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17] 길(道)에 관한 소고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17] 길(道)에 관한 소고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17.03.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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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터 사진의 소재로 길을 찍어왔다. 골목길, 산길, 숲길, 비탈길, 언덕길, 바닷길 등을 찍으면서, 길의 다양한 의미 내용들을 생각해보았다. 구체적인 교통수단으로서 가시적인 길뿐만 아니라 인생길, 사양길, 고생길 등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길을 사진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진 것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속담에 따라 어린 시절 고의적으로 고행을 하였던 일을 되새겼다. 대학 졸업후 사회 진출 직전  설악산 동굴에서 1주일을 혼자 지낸후 가진 돈을 다 써버리고  강릉에서 서울까지 걸어가기로 작정하였다. 빈손으로 사회와 부딪쳐보겠다는 객기였다.

황태덕장용 트럭에서 떨어진 노가리를 주워 먹으며 대관령 고빗길을 하루종일 걸어 올라갔다. 횡계리에 도착, 파출소에 가서 하룻밤 잠을 부탁했다. 근무경찰은 이것저것 캐뭇더니 음식을 사주고 숙직실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도 사주고는 지나가는 서울행 버스 운전기사에게 무료승차를 당부하는 것이었다. 너무 쉽게 고생이 끝나는 것이 찜찜해서 횡성에서 하차,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고생 장면들을 사진찍어 동영상을 만들면 ‘고생길’이란 제목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또 하나 내년도의 전시 제목 'Second Life'를 준비하면서 ‘인생길’을 그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