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차 촛불집회]4월 16일의 약속과 함께 여는 노란슬픔의 봄
[22차 촛불집회]4월 16일의 약속과 함께 여는 노란슬픔의 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4.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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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년 영원히 기억할게’로 진행된 광장문화제

세월호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22차 촛불집회가 지난 15일 열렸다. 이날 광장곳곳에 노랑풍선과 노란리본과 노란불빛이 모아져 시민들 가슴에 노란슬픔을 함께 느끼게 했다.

'세월호참사 3년 기억 문화제'로 진행되어 ‘미수습자 수습과 조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면서, 3주 만에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세월호참사 3주년을 맞아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추모 문화제 분위기에 맞춰 노란 리본을 매달거나 노란 손수건을 둘렀다.

▲ 3년전 4월16일을 기억하라는 노란리본이 노란슬픔을 상징하고 있다.
▲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 노란색종이로 감싼 촛불을 나누고 있는 모습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대에 올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이겼습니다” 라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 박원순시장은 “광화문광장 세월호 텐트촌은 이 슬픔과, 이분노와, 이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전체가 세월호인 것을, 국가가 결국 집이란 것을, 우리가 나서서 낡은 집을 허물고 국가라는 새로운 집을 광장시민들과 함께 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촛불집회에 함께한 박원순서울시장과 이재명성남시장
▲ ‘미수습자 수습과 조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는 시민들

그리고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이제 그만 긴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 함께 같이 집으로 가자”고 말해 유가족들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한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세월호유가족들, 세월호 생존자들은 공개편지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종로에 산다는 양선우(32세)씨는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답답했는데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왔으니 진실도 밝혀지리라 믿는다.

광장에 나와서 느낀 게 많다. 우리시민들도 다른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함께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 세월호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22차 촛불집회

세월호생존자 중 김성묵씨가 무대에 올라 그동안 숨어 지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하고 숨어 있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오게 됐다.

얼마 전 세월호 선체가 육지 위에 힘겹게 올려 졌지만 아직 완전히 인양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호 안에 희생자들의 꿈이 실려 있고, 유가족들의 아픔이 실려 있으며, 생존자들의 악몽과 고통이 실려 있다”고 강조했다.

▲ 가수 한영애씨가 시민들과 함께 '조율'을 부르는 모습

가수 한영애씨가 무대에 올라 “아, 이제는 잊어야겠어, 라고 생각하면 잊히는 일들이 있지만 그럼 결심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는 일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하늘로 먼저 간 우리 친구들을, 그리고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우리 친구들을 추모한다”고 말하며 ‘조율’을 열창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 시를 낭송한 신경림시인과 한충은 대금연주자

이날 촛불집회 무대에는 신경림시인과 한충은대금 연주자가 나와 세월호희생자를 위한 시를 낭송하고, 대금을 연주하자 공중에 메달린 노란풍선이 너울너울 춤을 춰 노란촛불 든 시민들의 마음을 함께 모아 세월호 3주년을 추모했다.

▲ 22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재동씨

모든순서가 끝난 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세월호 인양은 끝나지 않았다”며 미수습자 수습, 선체조사와 보존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촛불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어 오는 29일 23차 촛불집회에도 다함께 참여하자며 마무리 했다.

▲ ‘미수습자 수습과 조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는 22차 촛불집회

일산에서 왔다는 백지원(48세)씨는 딸(남유지(20세)과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분양소에 참배하러 나왔다며, “지난겨울 촛불집회마다 참여하면서 우리나라도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촛불시민들의 아우성소리가 지금도 쟁쟁하다. 촛불의 힘으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렸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이번선거로 인해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2차 촛불집회에 세월호배모형 위에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메모를 남겼다
▲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이날 무대에서 신경림선생이 낭송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시(詩)전문이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신경림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렇게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

▲ 22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