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별세
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별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4.1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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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영화 '미망인' 연출, 전후 여성의 욕망 여성의 관점으로 표현
▲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사진제공=여성영화인모임)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선생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박남옥 감독은 1923년 경북 하양에서 태어나 이화여전 가정과에 입학한 뒤 문학과 미술, 영화에 심취했고 학교 중퇴 후 대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중 윤용균 감독의 소개로 조선영화사 촬영소에서 일하면서 영화와 연을 맺었다.

이후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세>에 스크립터로 촬영에 참여했고 1955년 <미망인>을 연출하며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미망인>은 한국전쟁 후 남편을 잃은 아내들의 고충과 처지를 여성의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모성에 충실한 내용이 아닌 전후 여성들의 솔직한 욕망을 여성의 관점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성 대신 자신의 사랑을 선택하는 여성을 통해 감독은 전후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생존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당시 박 감독은 딸을 출산한 직후의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여의치 않자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등에 업고 촬영을 했고 제작비가 부족해 스탭들에게 직접 밥을 해주며 영화를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 작품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

▲ 아이를 업은 채 <미망인>을 촬영하는 박남옥 감독 (사진제공=여성영화인모임)

이후 1997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미망인>이 상영되면서 영화의 존재가 알려졌고 박 감독은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라는 칭호와 함께 남성 중심의 열악한 영화계에서 존재감을 알린 감독으로 각인됐다. 2001년에는 임순례 감독이 그의 영화 인생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박남옥 감독은 "<미망인>을 찍을 때 죽을 만큼 고생했지만 눈물나도록 그 당시가 그립다"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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