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창업 메카'로 정부, 펀드 조성해 160억 지원
대학을 '창업 메카'로 정부, 펀드 조성해 160억 지원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3.28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연 음악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탁계석 평론가

생존의 길이 여기 있다, 힘을 다해 뛰어 보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대학 캠퍼스에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대학창업펀드에 160억원을 지원하고, 대학엔 '창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할 것이라며 27일 교육부가 발표 안을 내 놓았다.

청년 창업은 문화계에도 문화재단 등의 지원 사업으로 단편적인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과가 가시화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엔 전통시장에 살리기 등에 청년들이 참여했지만 말 그대로 ‘시장(市場)’을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어서 성공률이 극히 낮았다. 그런가하면 끊임없는 자기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만들어가는 TV의 ‘달인’ 프로그램은 자기만의 비법(秘法)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범위를 좁혀 음악대학에선 과연 무슨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특성상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고용 절벽이 예술계가 아닌가. 유학, 비(非)유학을 따지기에 앞서 이젠 학력을 털어버리고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을 향해 뛰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처럼 대학이 언덕이 되어 주고 학생들은 계속 ‘언덕’을 만들기 위해 ‘대학’을 졸라야 한다.

유학 안가고 실업자되나? 갔다와서 실업자 되나? 요즈음 이런 말이 떠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창업을 하자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따져 보면서 이제 학력을 던지고, 음악이 되는 사람은 확률을 체크해야 한다. 확률이란 통계여서 나의 감정보다 객관적이지 않겠는가.

유학 안가도 기술력 충분 문제는 고정 관념 타파외 타이밍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장은 “우리 성악이 유학 갔다 와서 다시 해외에 나가 적응하면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유학없이 바로 오페라무대에 진출해야 한다. 유럽 성악도들이 20 대 후반이면 데뷔를 하는데 우리는 5~6이년 늦으니 타이밍을 잃는다. 라벨라 단원들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에 이런 마인드가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정원(定員)에 위기를 느끼는 대학은 그래도 교수가 적극적인 학생 멘토링에 나서지만 여유가 좀 있는 학교들은 학생지도 별 관심이 없어 불만이 높다.

따라서 학생들도 과거 ‘스승과 제자’라는 유교적 관념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현실과 현장을 분석하고 자신의 진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현재 대학에 진로 특강 하나 개설하지 않고 그저 발성이나 피아노 터치 기술만 가르친다면 얼마나 낡은 컬리큐럼인가.

학생도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교수도 대학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현장과 소통하면서 상생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우선 학생들이 바로 취업이 될 수 있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또 현장 시뮬레이션으로 성공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까다롭고 복잡한 기금 지원 서류를 만드는 행정을 해야 하지만 이는 전문가를 초빙하면 된다.

콘텐츠 제작과 상품화 능력이 관건  

 

우선 합창도 가능하고 오페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작곡가의 작품도 어떻게 포장해 상품화 하느냐에 달렸다. 향후 대학 교원 재임용 시 산학 협력 실적을 평가 항목으로 반영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니 ‘무늬만 교수’인 능력자들이 뛰어 들면 좋지 않겠는가.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와 카이스트 동문이 창업한 기업의 총 고용은 약 13만 명에 이르고 연 매출 52조원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대와 스텐퍼드대 졸업생이 창업한 기업의 고용은 각각 200배, 140 배 수준으로 약 2580만명으로 연 매출 7379 조 원이라고 하니 예술계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요 상상이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예술 기술력이 대학을 목표로 한 교수, 강사 되기란 낡은 프레임 하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집중하면 안목이 생길 수 있다.

전국에 잘 지어 놓은 극장 가동률이 30 %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학에 석사 학위 과정으로 ‘K-스쿨’을 확대 운영할 것이라 한다. 참여 대학을 위한 사업 설명회와 특강부터 만들어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