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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빈의 ‘또 하나의 경계’ - 분단시대의 동해안 1986-2016」
시대를 읽어내는 안타까운 풍경, 14일부터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려
2017년 04월 09일 (일) 23:04:47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동해안 경제의 중추역할을 하는 ‘7번국도’는 동해안을 남북으로 잇는 축이 되는 국도다.

‘7번국도’ 해안가에 길게 늘어선 동해안 철조망은 냉전시대의 반공과 안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분단이다. ‘저녁에 철책에 들어가면 무조건 사살 한다’는 김기덕감독의 영화 ‘해안선’에서 보여준 잔혹한 분단 현실 속에 숨겨진 광기에서 ‘또 하나의 경계’와 마주친다.

   
▲ 양양 1990 Gelatin silver print, 16×20 inch (사진제공 - 엄상빈)

그의 사진들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철조망 풍경이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 묶는 묘한 구석이 있다. 단순한 기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만이 가진 능력일 것이다. 그 슬픈 묵시적 풍경들은 정치적 이념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시대정신을 바르게 읽어내는 그의 사진전은 오는 14일부터 5월2일까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에서 ‘또 하나의 경계-분단시대의 동해안 1986~2016’을 주제로, 13번째 개인전을 겸한 출판기념회를 연다.

   
▲ 속초 1998 Gelatin silver print, 16×20 inch (사진제공 - 엄상빈)

사진가 엄상빈씨는 “사진은 감성으로 담아내지만, 자기시대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진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사진가는 “7번국도변에서 자란 탓에 어려서부터 보아온 낯익은 바닷가 풍경이었지만, 철조망을 이용해 호박넝쿨을 키우고 때로는 빨래나 오징어를 널어 말리기도 하는 이 구조물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러는 사이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군사작전지역이므로…’ 하는 식으로 경고 문구도 순화되고, 지역 주민들의 경제와 맞물린 요구가 거세지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철조망이 철거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 양양 2001 Gelatin silver print, 20×24 inch  (사진제공 - 엄상빈)

이어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성화 봉송 때는 ‘자연보호 The Preservation of Nature' 라는 거짓문구를 붙이는가하면, ’7번국도‘에서 보이는 수많은 경계초소를 감추느라 커다란 소나무를 베어다 가려놓기까지 했다. 이는 성화 봉송을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의 눈을 속이려는 임시방편이었지만, 지나가는 한순간을 위해 베어진 소나무는 동해안만 해도 수만, 수십만 그루였으리라 짐작된다며, 이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철조망을 두고 벌어지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 속초 1998 Gelatin silver print, 16×20 inch  (사진제공 - 엄상빈)

‘불미스러운 풍경 – 엄상빈의 동해안사진’ 해설을 쓴 정진국 미술평론가는 ‘또 하나의 경계’를 보고 우리에게 수없는 물음표를 던지며 말하고 있다.

“어쩌다 우리는 넓고 푸른 바다를 가로막지 않고 살수 없게 되었을까? ‘눈 가리고 아웅’한다든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기 조차 부끄러울 만큼 터무니없는 짓 아닐까. 철망으로 청천벽해를 가리겠다고! 철조망에 가려진 그 넓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60년 동안 미움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더욱 부풀리고 키우기만 했다.

꽂힌 화살과 창을 뽑지도 않고 어떻게 상처가 아물기를 바랄까? 고운 모래밭에 쇠말뚝을 박아두고 어떻게 금수강산을 노래할까? 비록 정치적으로 우울한 방책이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씁쓸했을까? 철망에 오징어와 미역, 가자미와 해초를 널어 말리는 어민들마저 볼 수 없었다면!”

   
▲ 속초 1990 Gelatin silver print, 16×20 inch  (사진제공 - 엄상빈)

그는 철조망이나 초소가 늘 생활주변에 가까이 있어 마치 일기를 쓰듯 사진으로 담아냈지만, 때로는 눈치를 보며 찍어야했고, 발각되면 곤혹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계속 촬영할 수 있었던 힘은 통일이 되는 ‘그날’을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훗날 철조망이 걷히고 나면 ‘분단의 고통을 겪었던 1980년대와 90년대 우리나라의 풍경이 이러했노라’고 사진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30년간 동해안 철조망을 기록해온 것이다. 그는 철조망과 군 시설물, 지역민들의 모습과 정권의 흐름, 통치이념이 바뀌면서 변모하는 철조망의 연대기를 시대를 읽어내듯 담담한 기록으로 남겨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 고성 2016 Archival Pigment print, 40×60cm (사진제공 - 엄상빈)

그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작업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오늘의 남북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학생들을 데리고 떠난 수학여행에서 통일전망대를 오르며 ‘통일절망대’라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는 그는 지난여름 수많은 피서객들이 마주했을 철조망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비쳐졌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 또하나의 경계 / 눈빛 / 40,000원 (책표지)

그의 사진전은 우리에게 수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을 하게 만든다. 변화하는 시대에 서로 다른 사회집단이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는 사물이 스스로 말하도록 만들어 그저 보이는 것을 찍었을 뿐, 그 어떤 것도 왜곡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가 직접 프린트한 은염 흑백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흑백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흑백사진 40여점을 비롯해, 최근 촬영한 컬러사진 10여점도 함께 전시한다.

   
▲ 사진가 엄상빈

우리 현대사의 상처로 남은 엄상빈의 ‘또 하나의 경계 – 분단시대의 동해안 1986-2016’전은 사진. 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오는 5월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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