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현안에 귀 기울이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문화예술계의 현안에 귀 기울이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4.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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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생태계를 정상적으로 복원시키겠다는 의지 피력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더불어포럼 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 에 참석해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가치로 세우는 문화국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소리꾼 이은선씨가 공연 시작과 함께  "암행어사출두야"라고 외치자 함께한 문화예술인들도 한 목소리로 "암행어사출두야"를 외쳤다. 문재인 후보의 등장을 익살스런 퍼포먼스로 연출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 기조연설에 나선 문재인후보

이날 '문재인,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 문화포럼은 남요원(더불어포럼 예술위원회 위원장)씨가 사회를 맡아 각 장르별 예술가들의 현안질의와 문재인후보의 정책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했다.

문재인후보는 인사말에서 “이번 촛불광장은 우리 문화의 힘이 하나로 뭉쳐진 ‘국민 한마당’이었고, 광장을 평화와 감동으로 만든 것은 위대한 문화의 힘이었다”며 기조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계를 이념과 정치논리로 길들이려 했지만, 성숙한 우리문화는 오히려 낡은 정치를 바로 잡아 새로운 세상을 열게 했다. 문화와 예술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며, 민주주의 자체이며 인간의 창의성을 키우는 원천이다”고 말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가장 최선의 복수는 적들과 다르게 되는 것이다’란 말을 인용하며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 더불어포럼 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문재인,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에서 문재인과 문화예술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어 그는 문화예술인들 앞에 반드시 지킬 원칙을 약속한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문화예술인들이 “왜 그렇게 간섭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율성과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며 "지식거점, 문화거점이 전국 곳곳에 골고루 퍼지게 함으로써 강력한 지역분권으로 지역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지역 문화진흥기금을 확충하고, 동네에서 문화를 배우고 연습하고 발표 할 수 있도록 생활문화공간도 넓히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문 후보는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안정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화 창조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바꿔 청년일자리를 늘리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함께 예술인 표준보수지급기준을 제정하고,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해 예술인들의 지위를 보장하고 공정한 작업 대가가 돌아갈 수 있는 문화계를 만들 것도 약속했다.

▲ 사회를 맡은 남도원(더불어포럼 예술위원회 위원장)

예술인복지금고를 조성해 긴급생활자금과 작업실 전세금을 지원함으로써, 수입이 불규칙한 예술인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프랑스 앵떼르미땅 같은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하고 “예술창작공간과 문화콘텐츠 창작 인프라를 조성하고 폐산업 시설, 원도심 같은 노후시설을 활용하여 청년기획자와 예술인들이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의 자랑거리이자 미래 먹거리인 문화산업의 공정성을 보장해 영화, 방송영상물, 출판, 웹툰, 캐릭터 등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고 사용 정보의 투명한 공개시스템을 만들어 1인 창작과 중소제작사 위주의 투자, 융자를 넓히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문재인,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 공연을 한 소리꾼 이은선씨

또한 그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 문화예술로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수록 민주주의는 커간다며, 모든 국민이 문화를 누리고 문화로 행복한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며 ”책 읽는 나라가 강한 나라다. 책을 많이 읽자”고도 했다.

그의 기조강연이 끝나자 각계예술인들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었다. 블랙리스트연극인들은 광화문광장에 가설극장을 세우며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겼다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 문학평론가 황현산선생

문재인후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가폭력이다. 국가재정을 도구로 국민이 향유할 문화 권리를 막았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하겠다”고 밝히며 “이번계기로 낡은 정치와 잘못된 문화정책을 바로 잡아가며, 진실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겠다" 고 말했다.

긴급현안질문에 나선 ‘꽃다지’는 사드문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사드가 장기화될 경우의 대안을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로 문화계가 직격탄을 맞았는데, 장기화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말했다. "중국이 정치 외교적 문제를 경제나 문화 쪽과 연계해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철희 ‘돌베게’ 출판사대표

문학평론가 황현산선생은 문화계블랙리스트는 미래로 나가는 길을 막았다. 우리문화예술인들은 권력이 없고, 돈도 없고, 있는 것이라곤 몸과 마음뿐이다. 문화는 강함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니 예술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말했다.

한철희 ‘돌베게’ 출판사대표는 “책을 사랑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대통령이 읽는 독서목록을 공개해, 책 읽는 나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전대통령은 다독가로 유명하다. 백범김구선생도 아름답고 부강한 나라는 문화가 융성한 나라다”고 했다. 꼭 정권교체가 되어 문화가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만화가 박재동교수는 택시기사 일화를 들며 “예술이란 개인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며 택시기사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어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예술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정치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것을 광장 촛불집회에서 배웠다” 며 아름다움을 위해 전 생애를 던지는 사람이 예술가이기 때문에 마땅히 존경 받아야 된다고 말해 참석한 예술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박재동씨는 “인공지능이 대세인 시대에, 문화예술이 인류의 미래다” 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 박재동 만화가

문재인후보는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 마무리 발언에서 “저도 책을 좀 썼기에 문화예술인 자격이 있다.”며 ‘문화예술인의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주요 기관의 독립성, 자율성, 투명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을 확보하고, 문화예술인 발굴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공언했다.

특히 표준계약서와 관련해 문 후보는 "예술인복지법에 표준계약서 제도가 규정돼있지만 의무화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표준계약서 내용을 법이나 시행령으로 명시하고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에 참여한 문화예술가들

이날 행사에는 황현산 문학평론가, 안도현 시인, 임옥상 화가, 한철희 돌베개 대표, 김인호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 박재동 만화가, 윤태호 작가, 원수연 작가, 김은숙 방송작가, 김은희 방송작가, 신대철 기타리스트, 가수 리아, 김삼력 독립영화 감독, 김강덕 애니메이션 대표 등 더불어포럼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영화, 방송, 연극, 음악, 웹툰·만화, 무용, 애니, 문학, 출판 등 문화예술분야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