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마음의 랜드마크가 되길”
[인터뷰]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마음의 랜드마크가 되길”
  •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3.10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영비 주시는 시민에게 좋은 공연 보여주는 것이 보답, 예술단 간의 경쟁심 필요”

광화문에 서 있는 세종문화회관. 그 곳은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이들도 있고 야외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촛불을 밝히는 이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이쯤 되면 세종문화회관은 단순한 극장이나 아트센터를 넘어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하지만 그가 지금 하는 일은 단순한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넘어선다. 세종문화회관 안에 들어있는 예술단과 시설들을 모두 관장해야하는 일이 그의 일이다. 그는 종종 ‘참 어렵다’라는 말을 했다. 장르도 성격도 다른 예술단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부분이겠는가.

3월, 세종문화회관이 ‘세종시즌’으로 진짜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 이승엽 회장을 만났다.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재정 등 여러 걱정들을 내비쳤지만 그의 이야기는 결국 ‘기승전시민’이었다. ‘시민이 우리를 돕고 있다’며 시민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며 세종문화회관을 ‘마음 속 밴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이승엽 사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된 지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을 돌아보자면?

참 어렵다(웃음). 맨 처음 (사장이) 됐을 때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장을 조금 알고 있었고 다른 계산이나 배경이 없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예술경영으로 하면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더 어렵다(웃음).

내부적인 문제도 있지만 외부적인 문제라는 변수도 있다. 지지난해 메르스도 그랬고, 요즘 상황도 그렇고... 2년이 지나도 더 어려운 부분이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이 일인 것 같다.

3월부터 ‘세종시즌’이 시작된다. 올해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지난해는 처음 시작이었기에 시스템 개발과 시도 자체에 주안점을 뒀다면 올해는 미리 공연장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대관부터 기획까지 진행해 첫 시즌보다 콘텐츠 면에서 더 다양해졌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과 대형 뮤지컬 <마타하리>의 장기 공연, 클래식 스타들의 시리즈 공연인 ‘클래식 제너레이션’, 서울시극단과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무용단의 초연작,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국악관현악단의 창작 레퍼토리 등을 보게 될 것이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임동혁, 베이시스트 성민제 등 클래식 스타들의 연주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2017 세종 체임버 시리즈’, ‘클래식 제너레이션’도 세종문화회관 기획 프로그램이어서 가능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시즌제를 택하는 것을 보면 ‘시즌제가 추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추세라기보다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인 것 같다. 사실 잘 갈아진 칼은 아니다. 전체 시장의 리듬을 따라가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적어도 6개월~1년 전에 확정을 지어야하는데 외부의 배우나 연주자 섭외가 안 되면 확정이 어렵다. 다행히도 우리는 예술단이 있기에 이런 부담이 덜한 편이다. ‘세종문화회관이니까 가능하다’는 말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의 경우 ‘호안 미로’, ‘미인도취’, ‘훈데르트바서 특별전’ 등 미술전에서 특히 많은 이들의 호평이 있었는데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을 계획 중인가?

우리 기획전은 순수기획전과 공동기획전으로 나뉜다. ‘미인도취’ ‘백남준전’은 오롯이 우리가 준비한 전시고 ‘호안 미로전’ ‘훈데르트바서 특별전’ 등은 공동기획전이다. 

올해 기획전시는 <화화-반려.교감>전을 준비했다. 인간의 반려체인 동물, 식물이 주제다. 트렌드에 맞는 주제에 한국 작가들의 역량을 결집했다. 

공동기획전으로는 ‘에셔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에셔는 아주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을 주로 그렸던 작가인데 이번에 한국에서 첫 대형전시를 연다. 

‘천원의 행복’(현 온쉼표), 꿈나무국악단 등 일반인과 학생들이 쉽게 문화를 접하고 직접 구성원이 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어떻게 진행을 하려고 하는지?

온쉼표는 3월부터 월별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고 특히 5월과 10월에는 세종문화회관은 물론 서울돈화문국악당과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금년에는 사전에 연간 프로그램을 제작했기에 완성도가 더 높을 것이다.

꿈나무하모니오케스트라단, 벌써 7년째다. 한국형 ‘엘시스테마’의 모범적 사례라 본다. 국악단도 4년차다. 헌신적인 후원자들과 교육자들이 힘을 합친 결과다. 음악 활동을 통해 꿈을 키우고 훌륭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이 성과다. 지역아동센터 중심으로 추천을 받아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렇게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

▲ '세종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 중 남산국악당과 돈화문 국악당이 있다. 두 곳 다 국악중심공연장인데 차별화된 운영 정책이 있다면 

돈화문국악당은 우리가 위탁 운영하고, 남산국악당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다가 남산한옥마을과 국악당을 통합운영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다른 곳에서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규모는 작지만 마이크 없이 자연음향으로 국악의 맛을 살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6개월의 시범운영을 거쳐 개관했고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 관객과 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를 기대하고 있다. 

남산국악당도 귀한 공간이다. 서울시의 국악진흥정책을 위해 협업해야할 대상이다. 앞으로 우리 국악관현악단과 청소년국악단 등 국악단체와 돈화문국악당, 남산국악당 등 공연장 등이 긴밀히 협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공연, 다양한 예술단을 균형있게 운영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울텐데

정말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다목적이다. 예술단과 꿈나무오케스트라단 등을 합치면 10개가 된다. 세종문화회관, 돈화문국악당, 삼청각, 북서울꿈의숲도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잘되려면 예술단이 잘되야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예술단이 잘 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극장은 비즈니스 마인드로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예술단은 복합적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고 하잖나(웃음). ‘균형을 맞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기계적으로 맞출 생각은 없다. 우리 예술단들은 장르가 다 다르다. 약간의 경쟁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필요한 부분이라도 본다.

우리 예술단은 이런 면에서 ‘이중의 정체성’을 가진다. 세종문화회관 소속의 예술단 중 하나라는 생각과 그러면서도 장르적 생태계에서의 정체성을 생각할 수 있다. 그 발란스가 중요하다고 본다. 각각의 개성을 조율화하려는 게 지금 하는 일인데... 내가 왜 자꾸 ‘참 어렵다’라고 말하는지 이제 알겠지?(웃음) 

지난 ‘세종시즌’ 간담회에서 언급됐지만 재정 문제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다행히 위기를 모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세종문화회관의 재정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재정의 안정성은 예술경영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의 어려움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많은 예술 관계자들이 공감하며 걱정했던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의 재정문제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이다. 일단 비영리 공공예술기관이라 완전한 재정자립은 불가능하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70%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예술 사업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데 재원은 제한적이니 속 시원한 해결방안이란 게 없다. 계속 노력해야할 숙제일 뿐이다.

공공의 재원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 공공아트센터로서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대전제를 지키면서 재원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의 위기를 교훈삼아 더 머리도 짜내야햐고 열심히 해야한다. 

최근 문화계가 많이 뒤숭숭한데다 촛불집회 등으로 관객을 모으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잠재관객’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면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세종문화회관이 광장의 중심에 있다보니 요즘 정말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 모든 분들도 세종의 고객이다.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공아트센터로서 시민과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세종문화회관 야외에서 무료 공연 축제나 무료 전시 등을 꾸준히 추진하는 일도 공공아트센터로서 더 많은 시민이 간접적으로나마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재원은 시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시민이 우리를 돕고 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분들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아트센터로서 이런 기회로라도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하신 시민들이 반가울 뿐이다.

단순히 서비스 뿐 아니라 콘텐츠 면에서도 시대를 비판하고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무대에 많이 올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사태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사건들이나 아픔들도 세종문화회관 예술 프로그램 계획에 종종 담겨 있다. 예술은 즐거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줘야한다. 

▲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시즌'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문화예술(공간) 경영자가 갖춰야할 덕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극장경영자가 갖춰야할 덕목도 많을 뿐 아니라 타입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타입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고 보는데, 기본적으로는 예술과 고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져야할 것 같다. 그것이 해당 공간의 미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즉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예술을 어떤 고객을 위해 운영할 것인지 작정해야하는 것이다. 미션에 충실한 경영자라면 다른 약점들이 나와도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다. 예술경영자는 공익성을 기본 전제로 가지고 가야한다.

한편으로는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극장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그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레퍼토리 확보에 강한 욕구를 가질 수 있다. ‘예술가적 리더쉽’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관료들의 리더쉽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결국 미션에 맞는 경영이 필요하다.

세종문화회관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들에게 세종문화회관이 어떤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이곳도 결국 잘 보이기 위해 경쟁해야한다(웃음). 바로 운영비를 주시는 시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벤트성은 지양하고 재원 조성과 관객 개발로 ‘빅 브랜드’가 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의 미래유산이기도 한데 이런 표현을 봤다. ‘서울시민의 기억과 감성이 담긴 가치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시민들에게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 한복판에 굳게 자리잡은, 아트센터 이상의 존재라는 느낌을 가졌다.

나는 이 기억과 감성에 좋은 예술적 기억과 감성이 더 쌓여 마음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종문화회관하면 예술이 떠오르고 마음이 뿌듯해지는 그런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인식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