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뭍으로 간 해녀, 홍경찬 著/ 도서출판 단디
[신간]뭍으로 간 해녀, 홍경찬 著/ 도서출판 단디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7.04.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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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하는 해녀의 아들이 써내려간 글질,해녀들의 일상 속 깊은 사연들 생생히 담아 내
▲뭍으로 간 해녀, 홍경찬 著/ 단디 펴냄

제주도 해녀들이 뭍으로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전쟁은 해녀를 뭍으로 보냈다. 통영에 해녀배가 운항하고 다도해 물빛 바다에 숨비소리가 들리는 이유를 물질하는 해녀의 아들이 글질을 통해 써내려 갔다. ‘뭍으로 간 해녀’(단디 펴냄, 저자 홍경찬)가 출간됐다.

제주도 해녀들이 뭍으로 간 이유는 감태 때문이다.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쓸모없던 감태와 소라 값어치가 올랐고 해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뭍으로 오게 됐다. 감태는 화약의 원료로, 소라는 군용식량으로 대체되면서다. 출향해녀 이동은 일본의 해산물 수요가 군수품 원료 목적으로 전환돼 해녀 수입도 늘었다.

그러나 해녀들이 번 돈으로 자식 공부를 시키면서 그들이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눈을 떴고 특히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4.3 사건과 6.25 발발시까지 자식들은 비운을 맞게 됐다. 전쟁특수로 인해 높은 수입을 얻은 해녀들은 자식들을 일본으로 유학 보냈고, 몇몇 자식들은 일본에서 신학문을 익히며 사회주의자가 되어 제국주의와 싸웠다.

통영 봉평동에 열 척의 해녀배가 정박하고 있다. 한 척당 10여명의 해녀가 생활하고 있다. 열 척의 해녀배가 부지런히 불턱 연기를 피어 올리며 전복과 해삼, 성게를 잡아 올린다. 그 물질에서 자란 해녀의 아들이 글질을 하며 써내려간 ‘뭍으로 간 해녀’를 펴냈다.

신석기 시대 사람의 인골이 연대도에서 발견됐다. 1987년 셀마 태풍이 통영을 강타하자 2,500여 년 전 연대도에서 활동하던 신석기인의 인골이 발견돼 이목이 쏠린 적이 있다. 2,500여 년 전 이들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조사도 실시됐다.

이 조사에서 해녀의 잠수병 일종인 외이도골종이 발견되면서 신석기인이 잠수를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줬다. 외이도골종은 오랜 기간 잠수하는 사람의 고막 안쪽 뼈가 튀어나와 외이도를 좁게 만드는 것으로 이시기에도 잠수어로를 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국립진주박물관으로부터 영구임대 돼 통영시립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태풍이 잊혀진 역사를 불러왔다.

출향해녀들의 삶을 보면 비진도 고인순 해녀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진도 총각과 결혼했다. 제주도에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들어갔지만 오빠들의 반대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비진도 5명의 해녀 가운데 마지막 해녀이다. 비진도 홍덕자 해녀도 21살 때 갓난 아기를 안고 섬으로 들어왔다. 물질을 하지 못해 비진도 섬에서 배웠다.

덕자씨가 물에 나서면 아기는 동네 주민들 젖을 먹고 자랐다. 1년 늦게 비진도에 입도한 남편은 큰 딸이 유치원에 입학하자 요리사가 되어서 섬에 중국집을 열었다. 섬 아이들은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다.

허윤선 해녀는 포항과 부산에서 물질하다 고향 서귀포로 돌아갔다. 뭍에서 전복을 캐고 번 돈으로 서귀포에 밀감나무를 심었다. 포항의 전복이 위미리 귤나무가 됐다. 송옥자 해녀는 1948년 4.3 사건이 발발한 해에 태어났다. 허윤선 해녀와 함께 부산에서 물질을 함께 하다 그녀와는 달리 뭍에서 정착하게 됐다.

제주해녀문화가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음에도 제주도와 달리 출향한 해녀 지원은 미비하다. 안미정(49 문화인류학 박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뭍 농사도 짓고 바다 신을 중요하게 인식한 점에서 제주 해녀의 생활사를 살펴보는 연구를 해왔다.

▲저자 홍경찬

안 교수는 해녀배가 곧 탈의장이 되고 불턱이 된다는 통영의 특징을 전했다. 배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합리적인 공간이자 한 배를 탔다는 해녀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고 했다. 한국 해녀 문화가 남해안 지역의 해녀문화 특수성도 동시에 봐가면서 이 문화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그분들에 대한 어로 환경 개선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녀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해야 될 역할이자, 이제부터 고민을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국내는 삼면의 바다이고 어촌마을이 있고 여성들도 있다. 지역의 해양 특수성이 한국 해양문화 다양성으로 표출해나가야 하고 어촌이 잘 살아야 여성 해양 문화가 더 돋보이게 되는 점을 전했다.

‘뭍으로 간 해녀’는 총 3장으로 1장 출향해녀의 역사, 2장 살아있는 도서관 해녀 3장 다도해 물빛 해녀로 구성돼 있다.

1장 출향해녀의 역사에서는 ‘전쟁은 해녀를 뭍으로 보냈다’, ‘연대도에 다녀가셨군요’, ‘고된 삶, 눈물 씻겨주는 해녀배 불턱’, ‘평화의 섬과 포로수용소’, ‘지속가능한 물질을 위한 방안’이 수록돼 있다. 

2장 살아있는 도서관 해녀에서는 ‘전복 수명은 해녀가 잡을 때까지’, ‘추자도 테왁에 핀 동백꽃’, ‘통영의 출향해녀’, ‘해녀의 노동시간, 물 때’, ‘세계인류문화무형유산과 소외받는 출향해녀’가 수록돼 있다.

3장 다도해 물빛 해녀에서는 ‘성게 떡국과 해삼냉채’. ‘포항 전복이 위미리 귤밭이 되다’, ‘비진도 짜장면’, ‘사랑의 야반도주’, ‘잃어버린 해녀의 이름’이 수록돼 있다.

척박한 삶에서도 하루하루 성실하게 출향 해녀들을 문학적 대상으로 삼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지방성에 함몰되지 않고 이를 넘어서 다양한 지역성을 찾으려는 그들의 입장에서 기록했다. 고향은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이 태어났지만 그들이 자란 시간도 포함한다. 그 긴 시간 동안 해녀들은 제주 고향을 떠나 물질했지만 영원한 고향은 바다다.

오는 4월 17일 월요일 오후 7시 통영 봉평동 통영제주나잠부녀회관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해녀배 정박지이다. 해녀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12p. 가격 1만 8,000원. 문의: 출판사 단디 055)681-9822.

[리뷰]

■“전쟁특수로 인해 높은 수입을 얻은 해녀들은 자식들을 일본으로 유학 보냈고, 자식들은 일본에서 신학문을 익히며 사회주의자가 되어 제국주의와 싸웠다. ‘좋은 삶’을 위한 분투가 신산한 역사의 한 자락을 만들어냈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해녀, 더군다나 타지로 나가 물질을 하며 평생을 보낸 출가해녀의 고단한 이야기는 삶이라는 아이러니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안태호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공간사업팀장-

■흔히 물질하는 해녀를 일컬어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라고 한다. 출가 해녀인 저자의 어머니는 또 하나의 저승을 찾아 제주를 나왔다. 그렇게 저승에서 벌어온 돈으로 공부하고 자란 아들은 글질하는 기자가 되어 어머니의 저승을 취재했다. 해녀에 대한 책은 많지만 이 책이 남다른 이유는 저자가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출가 해녀의 기원부터 오늘의 모습까지 깊숙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

■출향 해녀들이 앉았던 불턱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광이 아리다. 현무암에도 구멍이 숭숭 뚫린 바람타는 제주와는 달리 해녀배 불턱은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될 유물이다. 혹독한 밑바닥 정서가 바탕에 깔려 단 한마디 유희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삶이다. 긴 세월 생존을 위한 바다 삶에서 체화된 바다의 숨비소리를 기록해 후대들에게 남겨줘야 한다.  -유천업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 관장-

■언제였더라. 재일교포이자 예술가로 활동하는 친구가 갑작스레 ‘해녀학교’에 들어갔다고 소식을 전했다. 실은 내 친구가 돌아가신 할머니(재일교포 1세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몇차례 제주를 찾았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장소에서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여기에 자연에 가까운 삶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그렇게 자연스레 ‘해녀’의 의미에 다가섰던 것일게다. 덕분에 나는 그 후로 친구를 통해 ‘해녀’에 대한 먹먹함을 가질 수 있었다.

■출가해녀, 특히나 시대와 자본의 흐름에 따라 분화된-어찌보면 조업방식의 한 형태에서 시작된- 한국근현대사가 산출한 하나의 장면. 고향을 떠나 한반도 이곳저곳으로, 먼 섬 일본으로까지도 진출했다는 기록에 출가해녀가 불렀다고 전해지는 그들만의 노래가 문득 시간을 머금고 더해진다. 이 책은 출가해녀의 생활사와 그 사회사적 관계와 맥락을 문헌조사 및 인터뷰에 기초한, 이야기 발굴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최윤정(독립큐레이터/미술비평, 자주출판공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