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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말없는 시(詩)와 틈의 경계에서 만난 사진가 이경희의 ‘필름 맵’전
영화 로케이션 장면을 담은 전시, 갤러리 ‘브레송’에서 오는 20일까지
2017년 04월 16일 (일) 21:04:06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영화는 무용과 연극에 이어 시공간 예술이다. 또한 산업이자 예술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다. 똑같은 영화지만 감정의 흐름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장소가 새롭게 인식된다.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것은 영화의 공간과 사건이 일어난 지리적인 배경에서 오는 기표(signifier)들이다. 영화로케이션 현장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화로케이션 장면을 소재로 한 사진가 이경희씨의 ‘필름 맵’ 전이 지난 10일 충무로갤러리 ‘브레송’에서 책출판과 더불어 전시회를 열었다.

   
▲ auditorium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영화주인공처럼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빈 관람석의 검붉은 사진과, 빨간 벽사이로 영화 속 장면이 현실세계를 차단시켜 그녀가 초대하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한국영화의 발상지인 부산에서 활동하는 그녀는 ‘영화 속 그곳’을 통해 기억을 제창조하고 장소를 재해석했다.

그녀가 사진하고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시(詩)라고 한다. 시어(詩語,Poetic diction)에서 틈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을 찾아내듯이, 틈을 통해서 우리주변에 있는 것, 미처 보지 못했던 것, 지나쳤던 것을 끄집어 내 영화 속 장소가 그녀로 인해 재해석 되고 있는 것이다.

   
▲ ‘필름 맵'의 사진가 이경희씨

“영화장면으로 나왔던 그곳은 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무대로 우리에게 로케이션으로 인해 덧입혀진 정체성의 장소를 경험한다. 마치 배우처럼 찍고, 찍히면서 놀이를 하며 욕망을 생산하고 소비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또한 “로케이션 되었던 장소를 촬영하는 것은 장소의 정체성 변화와 욕망의 지층을 기록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 지층을 재해석하고 덧칠하는 과정으로, 카메라는 장소와 행위의 의미를 누적해 나가고 동시에 재발견 한다” 고 작업노트에 밝히고 있다.

   
▲ 대구화원 본리[황진이.1986.임권택감독]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사실성을 생명으로 하는 로케이션 장소는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곳이다. 문지방영역처럼 유리로 된 창으로 상호작용을 순환하며 생성과 변천으로 역사성을 갖는 동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유리는 외부와 내부의 거리를 지우며. 유리 안에 있는 사람이나 유리밖에 있는 사람이나 똑같다. 안과 밖의 차이를 굉장히 새롭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유리다.

똑같은 것이라도 그냥 놓여있는 것보다 유리 안에 들어있으면 뭔가 달라 보인다. 백화점 유리창을 들여다보면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역할을 하고 있어 안과 밖의 경계를 느끼게 한다.

   
▲ 갤러리 브레송에 전시된 작품

영화장소도 마찬가지다. 종로에 있는 정독도서관이 홍상수감독 영화 ‘북촌방향’ 로케이션 장소가 됨으로써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녀는 요즘도 마음이 영화 속에 들어가 현실세계와 차단된다는 느낌이 좋아 매일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고 했다. 본다는 것은 기억이 기억을 기록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공간은 시간 속에서 우리네 삶과 경험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 영선동 영도.변호인2013.양우석 감독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그녀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무심코, 전철역입구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단지를 받게 되었다는 그녀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아주 낯선 이미지와 텍스트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게 되었다며, 그 상황이 영화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함을 느꼈다”고 했다.

‘사진으로 시를 쓴다’는 그녀는 찾아다니지 않아도 시어처럼 어떤 장면이 자신에게 걸어오고, 때론 카메라가 비밀이야기를 하듯 귓속말로 속삭이기 때문에 사유의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이다.

   
▲ 아리솔 찻집 [경주.2013.장률감독] (사진제공-갤러리브레송)

신수진 사진심리학자는 그녀의 사진엔 늘 미풍이기도, 폭풍이기도 한 바람이 불어왔다고 해설에 썼다. 오늘도 사진가 이경희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詩)를 읽으며 바람결 따라 도시를 산책할 것이다.

내가 그 나이였을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것이 겨울이었는지 강이었는지
언제 어떻게 인지 난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준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는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 길에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파블로 네루다 <시>

   
▲ 눈빛사진가선041 '필름 맵' 이경희사진집 /12,000원/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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