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더 이상 태극기를 슬프게 하지마라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더 이상 태극기를 슬프게 하지마라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7.03.0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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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사진가

요즘 친박 단체들의 관제데모를 두고 '태극기 집회'라 부른다. 언제부터 태극기가 극우단체나 친박 성향의 전유물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러한 정치적 오용은 태극기에 대한 모독이다. 

피로 지켜낸 나라의 국기가 일제에 빌붙었던 박정희 우상화와 그의 딸 박근혜를 지키는 도구로 전락됨에 선열들께서 얼마나 통탄하시겠는가? 이 날 내린 봄비가 선열들의 눈물인양 서글펐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덮기위해 마치 애국자처럼 태극기를 흔들어대더니, 이젠 한 술 더 떠 성조기까지 흔들고 있다.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주체성 없는 짓을 하면서 부끄러운지도 모른다.

요즘은 그들의 패악 질에 태극기만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쩌다 신성한 태극기에 혐오감이 생기는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광화문광장의 '노란리본 공작소'에서는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를 나누어주어 촛불집회에서도 태극기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극기에 노란리본을 달아 태극기 집화와 차별화하는 것도 안 된다. 나라가 두 쪽 나 태극기와 인공기로 나누어 진 것만도 서러운데, 태극기까지 나누어서야 될 말인가?  

지난 삼일절은 시청에서부터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태극기로 뒤 덥혔지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보다, 태극기가 오용되고 양분되는 참담한 현실에 온 종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 날 찾아 간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는 온 몸에 태극기를 감은 사람에서 부터 박근혜 초상사진과 태극기를 들고 일인 시위하듯 서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여지 것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는 매주 나왔지만, ‘시청광장’ 태극기 집회는 처음 가보았다. 스스로 나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몰려다니는 것으로 보아 단체에서 동원된듯한 사람들이 많았다.

광장에선 삼일절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으나, 확성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종북 타령과 박근혜 탄핵반대를 외치는 선동적인 이야기 일색이었다. 연단에 나온 사람들의 어투나 집회 분위기도 왠지 북한을 닮아가는 듯 했다. 촛불시민을 종북 이라지만, 그들의 짓거리가 북한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 군복 입은 늙은이는 ‘군대여 일어나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어떤 이는 ‘빨갱이를 죽여라’고 외치는 등 하는 짓이 완전 사이비 종교집단의 광신도 같았다.    

그런데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주최한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도 이름과는 달리 대통령탄핵 반대 집회’의 성격을 띠었다. 무대 단상엔 군복 입은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이 지켰고, ‘공산주의 반대’ 등의 손 팻말을 들고 성조기도 흔들어댔다. 

태극기의 분열과 오용으로 삼일절을 우울하게 만든 그날, ‘광화문 미술행동’에서는 태극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태극기 역사’전을 열었다. 세종대왕상 뒤쪽에 자리한 ‘바람 찬 전시장’에서 열린 이 기획전은 ‘광화문미술행동’의 촛불광장 프로젝트 일환이었다.

매주 주제를 바꾸어가며 많은 대중들과 소통해 왔는데, 이번에는 태극기에 관한 자료 전을 내놓았다. 태극기는 삼일절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상징물이기도 하지만, 보수단체의 태극기 오용이 도를 넘는 시점이라 아주 시의적절 했다.

임시정부에서 사용했던 태극기에서부터 해방이 되어 친일파가 일장기를 태극기로 바꾸어 그린 것도 있었고, 여성 속옷 천에 그려진 태극기도 있었다, 싸움터에 동원된 것 같은 태극기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뚫린 구멍과 혈흔이 묻어 있었다.    

전시기획자인 김진하씨는 ‘태극기는 국가에 대한 기호로서의 이미지에 앞 서, 3.1 독립운동에서 시작되어 민주화운동에 이르기 까지 국민들 마음에 소중하게 자리 잡은 국기로, 이런 태극기가 부패한 정치집단의 무능을 가리는 도구로 오 남용되고 있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태극기의 역사’전에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 와 기념사진을 찍는 등 전시장은 온 종일 관람객들로 붐볐다. 비록 하루 열린 전시였지만, 어느 대형전시장도 이만한 관객동원이 쉽지 않다. 실사 이미지로 보여주었지만, 대형 프린트의 시각적 효과는 야외 전으로 그지 그만이었다. 촛불시민들에게 태극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태극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극우단체들이여!  더 이상 태극기를 슬프게 하지마라.

더구나 친일잔재인 너희들이 남용할 태극기가 아니다. 이제 그만, 태극기를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