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 촛불집회, 승리의 촛불이 광장을 수놓다
20차 촛불집회, 승리의 촛불이 광장을 수놓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3.13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4일간 1600만 명이 이루어 낸 위대한 국민의 승리.-

지난 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가 1600만명을 돌파하며 기어이 국민들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만장일치 탄핵 인용을 자축하는 20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1일의 광화문광장에는 “국민이 승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지막 촛불이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되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134일간 1600만명이 치켜든 촛불의 승리로 '탄핵인용' 이끌어온 시민들을 위해 불꽃이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최대 인파와 최장기간의 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등 많은 역사적 기록을 남긴 촛불집회로 국민들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선 우리 국민들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 영하의 날씨에도, 비오는 날씨에도, 눈이 오는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번 탄핵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 ‘촛불이 심판했다.국민이 승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공범들을 처벌하라’는 구호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 박근혜 탄핵을 시작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적폐를 청산하는 등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갈현동에서 온 김현아(30)씨는 ”내 작은 촛불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이번 ‘국정농단’으로 달라졌다.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나라의 기본을 뿌리 채 흔드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참여하는 의식을 가질 것” 이라고 했다.

▲ 광장곳곳에 존재감을 드러낸 '박근혜탄핵 촛불승리'

이번 촛불집회는 다양한 문화예술 행동이 일반시민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풍자물과 개인 코스프레가 광장곳곳에 등장하였고, 예술가들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며 축제의 장으로 이끌었다.

▲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가 거리행진을 하는 시민들을 격려했다.

인천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박수현(16)양은 “광우병사태, 세월호 참사에도 여러 번 참가했는데, 지금처럼 힙합가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나 같은 학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였는데, 이번 촛불집회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촛불시민들을 위한 꽃길

그동안 꾸준히 참여했다는 한 시민은 “이번 촛불집회는 한풀이가 아닌 문화적 소통의 공간이 되었으며, 어른과 아이들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마치 축제를 보는 느낌 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란 국민들의 발밑에도 못 들어간다고 생각 한다”. “정치인보다 국민의 힘이 크다는 것을 광장에서 배웠다”. “촛불의 힘이 국민의 자긍심을 키웠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박근혜도 탄핵됐다!'는 현수막과 촛불을 든 시민들

이날도 많은 예술가들이 보여 준 예술행동이 광화문광장을 축제의 장으로 이끄는데 크게 기여했다. ‘광화문미술행동’에서는 ‘이게 나라다!’ 라는 주제로 서화퍼포먼스를 열었다. 서예가 여태명, 화가 한상진, 김구, 박방영, 판화가 류연복, 시인 이도윤씨 등 많은 작가들이 ‘바람찬 전시장’에 걸린 천위에 즉석에서 그림과 메시지를 남겼다. 신명나는 농악과 함께 시작한 박방영 작가는 10m나 되는 화폭에다 힘찬 매화 고목을 그렸는데,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터져 오른 꽃망울 앞에서 인증 샷을 찍는 등 예술과 소통하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 '광화문미술행동' 바람찬 전시장

여태명 작가는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대형글씨를 써놓아 ‘핵 없는 세상’을 염원했고, 옆면에는 이도윤 시인이 시국에 대한 풍자의 글을 시로 남겼다. 김구 작가는 물속의 청소부라는 새우를 그려 적폐를 청산하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류연복작가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대형 글씨와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를 쓰자 김진하, 송용민, 정덕수씨는 글자 곳곳을 꽃으로 수놓아 광장의 봄을 알렸다. 여기에 한상진 작가의 드로잉이 함께해 ‘바람찬 전시장’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 한겨례신문 노형석 기자와 인터뷰하는 '광화문미술행동' 대표 김진권 작가와 기획자 김진하 작가

‘민미협’ 회장인 이인철 작가는 ‘광화문광장’에 일일 꽃집을 차렸다. ‘박근혜 탄핵’축하 화환 수십 개를 만들어 세종대왕 동상 주위를 화환으로 장식 했다. 그 화환에는 신학철, 김정헌, 이윤수, 박재동, 유홍준씨 등 대개 알만한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근혜 탄핵을 축하하는 촌스러운 화환들을 내 세운 것은 박근혜와 함께 보내야 할 구습을 풍자한 퍼포먼스였다.

▲ 민미협 회장인 이인철작가

특히 이날 광장에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 일본대지진 6주년을 맞아 ‘나비행진’을 펼쳤다. 이들은 상여를 끌면서 아이에게 핵 없는 세상을 외치며, 후쿠시마 일본대지진 6주년 ‘탈핵행진’을 했다.

▲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 펼치는 '나비행진'

또한 비주류예술가들은 그동안 열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옳’ 시국퍼포먼스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열세가지의 “옳” 포스터를 철판에 붙여 행진을 했다. 매주 특별한 아이디어로 시국퍼포먼스를 이끌어온 유진규 선생은 지난주에 ‘봄은 이미 와있다. 탄핵은 인용되고 박근혜는 구속된다’는 포퍼먼스를 마지막으로 진행했었다.

▲ 비주류예술가들이 '옳'이 그동안 진행한 포스터를 철판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우리나라 부정부패를 가득담은 수레가 지나가는 모습을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제사 봄이 온 것 같아 내려왔다는 지광스님(60)은 “묶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다.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 대접받고 잘사는 사회가 돼야한다. 불평등한 사회가 사라지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탄핵에 찬성과 반대라는 두 세력은 마치 남북분단을 연상시켰는데, 우선 국민들의 화합과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해소하고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거쳐 가야 할 산이지만, 정치권도 광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연꽃촛불을 들고 나온 지광스님(60세)

이제 박근혜를 탄핵시키며 촛불의 승리로 이끈 위대한 국민들이 직접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듯이' 우리는 우리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박근혜탄핵 국민의 승리입니다' 촛불탑이 광장에 세워져 역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