’의 꽃소식이 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그리고 판화가 류연복씨는 백기완선생의 ‘비나리’를 써 나갔고, 신학철선생의 한국 근현대사를 담은 대작 ‘금강’도 광장에 나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 신학철선생 '금강'작품앞에서 백기완선생(왼쪽),신학철(오른쪽)

춘천의 임지연(40세)씨는 촛불시민 인증샷에 참여하며, 김진태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망언으로 춘천 시민으로 부끄러움을 느껴 주말마다 광장에 나온다고 했다. “헌재는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를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촛불시민 인증샷에 참여한 춘천의 임지연(40세)씨(왼쪽)

정원 스님 49재가 열린 이순신동상 앞에서는 정원스님을 추모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정원스님은 지난 1월7일 밤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박근혜는 내란사범"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었다.

▲ 정원스님 49재를 추모하는 모습

추모제 준비위원회는 "평생 민중을 위해 낮은 자리에서 함께 싸우던 정원스님은 “민중이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민중의 승리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정원스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친일 적폐청산, 박근혜 체포 등 민중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밝혔다.

▲ 정원스님 49제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스님들과 시민들

또한 인디밴드 허클베리핀, 가수 김원중, 박창근밴드, 마술사 이은결 등의 공연 후에 벌어진 소등퍼포먼스에서는 '황교안은 퇴진하라' '박근혜는 구속하라' ‘특검연장’ 이란 레이저글씨가 써지기도 했다. 구호와 함께 외친 시민들의 함성이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다.

▲ 시민들의 촛불염원이 빗어낸 이미지

이날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기자는 “지금 시국이 너무 중차대하기 때문에 서울광장을 직접 보고 싶어 서울까지 왔다. 과연 대단하다. ‘박근혜탄핵’을 위해 이처럼 다양한 예술행동을 하는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 '탈춤 탈'모임에서 광장에 나와 탈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어 김주완씨는 “정치도 문화예술처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광장에서 다시 배운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다짐하고 자각하는 이 시점에서 촛불하나라도 보태기 위해 서울까지 왔는데, 오히려 많이 배우게 된다며 광장곳곳을 기록하려 돌아다녔다.

▲ 자신의 사진과 나란히 서신 통일문화연구소 백기완선생

일산에서 왔다는 김용운(58세)씨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19혁명 같은 국가적 혼란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보다 정치인들이 더 혼란을 부추겼다. 이번에도 정치인들이 촛불민심을 정치적 야욕에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 1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등 각 단체들의 깃발이 바람이 출렁이고 있다.

탄핵심판이 인용되든 안 되든 정치적 혼란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촛불 든 시민들은 거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국민들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에 ‘박근혜대통령탄핵’이라는 봄소식이 전해져 다함께 ‘봄날은 온다’는 말을 실감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 촛불소등 퍼포먼스에 시민들의 함성과 함께한 '특검연장'

본 집회가 끝난 뒤 햇불을 밝혀 든 군중들은 청와대방향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타 오르는 햇불은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었다. 횃불을 치켜 던 김영중(49세)씨는 진실과 정의가 이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광하문미술행동'에서 마련한 시민들의 바닥글쓰기를 위한 퍼포먼스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지는 함성과 나부끼는 깃발에서 유치환시인의 시 “깃발”이 떠오른다.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광장천막극장 앞에 설치되어 있는 블랙리스트라는 글귀가 새겨진 면도날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