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블랙텐트극장' 해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광장블랙텐트극장' 해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3.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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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극장 깃발을 내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 다함께 부르다

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1월, 서울광화문광장에 기습 설치한 ‘광장블랙텐트극장’이 지난 18일 해체됐다. 해체 기자회견을 통해 경과보고와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판화가 이윤엽씨의 현판식 퍼포먼스를 끝으로 텐트 철거가 진행됐다.

▲ 이민자씨의 사회로 진행된 광장블랙텐트극장 해체식

블랙텐트는 ‘광장을 찾는 시민과 함께 하는 임시 공공극장’으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맞서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뒤편에 설치했었다.  ‘박근혜 퇴진’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됨에 따라 이날 공식적으로 해체에 들어간 것이다.

▲ 판화가 이윤엽씨의 현판 퍼포먼스

첫 개막공연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빨간시'부터 탄핵 선고 전날이었던 지난 9일 '봄이 온다' 마지막 공연에 이르기까지 400여 명의 예술가가 총 72개의 공연 작품을 무대에 올려 그동안 광장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3,373명이었다.

▲ 광장극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분리작업

지난 1월 이해성 극장장은 블랙텐트 개막선언문을 낭독하면서 “현재 우리의 공공극장은 공적 재원으로 운영될 뿐 연극과 극장이 동시대 국가와 사회, 인간에 대해 묻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세계에 놓여 있으며 우리의 삶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이 광장에 극장을 세우고 지워진 목소리, 추방된 이야기를 불러들일 것” 이라고 읊은 바 있다.

▲ 블랙텐트를 제공한 ‘나무닭 움직임연구소’ 장소익소장과 극장장 이해성씨

광장극장이 해체된 이날 이해성 극장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퇴진 때까지 공연하겠다고 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었는데 이제 극장을 해체할 때가 왔다. 하지만 극장 해체로 끝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극과 예술, 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문제의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지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블랙텐트극장에서 세월호참사, 위안부, 노동자등 국,공립극장에서 외면해온 동시대의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졌고 이곳에서 시민과 함께 연극의 공공성, 예술의 공공성, 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왔었다.

▲ '광장극장 깃발'을 해체한 이해성씨와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장소익소장

광화문 캠핑촌 촌장인 송경동 시인은 “광화문광장에 텐트가 들어선지 4개월 열흘이 지났다. 긴 터널인 겨울을 지나 이제야 민주주의의 봄을 맞이했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블랙리스트 관련 헌법 소원을 준비 중이고, 국정원도 지난주에 고소했다. 다음 정권은 블랙리스트 관련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성 극장장과 ‘나무닭 움직임연구소’ 장소익 소장이 광장텐트 꼭대기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자 광장에 모인 기자와 연극인, 예술인들이 다함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 광화문 캠핑촌 촌장인 송경동 시인

 송경동 시인은 헌법제22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장한다”고 말하면서 광장에서 봄을 맞이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윤선, 김기춘이 구속되었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 '광장극장블랙텐트, 광장의 항해를 마칩니다'를 낭독하는 예술인들

또한 “극장이 내세웠던 연극의 공공성, 극장의 공공성, 예술의 공공성은 촛불시민이 열어놓은 새로운 시대에 재정립될 국공립 극장에서 빛나게 구현될 것”이라며, 극장 운영위원회는 앞으로 포럼을 통해 새로운 공공극장 설립을 추진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 천막극장 해체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단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가 불거진 뒤인 지난해 11월4일, 광화문광장에서 ‘우리는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란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다음날 광장에 텐트를 설치해 노숙을 시작하면서 '박근혜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해왔었다.

이렇게 하나둘 둥지를 트게 된 캠핑촌도 오는 22~23일 양일간에 해체할 예정이다.

▲ 오는 25일이후로 해체될 캠핑촌의 모습

광장의 상징물이었던 블랙텐트가 71일만에 해체되고 천막촌도 곧 해체하면서 25일 이후부터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천막만 남아 있게 된다.  위원회는 광장극장었던 블랙텐트 정신을 어떻게 이어갈지 포럼을 통해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