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함을 통해 아름다움을 묻는 ‘예술만큼 추한(Ugly as Art)’전
추함을 통해 아름다움을 묻는 ‘예술만큼 추한(Ugly as Art)’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3.26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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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예술이 아름답다는 통념 뒤집어

사람들은 어떤 것에 아름답다는 표현과 추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작품 속 추함보다 지금의 현실이 더 추한 요즘 추함을 통해 아름다움을 묻는 전시가 지난 7일 서울대미술관 전관에서 열렸다.

서울대미술관은 2017년 첫 전시로 ‘예술만큼 추한’전을 기획하면서 아름다움과 대치되는 ‘추’의 감각에 주목하면서 ‘추’의 세계를 보여주는 회화, 조각, 퍼포먼스, 사진, 설치등 13명의 국내외작가 작품 50여점을 선보였다.

▲ 구지윤 '얼굴풍경' 2014. 린넨에 유채 117x91cm

어떤 것이 미(美)이며, 어떤 것이 추(醜)의 모습인가에 따라 동시대의 사회적, 정치적인 경향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일상적 삶에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미와 추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한 경험적 미적 판단으로부터 불확실성과 불명료성을 제거하려면 바로 비판이 필요하고, 판단의 원칙이 분명해져야 할 것이다.

뒤뷔페는 “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사람들이 흔히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들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진정한 예술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우리는 추함을 통해서 보다 더 본질적인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서용선 '개사람2' 2008 캔버스에 아크릴 163x146cm

이번전시에는 인간신체를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 비참할 정도로 뭉개지고 일그러진 얼굴이 눈에 뛴다. 구지윤작가는 현대인들이 겪은 일상의 지루함과 불안과 우울한 정서를 캔버스 위에 직관적으로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우고 다시 칠하는 행위의 순환과정을 통해 작가가 경험한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을 표현한 추상회화를 선보였다. 작가의 ‘얼굴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확실성이 두드러져 복잡한 공사 현장처럼, 서로 뒤엉키면서 생성과 소멸이 반복된 붓질이 추함보다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 최영빈 '소리쳐 속삭이다' 2010 캔버스에유채 112x145cm

‘개사람’을 들고 나온 서용선작가는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탐구로 역사를 그리는 보기 드문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인물을 그릴 때 겉으로 보여 지는 외형이 아닌 내면의 본질과 무의식에 초점을 맞춰 끊임없이 존재의 의미를 초월하도록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바닥에 개처럼 납작하게 엎드린 포즈와 거친 붓 자국, 그리고 불편할 정도로 강렬한 붉은색은 무절제한 인간의 욕심, 탐욕과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심승옥작가의 검은색일색의 설치물은 상처와 기억이 혼합되어 있다. 짓다말고 버려진 미완성의 구조물은 수장되어 있다가 발굴된 유적지의 현장인 듯 어딘지 무겁고 불안하다.

▲ 심승옥 '부재와 임재사이' 2015 초산비닐수지,구조목,알루미늄,확성기,아크릴(설치물)

거기에 인간의 삶과 기억을 담은 오브제들의 날카로운 직선이 표면위에 섞여 세월호의 잔재를 보는 듯 무력감과 분노가 배어있다.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오치균작가의 비참할 정도로 웅크리고 있는 얼굴형상에서 인간의 고독, 공포, 두려움이 느껴진다. 무명작가 시절의 절망과 불안을 형체가 흐릿하게 표현해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뜩하다.

▲ 오치균 'A Figure' 1989 캔버스에 아트릴. Dia91cm

이강우 작가의 ‘생각의 기록’은 역사 속에 놓인 현실에 직면한 개인의 내면과 실존에 대한 고민을 사진으로 만들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효과는 시각적으로 긴장을 주면서 정면을 응시하고 고뇌하는 작가의 인물초상은 몽타주로 나열되어 역동적이면서 서사적이다. 한인물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 작가적 삶의 리얼리티가 읽혀진다.

▲ 이강우 '생각의기록' 1994 젤라틴실버프린트 240x400cm

이근민 작가는 환영또는 환청을 통해 보거나 느낀 것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실제 작가가 환각을 앓아와 병을 시각화하여 이미지로 표현해온 것이다.

이 작가의 이미지는 극도의 혐오감과 기괴감,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신체의 장기와 피, 살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마치 큰 동물의 내장이 쏟아져 뒤섞인 듯, 정신적인 고통이 그림 안에 고스란히 표출되어 보는 이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수행이기에 작가 스스로의 삶을 위한 절실한 행위인 것이다.

▲ 이근민 'The Portrait of Hallucination' 2015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최영빈 작가의 작품은 기괴한 형상을 가진 몸을 재현해 매우 그로테스크하면서 감각적이다. 뭔지 모르게 불균형적이고, 기형적이고, 조형미가 없어 자기의 욕망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아주 불편한 그림이다. 보는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들어 마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연상된다.

함진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재료를 발견해 작품을 만든다. 그가 선택하고 수집한 재료는 땅콩껍질, 먼지, 머리카락, 곰팡이, 귤껍질, 휴지등 공산품으로 목적과 쓰임을 다해 버려지는 오브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소비사회의 극단적인 낭비와 부조리의 증거를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행복한 소비를 웅변하는 그의 작품은 섬세한 감성이 담겨있어 꼭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추하지도 않다.

▲ 함진 '무제' 2017 혼합재료 가변설치

외국작가로는 프랑스계 작가 올리비에 드 사가장의 영상 퍼포먼스 '변형'이다. 자신의 신체를 캔버스로 간주하고 얼굴위에 흙과 물감, 나뭇가지등의 재료를 얼굴에 겹치고 쌓아올려 스스로 조각이 된다.

그의 퍼포먼스는 매우 섬뜩하고 파괴적이다. 실제로 신체에 상처나 피가 나는 행위는 아니지만 질감은 시체의 피부를 상상하게 하고, 눈을 그리는 검은 물감은 안구가 제거된 해골을, 입을 그리는 붉은 물감은 피를 연상토록 해 생경한 충격을 준다.

▲ 올리비에 드 사가장 'Transfiguration'2011 싱글체널 비디오,4분23초

정영목 서울대미술관관장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들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과 혐오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느끼는 것이 이번 전시의 콘셉트"라고 밝혔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지움을 부정한 작가들도 있지만 현대적 혼돈과 불안을 포착한 이번전시는 역설적으로 ‘이 세상에 추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전시는 구지윤, 서용선, 심승욱, 오치균, 이강우, 이근민, 최영빈, 함진, 루이스 부뉴엘 & 살바도르 달리(Luis Buñuel & Salvador Dali),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 장 뒤뷔페(Jean Dubuffet), 올리비에 드사가장(Olivier de Sagazan)등으로 5월 14일까지 서울대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전시문의 02-880-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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