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오페라단 '25억 야외오페라' 이대로 허공으로 사라지나?
[단독]국립오페라단 '25억 야외오페라' 이대로 허공으로 사라지나?
  • 이은영 기자/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3.03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공연' 임에도 아직 작품조차 정하지 못해, 평창 아닌 서울 공연도 도마 위 올라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이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붐' 조성을 위해 야외오페라 및 창작오페라 공연을 정부의 지원으로 개최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올림픽 붐'과 '오페라 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월초 국립오페라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올해 올림픽 붐 조성을 위해 야외오페라 제작 25억, 창작오페라 제작 10억원의 예산을 책정받았다. 하지만 오는 8월 공연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공연작조차 결정되지 않아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8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2013년 브레겐츠판 <마술피리>를 올리고 데이빗 파운트니 영국 웨일스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이 연출을,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파운트니 감독과는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마술피리> 공연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공연작이나 연출자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재 외국 오페라단의 공연을 추진하고 있지만 날짜가 임박한 상황에서 작품 선택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자칫 오랜만에 열리는 야외오페라가 또다시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35억의 예산을 받고도 창작오페라가 아닌 외국오페라를 올리는 것은 국립오페라단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립오페라단은 "야외오페라 25억과 창작오페라 10억은 별개의 예산이다. 일부의 비판은 이 예산이 모두 창작오페라 제작을 위한 예산이라는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25억으로 만들 야외오페라는 창작, 외국, 국내 불문하고 야외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한 예산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창작오페라에 대해서는 "단시간에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곡가 3~4명에게 작품을 위촉하는 등 3개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연이 평창이 아닌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림픽 붐을 일으키겠다면서 정작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이 아닌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오페라단은 "당초 7월 평창 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관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두워지려면 저녁 8시가 넘어야하는데 공연이 끝나면 11시, 12시가 되고 교통이 불편해 관객들 이동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관객들 접근성을 생각하면 현재로서는 평창보다는 서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립오페라단의 최근 행보에 대해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외국 작품을 올리는 것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오페라의 한국화'를 이끌어야할 국립오페라단이 파격적인 예산을 책정받고도 외국 작품 찾기에 급급해하는 것은 결국 국립오페라단 스스로 자존심을 깎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감독은 "올림픽이라는 행사는 우리의 오페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선보여 세계인들에게 우리 오페라의 실력을 보여주고 우리 오페라를 지켜야하는 것이 국립오페라단의 할 일"이라면서 "국립오페라단이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 제대로 일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서울 공연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면서 "그렇다면 굳이 야외오페라를 할 필요가 있는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서울 공연을 하겠다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한 오페라 관계자는 "정부에서 '올림픽 붐'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국립오페라단 스스로가 올림픽을 기념하는 공연이나 행사를 계획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청구해야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국립오페라단 스스로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뒤늦게 예산 책정되고 시간이 다가오자 부랴부랴 서두르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화계 한 인사는 "왜 오페라를 꼭 밤 시간에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주말 오후 5시 정도에 하면 얼마든지 서울에서도 갈 수 있고,서울 돌아오는 것도 큰 문제가 없을 건데 시간을 갖고 핑계를 대는 것은 더욱 기가막힐 일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