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의 콘서트, 말보다 더 깊이 '비전'을 전하다
평일 오전의 콘서트, 말보다 더 깊이 '비전'을 전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3.13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훈숙과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 '자화자찬'이 아닌 '자부심'을 전한 그들

취재 기사이기보다는 가벼운 감상문으로 써야할 것 같다. 기자간담회를 예상하고 갔던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질의응답이 아닌, 노래와 춤의 연속이었다.

사이사이 유니버설 발레단과 리틀엔젤스 자랑(!)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 그래서 '자화자찬'이라고 깎아내려야할 것 같지만, 그들이 짤막하게나마 정성스럽게 보여준 공연에 그 엄격함(?)은 눈녹듯 사라졌다. 바쁜 평일 오전,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던가.

▲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오고무 (사진제공=유니버설 발레단)

지난 8일 오전 기자간담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착한 유니버설아트센터. 조금씩 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어린이대공원의 분위기를 느끼며 도착한 그 곳에서는 '문훈숙과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라는 이정표가 적혀 있었다.

안내를 받고 들어간 곳은 바로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 관람석이 아닌 무대에 앉을 곳을 마련하고 바로 앞에 공간이 마련됐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등장한 것은 오고무였다. '어? 유니버설 발레단 행사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일단 오고무에 취해보기로 했다. 간담회 전 맛보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 인사말을 하는 문훈숙 단장 (사진제공=유니버설 발레단)

이번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이들이 등장해 드라마 <대장금>에 나왔던 '오나라'와 요들송, 그리고 외국 민요를 불렀다(나중에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 곡이라고 한다).

공연 후 등장한 문훈숙 단장은 지난해부터 리틀엔젤스 예술단장을 겸임했다면서 "발레단의 시조가 리틀엔젤스"라며 리틀엔젤스의 공연을 먼저 보여준 이유를 설명했다.

1955년 창립하여 '대한민국 대표 민간외교사절'로 우뚝 선 리틀엔젤스, 그리고 올해로 '33살'이 된 유니버설 발레단의 역사를 설명한 그는 "편안히 공연을 보셨으면 좋겠다. 공연 때는 노트북을 덮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랬다. 문 단장이 생각한 것은 콘서트 그 자체였다.

공연은 이어졌다. 어린 발레리나들의 멋진 발레와 함께 지난 2월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입상한 임선우 발레리노의 몸짓, 그리고 강민우, 홍향기 무용수가 오는 4월 공연되는 발레 <돈키호테>의 한 장면을 미리 보여줬다.

▲ 오는 4월 공연되는 <돈키호테>의 한 장면을 미리 보여주는 강민우, 홍향기 무용수 (사진제공=유니버설 발레단)

중간중간 문 단장과 유병헌 예술감독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어느새 기자의 관심은 이들의 말보다는 '다음 공연은 무엇?'에 더 쏠렸다. 어차피 오늘의 중심은 역사나 비전보다 그들이 보여주고픈 '몸짓'이었으니까.

그 때 문 단장이 "우리는 말 그대로 유니버설입니다"라고 했다. 잠시 정적. NG였다. "이 말이 나오면 다 나와야하는데..." 그리고 나타난 이들은 바로 세계 각국에서 온 발레단 단원들이었다. 각 나라의 선남선녀들은 각자 스타일로 자신들의 언어로 자기 소개를 했다.

그대로 소개만 하고 사라지나 했는데 K팝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장기자랑에서 했던 것을 한 번 소개해봤다"라고 문 단장이 설명한다. 이런 모습을 봤는데 백 마디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외국인 단원들이 선보인 무대 (사진제공=유니버설 발레단)

후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유니버설 발레단 33주년'의 의미보다는 오전 시간에 편하게 콘서트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 한다. 특별한 의미 없이 '그냥 즐겨보자'는 게 콘서트를 연 이유였다. 기자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지만 편하게 마련한 행사를 오히려 여유있게 즐기고 그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문화 기자의 중요한 업무가 아닐까?

백 마디의 미사여구보다 몇 분의 공연으로 문 단장과 유니버설 발레단, 리틀엔젤스의 '자화자찬'을 '자부심'으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공연의 큰 힘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날 행사는 유니버설 발레단과 리틀엔젤스의 가장 큰 비전을 머릿속에 심어놨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노력은 계속된다는 것, 공연은 계속된다는 것, 그리고 역사는 계속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