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정치와 예능, 예능과 정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정치와 예능, 예능과 정치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7.03.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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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내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온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판으로 쏠리고 의견도 양립되는 등 국론 분열의 사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판보다 더 재미있는 유머는 없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로 정치권의 위신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치 풍자 예능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시사 예능의 다양화로 정치와 예능의 만남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vN의 ‘SNL코리아' 는 첫 방영 당시 신랄한 정치풍자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김슬기라는 라이징 스타를 만들어내며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정치 풍자 코미디는 사라졌고 'SNL코리아'는 끊임없는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어떤 프로그램보다 강하게 정치인들을 풍자하고, 시국을 반영했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로 결국 'SNL코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날카로운 사회·정치 풍자의 기능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SNL코리아'는 시즌 9의 물고를 틀면서 신랄한 사회 풍자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순실은 물론이고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갈등도 신랄하게 풍자하는 등 사회 이슈를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또한 5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과 대중문화의 접점도 넓어지는 추세이다. 이는 대중문화와 예능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 SBS 웹예능 '양세형의 숏터뷰'에는 대선주자들이 출연해 인터넷상에서 큰 이슈가 됐다.

이 프로그램은 TV가 아닌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로 누적 조회수가 3500만건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층까지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접근이 용이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 잡았다며 호평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SBS에서는 ‘캐리돌 뉴스’라는 신개념 뉴스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들과 똑같은 캐리돌을 제작하여 배칠수, 전영미 등의 성대모사로 현 상황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사실감의 극대화는 물론 수많은 이슈들을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여, 직설적인 비틀기를 통해 재미와 통쾌함을 준다. 예능 형식을 표방한 뉴스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시사 예능과도 그 맥을 함께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연령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정치도 예능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다만 여느 예능 프로그램처럼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신념과 가치관을 녹여낸 시사 예능이 탄생한다면, 대중들과의 소통을 우선시 하는 정치 예능으로 탈바꿈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