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당 '존 버거의 스케치북-존 버거展' 개최
열화당 '존 버거의 스케치북-존 버거展' 개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3.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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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세상 떠난 존 버거의 드로잉 작품 전시, 마지막 에세이집 및 사진집 출간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영국의 비평가이자 소설가 존 버거(1926~2017)의 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열화당이 존 버거의 드로잉을 전시하는 자리와 함께 그의 마지막 에세이집과 초상사진집을 출간했다.

열화당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온그라운드갤러리 지상소에서 존 버거의 오리지널 드로잉 60여 점을 중심으로 한 '존 버거의 스케치북-존 버거展'을 열었다. 이 전시는 오는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 존 버거의 드로잉 작품

열화당 측은 "이 전시는 원래 지난해 11월 그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준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올 봄으로 미뤄졌었다"면서 "지난 1월 갑작스런 그의 죽음으로 추모의 의미를 함께 담게 됐지만, 그가 평생동안 함께 하고 탐구해 온 '드로잉'에 대한 생각들을 따라가 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제"라고 밝혔다.

존 버거는 1950년대 초, 당시 핵전쟁의 위기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인쇄 매체와 글이 더 빠르고 적합하다는 생각으로 화가를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는 '드로잉'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드로잉은 어떤 사건을 발견해 가는 자전적인 기록"이라면서 드로잉이 글쓰기와 함께 소통과 발견을 위한 적절한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시는 드로잉에 대한 그의 오랜 생각들을 그의 그림과 글을 통해 따라가보는 자리로, 오리지널 드로잉이 그가 쓴 책 속 글귀들과 함께 펼쳐진다. 자신이 쓴 책에 실린 드로잉과 친필 원고, 그의 아내에게 바친 드로잉과 선물들이 마련되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이들의 글과 함께 유족이 보내온 장례식 사진과 기록들 일부를 전시해 존 버거를 추모하는 곳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전시에 맞춰 존 버거의 마지막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와 그의 평생 동지였던 사진가 장 모르가 50년 동안 찍은 존 버거의 초상사진집 <존 버거의 초상>이 함께 출간됐다.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는 그의 드로잉과 메모, 회상은 물론 알베르 카뮈부터 전 세계적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사려깊은 생각이 담긴 짧은, 혹은 긴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언어는 하나의 몸이며, 살이있는 피조물이다. 이 피조물의 집은 발화된 것뿐만 아니라, 발화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는 그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지만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그 언어들 안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 존 버거의 마지막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와 장 모르의 사진집 <존 버거의 초상>

<존 버거의 초상>은 50년 넘게 우정을 이어 온 막역지우 장 모르가 1960년대부터 찍은 수백 장의 사진에서 장 모르가 직접 가려 뽑아 친구에게 바친 일종의 헌사로 미술비평가, 화가, 소설가, 농부의 모습과 함께 그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과 함께 한 존 버거의 모습은 단란한 한 가족의 모습과 더불어 친구를 향한 애정을 표시하는 장 모르의 의도도 담겨 있는 듯 하다.

전시회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월요일 휴관)까지이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02-720-8260)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