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국악 전문교육 방식이 바뀌어야한다
[김승국의 국악담론] 국악 전문교육 방식이 바뀌어야한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 승인 2017.03.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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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서양음악은 분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 전공별 독립성이 매우 강하다. 이에 반하여 국악은 성악, 기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독립적 장르가 많지 않으며 노래와 춤과 연주, 그리고 극과 각종 기예와 재담 등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가·무·악(歌·舞·樂)의 종합예술적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국악은 과거에는 작곡가나 지휘자가 없이 연주자가 음악의 생성과 변화를 주도하였으므로 악기를 연주하는 능력보다 음악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고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즉흥적이고 자주적인 음악적 능력이 크게 중요시되었다.

이러한 음악적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능력은 장기간 다양한 장르의 노래, 춤, 음악과 연희(演戲)와 같은 인접 장르를 숙달하고, 여러 악기를 다루어보는 경험들이 쌓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악 전공교육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전공만을 심화 학습하는 서양음악 교육방식과는 달리, 각종 예술의 문화적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도록 하고 더 다양한 장르와 종목을 섭렵하게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색깔과 시대적 흐름을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 방식이어야 한다.  

전통사회의 국악을 향유층 관점에서 본다면 지배계층보다 기층민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가 압도적으로 많고 다양하다. 따라서 기층음악을 모르는 전문음악인이 국악의 새로운 음악이나 장르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층음악을 두루 잘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는 것은 국악교육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악 전문교육에서는 각 지역의 민요와 농악, 가면극 음악 등 다양한 기층음악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악계에서는 흔히 양반과 지배계층을 향유층으로 하는 음악을 정악, 기층민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을 민속악이라 하는 이분법적 구분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인 장르구분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정악과 민속악의 연주층은 동일집단이었으며 이들은 오히려 여러 장르의 상호 영향을 주도하면서 국악의 균형적 발전을 이끌어왔다.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을 짓고 어느 한 쪽으로만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국악의 균형적 발전을 가로 막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상급 명인들을 살펴보면 학습과정에서 한 가지 장르가 아닌 다양한 장르, 그리고 다양한 악기를 두루 배웠음을 알 수 있다. 판소리, 양금, 가야금 산조, 병창, 여성국극, 창극, 한국무용에 두루 능통한 김소희가 그랬고, 판소리, 가야금 산조, 병창, 여성국극, 창극에 능통했던 박귀희가 그랬고, 대금산조, 해금 산조, 퉁소 산조에 능통한 한범수가 그랬다.

또한 대금 산조, 피리 산조, 퉁소 산조에 두루 능통한 이생강과 판소리, 가야금 산조, 병창, 설장고에 두루 능통한 안숙선과, 거문고 산조, 해금 산조, 병창, 춤에 두루 능통한 김영재와 판소리, 가야금, 창극, 아쟁에 두루 능통한 김일구와 사물과 태평소를 능숙하게 다루는 김덕수가 또한 그렇다. 이처럼 한 사람의 명인이 여러 장르와 악기를 두루 다루는 것 또한 과거 교육방식의 산물이자 특장으로서 현재에도 유효하다. 

따라서 국악전문교육 초기에는 춤으로 기초를 다져 음악을 몸으로 체득한 후에 다양한 장르와 악기를 넘나드는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음악을 다루는 능력을 신장시키는 결과를 낳으며 결국 많은 음악이 연주인에 의해 생성·변화되는 능력을 함양시켜 다양한 악기를 다루고 여러 장르를 경험하여 음악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인재 양성 교육방식이다.  

현재 국립 중·고 전문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방식은 정악과 산조, 그리고 초견 등 대학 국악과의 입시 과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이제는 국악전문 교육방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악은 국악의 특성을 담아 교육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와 같이 전공중심의 정형화된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종합예술적 성격을 살린 특성화된 교육이 선행된 전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