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서 자화상 통해 나 자신 돌아보는 자화상 그렸으면"
"윤두서 자화상 통해 나 자신 돌아보는 자화상 그렸으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4.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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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공연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 세미나 "창작오페라, 소재의 자유로움이 선결 조건"

오는 5월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 공연을 앞둔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작품의 소재인 윤두서의 '자화상'과 창작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오페라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6일 오전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미디어작가 김일동의 '미디어아티스트로써 바라본 윤두서'와 <붉은 자화상> 작곡가 고태암의 '작곡의 코드', 장수동 연출가 겸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의 '한국 창작오페라의 세계'가 이어졌고 사이사이에 작품에 수록된 곡들을 출연자들이 직접 시연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 윤두서 자화상으로 미디어아트를 만든 미디어작가 김일동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일동 작가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테마파크'로 구성한 미디어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윤두서의 자화상을 바탕으로 윤두서의 눈을 대관람 차로, 입을 바이킹 놀이기구로, 이마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얼굴은 이 기구들을 제어하는 복잡한 전자 칩으로 이루는 등 상상력과 색색의 표현이 돋보인다.

김 작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면 구조가 생기고 또 상상을 통해 새로운 구조가 생길 것"이라면서 "지금의 상상들이 새로운 윤두서를 창조하고 새로운 구조를 가지게 됐다. 테마파크는 상상하고 만들고 갇히고 또다시 그것을 깨는 상상을 하고 만들고 갇히며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이며 습성"이라고 밝혔다.

고태암 작곡가는 "윤두서의 자화상을 봤을 때 섬세하면서 위풍당당한 수염의 방향과 강렬한 눈에서 자신감, 슬픔, 두려움 등 여러 모습을 봤다"면서 "성악가 장철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파트의 성악가들과 몇번의 워크샵을 통해 내용 또는 음악적 부분을 수정 보완하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 고태암 작곡가

그는 두 가지 관점을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윤두서의 당당함과 자신감있는 모습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해탈한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적 의미도 생각했다. 거울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림 안에 숨겨진 또다른 나의 심리적 상태의 내포적 의미 또한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제목처럼 붉은 자화상은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면서 "관객 여러분들이 윤두서의 자화상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신의 자화상을 감상하면서 그려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한국창작오페라 70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창작오페라의 과제로 '역사적 소재, 인물 중심의 오페라에서 벗어나기', '세계 전략 다시 짜기', '공공극장과의 네트워크 체제 구축', '국립 시립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의 역할 분담'을 들었다.

▲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장 감독은 "작곡가에서 소재의 자유를 줘야한다. 꼭 우리 것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셰익스피어도 좋고 SF 소설이라도 어떤가? 우리의 옷이 아닌 얼굴을 걸친 오페라면 된다. 소재의 자유로움이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오페라의 세계화 전략을 위한 상설 국제교류센터의 창설과 극장을 중심으로 중앙과 지역간의 오페라 교류 등을 통한 지속적인 공연 기회, 창작오페라 레퍼토리의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오페라의 역사는 곧 극장의 역사"라면서 "극장 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하면 우리의 자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창작 오페라 <붉은 자화상>은 우리나라 초상화의 최고 걸작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에 얽힌 비화를 그린 창작오페라로 윤두서의 회화 세계와 그의 딸 영래와 수제자 영창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겪으면서 자화상을 완성시킨 윤두서의 삶을 노래로 표현한다.

▲ 극중에 나오는 윤두서의 아리아를 열창하는 바리톤 장철

이날 세미나장에서는 영래 역의 소프라노 박하나와 영창 역의 테너 김주완의 이중창 '사랑을 말해', 윤두서 역의 바라톤 장철이 부른 아리아 '눈보라 속에서'가 미리 선을 보이며 극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했다.

<붉은 자화상>은 오는 5월 6일과 7일 양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