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정의 발레인사이트] 치킨 댄스와 나막신의 등장-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ée)
[김순정의 발레인사이트] 치킨 댄스와 나막신의 등장-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ée)
  •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한국예술교육학회장
  • 승인 2017.03.3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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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한국예술교육학회장

프랑스 시민혁명은 1789년에 일어났다. 같은 해, 2막 3장으로 초연된 <고집쟁이 딸>은 장 도베르발의 안무로 보르도 대극장(Grand Theatre de Bordeaux)에 올려졌다. 남자 주인공 콜렌(콜라스)은 도베르발이 직접 맡았다. 1791년 런던의 판테온 극장. 여주인공 리즈는 테오도르(도베르발의 아내), 콜렌은 디드로, 부잣집 덜 떨어진 아들 알랭은 비가노가 맡아 출연했다.

 이 무대는 당시 안무가 도베르발과 함께 활동한 당대 최고의 무용가들이 모인 경연장이었다. 
스웨덴 출생 프랑스 국적의 샤를 디드로는 러시아 발레의 기초를 다지게 한 인물이고, 살바토레 비가노는 무용, 문학, 음악을 공부한 후 라 스칼라의 발레교사로 명성이 자자했으며 이후 이탈리아에서 발레의 꽃을 피웠다. 

장 도베르발(1742-1806)은 발레를 왕궁의 화려함이나 영웅과 귀족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농가의 평범한 일상과 순박한 농촌사람들이 지닌 솔직하고 재기발랄한 흥취를 무대로 끌어 올렸다. 그는 과도한 장치나 매너리즘에 빠진 격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발레 개혁자 장 조르쥬 노베르의 제자이자 노베르의 이론을 구현한 실천가다.

인생의 재미는 고생과 위험, 모험을 즐겁고도 기꺼이 감당하며 사는데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프랑스의 화가 피에르 안토니 보두인(Pierre-Antoine Baudouin)이 그린 그림 한 장을 우연히 보면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발레작품이 <고집쟁이 딸>이다.

단단히 화가 나 호통 치는 어머니 앞에 밀짚 덤불을 밟고 서서 눈물을 훔치는 딸의 모습이 보이고, 어둠 속 계단으로 달아나는 청년이 보인다. 말괄량이 딸, 빗나간 딸, 잘못 지켜진 딸 등 여러 번역이 있는데 어느 제목도 이 그림 한 장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하여 인생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고집쟁이 딸>은 현재까지도 세계적으로 즐겨 상연되는 가장 오래된 희극 발레다.
 
막이 오르면 농가의 닭장이 보이고 아침을 부르는 유쾌한 닭들의 춤이 시작된다. 화니 엘슬러가 춘 뒤로 화니 엘슬러 파 드 뒤로도 불리는 2인무가 유명하며, 1960년 영국 프레데릭 애쉬턴의 안무에는 리즈의 어머니 시몬느 여사의 흥겨운 나막신 춤이 들어가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래 전 서정자 교수가 국내 최초의 <고집쟁이 딸>을 선보였을 때. 이렇게 즐겁고 사랑스러운 작품이 있을까 감탄하며 행복해 했다. 당시 공연에서 콜라스로 출연했던 김긍수는 국립발레단장이 되었을 때, 자신의 경험을 살려 2003년 쿠바판 <고집쟁이 딸>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렸다.
  
18세기와 19세기 발레음악은 주로 편곡에 가까웠다. 유명한 노래나 오페라의 음악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 도베르발은 55개의 프랑스 노래와 가곡을 편곡해 음악을 만들었다. 또한 직접 시나리오를 썼으며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다. 안무가가 안 되었으면 아마도 음악가로 살았을 인물이다.

장 도베르발의 경우를 보면, 발레 안무는 단지 어떻게 춤을 출 것인가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식견과 고도의 예술적 탁마를 기본으로 해야만 가능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 관객이 알고 있는 희극발레는 <돈키호테> <코펠리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비극인 <백조의 호수>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곧 있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레파토리도 몇 년 전 세종문화회관서 본 <백조의호수>라고 한다. 사실 실망스럽다.

국내 발레계의 레파토리는 다양성이 결여된 편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가볍고 명랑하며 건강한 정서의 발레작품들이 더 많이 국내에 소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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