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새김아트'의 개척자 정고암, ‘행복을 새기다’
[전시리뷰]'새김아트'의 개척자 정고암, ‘행복을 새기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3.25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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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조형언어로 세대와 나라를 넘나드는 전각 예술가

‘세김아트’의 개척자인 전각 예술가 정고암의 ‘행복을 세기다’전이 이노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으로 지난 21일 열렸다. 놀다보니 벌써 일흔 고개에 접어들었다는 작가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생명의 에너지로 새기며, 전통예술을 현대미술에 접목시키고 있다.

그는 꿈이 시키는 일을 할뿐이다. 개념이 다르면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오면서 한글과 전통문양을 회화화 하여 ‘새김아트’라는 새로운 전각예술로 장르를 확장시켰다.

▲ 새김아티스트 정고암작가

그가 지향하는 ‘새김아트’는 한국적 정서의 단순미와 색체의 미학을 재해석한 종합예술로서 친자연적인 삶을 반영하고, 순수한 자연인의 시선과 감성으로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각을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호기심과 끝없는 도전이 따른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인장은 왜 아랫면에만 새길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위아래, 옆면을 다 새기는 ‘3D입체’의 전각을 생각해 내고 관련된 자료를 뒤져가며 기법을 익혀왔다. 그리고 먹물이나 인주로만 찍어 검은 색이나 빨간색 위주로 사용하던 전각에다, 유년시절 보아왔던 아름다운 오방색을 입히고 한글뿐 아니라 그림을 새겨 넣어 멀티아트로 승화시켜왔다.

▲ 2015 평화삼족오 (태양속에 산다는 상상의 샛 삼족오)

그의 작업노트를 들여다 보자.

“한국은 우리의 정체성이 문자자체가 전달자로서 도구가 아닌 소리를 내는 주인으로 등극시킨다. 글씨는 보이지 않고 문양과 공간만 보인다. 우린 지금까지 채워진 것만 보았지 텅 빈 공간은 보질 못했다. 아니 볼 생각마저도 못했고, 보여 진 대로도 보지 못했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여 진 세계와 가려진 세계를 하나로 엮어 캔버스에 담아냈다.

온 우주는 소리와 색(色)으로 채워져 있다. 내 한글 작품에서도 한글은 보이지 않고 색으로 된 문양만을 보게 된다. 문양의 형태들을 조합하면 한글의 멋진 소리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된다. 불교적으로 말하자면 색(色)을 넘어선 공(空)이며, 그 공이 곧 소리이자 한글이다.

나는 한글을 주제로 하여 채워져 있음과 비워져 있음이 함께하고 정(靜)과 동(動)이 합일하여 명(命)과 육(肉)을 함께하는 현상세계의 작용을 표현하고자 했다. 모든 문자는 직접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잘 드러나는 시각을 자극하는 색(色)으로만 수천 년 동안 사용해 왔다.

▲ '2016 바다를 건너서 우주를 건너'

내 예술세계는 이러한 현상을 반대로 뒤집어 색을 공(空)으로 바꾸고, 공을 색으로 바꿔 우주질서 속 유무상생( 有無相生)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할 뿐이다’ 는 생각으로 사유의 폭을 넓혀 보고자 했다. 우주는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직과 수평 그리고 원방각을 기본으로 두고 있기에, 한글의 형태는 그러한 구조적 우주철학을 담고 있다. 내 작품에서 단순히 문자(한글)를 읽기 위한 수단을 음양(陰陽)이 대치되고 있는 허실(虛實)의 작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2017 물결, 빛결, 바람결'

‘상식은 전문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그는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끈임 없이 성찰하는 작가였다.

오래 전 독일 훔볼트대학교 미학자 레나테 레슈케(Renate Reschke) 명예교수가 그의 작품을 보고 이렇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작가 정고암씨의 작품세계는 세련된 감각이라 색채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작은 작품 안에 세계 전체를 담고 있어 작품들이 놀랍고 웅대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 '2017 서로 다름의 어울어짐'

그는 모호한 세계에 대해 지금도 고고학을 연구하듯 공부를 하면서 새김아트에 대한 지향성을 넓혀가고 있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일수록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다 버릴 때 진정한 아티스트가 된다고 한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언어가 들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작품과 소통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서 끄집어낸 그의 본성이 그대로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새긴다. 한마음을 새기고, 한마음을 열어두는 소통의 미학이 사유의 길로 초대할 것이다.

▲ '2017 사랑'

새김아티스트 정고암의 ‘행복을 세기다’전은 삼청동 이노갤러리에서 4월2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이노갤러리 (02-722-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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