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무형의 가치,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다시 보는 문화재] 무형의 가치,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7.03.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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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 쓰임이 부족한 옛 것. 일상에서 옛 것이 당장 쓰이지는 않지만 기꺼이 오늘의 시간을 투자해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옛 것의 소중한 가치를 알기 위함에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옛것을 토대로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기 위한 법고창신(法古創新). 지금 우리 문화재를 대중 앞에 세우는 데 잊지 말아야 할 지혜이다. 

문화재 전시의 가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지 고민해야하기도 하지만, 무형의 문화재를 어떻게 살려낼 것이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옛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토대를 변화시킨 새 것부터 보여주려 든다면, 문화재가 문화재로서 가치를 잃고 ‘보여 지기 위한 산물’로 전락한다. 

무대 앞에 펼쳐진 무형의 문화재가 대중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그 가치를 당장 그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그 무대를 지켜봐야 할까. 전시나 공연과 같이 ‘보이기 위한 장치’에 있어 대중을 이해시키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한국 박물관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시점에 과거 ‘박제된 박물관 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 소통하는 박물관으로 거듭 발전해왔다. 주로 유형문화재 전시를 다뤄왔던 한국 박물관의 성장 속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흥미로운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하며 대중 입맛에 맞춰가는 박물관의 행보를 볼 수 있다.

한국 박물관은 전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전시와 교육, 행사 등 인적자원을 통한 소통의 도구들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며 ‘전시실 속 유물’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무형문화재 전시에서만의 과제는 아니다. 대중 앞에 선 모든 것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유독 무형문화재 전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옛 것의 형태가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그 가치가 크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유형문화재 전시와는 다른 시선의 고민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전시장에 담아두는 것은 아카이빙 전시에 불과하고, 무형의 유산, 옛 것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 탄생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영화가 대신하고 있다. 거대한 전시실에 긴 설명문은 기념사진 찍기 좋은 효과에 불과하고 문화재의 작업실을 일부 옮겨다 놓고, 매년 몇 단계의 작업을 재현하는 일회성 시연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무형문화재 전시에도 기본에 충실함이 필요가 있다. 무형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종목에 따라 서로 다른 매력을 담고 있는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고스란히 무대에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무형문화재 공연 종목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공예기술 종목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지정문화재에게 대중을 상대로 일회성 공개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갈 위험성이 큰 종목을 선별하여 일 년에 몇 개 종목만이라도 문화재 탄생의 전체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지속적이면서 깊이 있는 그들만의 특성화된 무대가 마련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뭐든 보여주면 된다.’는 식에 알맹이 빠진 무형 문화재 전시- 몇 시간짜리 무대, 몇 일짜리 시연- 좁은 부스에 재료 나열해놓고, 백날 똑같은 시연을 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쓰임이 없는 옛 것’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의 일부만 공개하는 행사는 쇼에 진하지 않다. 

이제 옛 것을 살려낼 진중한 고민으로, 무형문화재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시연과 상설전시로 무형문화유산의 전승에 있어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연결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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