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사드 후폭풍, 우리 문화콘텐츠시장의 대응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사드 후폭풍, 우리 문화콘텐츠시장의 대응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7.03.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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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200억 대작으로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사임당- 빛의 일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BS의 야심작이었던 이 드라마는 13년만의 이영애 안방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감을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금>으로 1세대 한류를 이끈 이영애가 다시 퓨전(?) 사극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까지 큰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중국 동시 방영의 활로를 찾으면서 <사임당-빛의 일기>는 제2의 태후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의 한류 제한령에 발목이 잡힌 드라마는 제작시기를 훌쩍 넘긴 2년만에 전파를 타게 되었고, 그 흥행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드라마의 좋지 않은 성적에 대해 여러 가지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방영 시기를 놓쳤다는 점이다. 제작사는 중국의 동시 방영 승인만을 기다리다보니, 이야기의 신선함은 떨어졌고 시청자들의 호기심도 사라져버렸다. 이를 수습해줄 탄탄한 스토리의 부재도 이영애 이름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인 모양새이다. 중국 수출의 기대감이 국내시장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돌아온 것이라 할수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이제는 가시화 되었다. 지난해 중국은 한한령이라는 비공식 행보로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중국 진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거나, 한국 드라마의 중국 방영을 교묘하게 막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와 강도를 높여 문화, 비자, 관광은 물론 산업계에까지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하기 시작했다. 비공식이라는 단어에 숨어 교묘하고 치밀하게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문화콘텐츠 시장은 사드 후폭풍이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화콘텐츠가 국내 관광,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만큼 이에 대한 대응 대책을 논의해야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사드배치의 역풍이라고만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그동안의 한국 문화콘텐츠의 발전에 대한 견제에 도화선이 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경계와는 별개로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도 중국 의존도를 지나칠 정도로 높였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수출만이 살길인 것처럼 국내 제작 시스템까지 중국에 맞췄던 지난해를 살펴보면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드 후폭풍에 흔들려 우리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성장 동력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다. 물론 국내의 불안한 정세와 더불어, 현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의존형 한국 문화콘텐츠의 발전에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한만큼 이번 사드 후폭풍은 오히려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더불어 흥미로운 점은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민들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교류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단계별 정책 대응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한국 콘텐츠 수출 활로를 개발하여 중·장기적인 수출 시장 확보와 중국 시장 편중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