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와 분권의 시대, 다시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문화
자치와 분권의 시대, 다시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문화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4.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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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단연합회 정기총회 및 대표자 대토론회

(사)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회장: 김혁수)와 (재) 용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정기총회 및 대표자 대토론회가 지난 17일~18일 이틀간 용인 한화리조트 베잔송에서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재단 대표자와 직원들이 열띤 토론을 통해 오늘의 문화재단 정체성과 기초 문화재단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성을 총 점검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본지 논설위원)이 참가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 주-

▲ 대토론회 후 단체사진

봄비가 내리는 용인의 속살같은 골짜기는 벚꽃이 만발해 아름다웠다. 군데군데 인기척도 없이 홀로 서있는 호수의 풍경은 나의 살던 고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했다. 오후 3시 20분 아담하게 자리한 한화리조트 베잔송에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다소 무겁던 분위기는 첫 발언자인 강창일 안산문화재단 대표의 따끈한 현안 이슈가 달구어지면서 점차 목소리들이 높아지면서 고조되어 갔다. 사실 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창립대회를 한 것은 2012년이지만 당시 이 기구에 대한 정체성 문제가 좀 정리되지 않아 그간 묵혀 있었다가 이제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된 것이라고 김혁수 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은 말했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의 기조 발제>

발제는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의 기조로 시작되었다. “2017 지역문화정책의 변화 및 주요 이슈”란 제목이다. 정책의 변화는 국민의 정부로부터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비교하면서 중앙정부의 지역문화정책은 문예진흥과 문화격차해소에서 문화분권에 따른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그 사례가 바로 지역문화재단연합회 발족과 광역문화재단 협의회의 발족을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의 Top-Down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생태계에 맞는 문화정책의 연구와 지역 맞춤형 독립적 거버넌스로서의 재단이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 창의성과 문화 인력, 창조적 역량을 그 도시가 스스로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문화자원을 활용해 매력적인 지역 문화를 가꾸어가야 한다고 했다. 궁극은 형식화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에 목표를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지역 문화재단 설립은 가속화되어 현재 넘는다.

따라서 지역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문화정책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따라서 문화재단의 역할 , 문화행정이 변해야 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격차해소, 문예진흥을 넘어 하루속히 문화자치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의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정책수립의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문화기본권, 지역문화진흥법의 재정에 맞는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역생태계 복원, 문화귀촌활성화를 통해 문화예술인의 지역정착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문화자치가 실행될 수 있다. 

이밖에도 문화정책 전달체계 보완과 문화인프라 구축시 종합계획 수립 의무화, 생활문화공간에 민간투자 유치의 방편으로 투자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건폐율을 높여 주는 방식 등이 제안되었다. 문화행정 간소화, 문화매개 활동가 육성 등도 제기되는 등 다양한 아이템의 정책 이슈와 문화 실행을 위한 제안들이 나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음은 각 문화재단 대표의 주요 발언들이다.

강창일 안산문화재단 대표 누구나 겪는 핵심 난제의 하나가 문화재단 사업에 부당한 간섭으로 예산에 난도질을 하는 의회의원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다. 지역에 따라서 협조가 잘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초재단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에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역의 영향력있는 문화 인사나 시민들이 문화의 관심이 반영도 될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죽을 힘을 다해 만든 멋진 프로젝트가 예산 때문에 쓸모없는 기획이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기가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재단을 보는 사회의 눈, 의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문가 아닐까 싶다.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

전주는 행정 인력이 2,000명이 되는데 여기 6%의 인력이 문화를 맡고 있다. 예산도 중앙부처가 2%대인데 비해 6%를 쓰고 있으니 훨씬 풍족한 편이고 모두가 문화전문가로서 자긍심이 넘친다. 전주는 문화가 한마디로 뭔지를 아는 도시이고 실제 그 실행이 수치로나 관광객, 주민의 만족에서 드러나는 곳이어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재단은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장님 이하 시청의 관심도 높고 125개의 고유사업을 하고 정부 사업도 40%를 하면서 체계화되어 있다.

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문화재단의 정체나 존재감에 따르는 반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행정의 협조체계가 잘되면 시의원들도 별수 없이 따라오는 경우가 될 것이다.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끌어가야 예산 걱정을 지울 수 있고 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예산을 세워주겠다며 격려도 많다.

지역 단위에서 국제행사를 하는 것은 우리뿐인데 도(道)와 연계해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 등의 과제가 남아있지만 시민참여가 중요함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문회재단 끼리 서로 홍보를 협력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상규 천안문화재단대표

우리는 5월에 흥(興)페스티벌을 하는데 관객도 많고 반응도 매우 좋다. 우리는 5가지 정책을 만들었다. ① 지역 문화 창작과 매개 ② 균형 발전 세대와의 장르 확장③ 생활 속의 문화 실현보급 ④ 품격 높은 문화  ⑤ 성장 동력과 경제 인프라 연계 등이다. 문화재단의 위상에 대한 홍보가 많이 필요하고 요즈음의 SNS 활용도 효과가 있다. 

신혜숙 춘천문화재단이사장

사업 아이템이 많다보니 170개가 넘는다, 직원들이 밤늦게 일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서 그만하라고 해도 그렇게 열심이다. 젊은 예술인들,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이 있으시면 소개해 달라. 예술가들의 경제적인 것을 풀어주는 것이 급한 일이다. 

김완준 경주문회재단사무처장

재단협회가 이렇게 창립하고 모여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고 발전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재단 대표의 명칭도 각각이다. 오늘 대표 모임이지만 앞으로 직원들이 더 많이 참여해 일할 사람 중심으로 실무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대표야 임기 따라 자리를 떠나는 사람이니까. 아무튼 이번 용인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긴말한 협조 체제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임월규 원주문화재단 대표

시와 의회의 문제는 어디서든 부딪히는 관계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하부 소속 기관이거나 하청업체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감사 출석 요구가 아니면 나가지 않아도 된다. 문화예술과 수준에서 재단을 간섭하려는 것은 부당하고 이를 뛰어 넘는 문화재단의 위상과 의원들에게 잘못을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한다. 

전체 회의는 내용이 더 있지만 이날 세미나의 결론은 “협회가 할 수 있는 ‘브랜드 사업’과 꼭 해결해야 할 정책 아젠다를 만들어 중앙부처와 논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로써 문화재단연합회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 발전 방향이라고 본다. 

▲ 대토론회 모습

김혁수 회장 

지난 3년 동안에 1년에 2회 이상 순회 토론회로 성공 사례, 조별 발표가 있었다. 이번엔 대표자들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업무상 시의적절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원로예술인 지원사업 등이 우리 재단이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에 문화부가 바라는 것은 브랜드사업을 좀 개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주 좋은 출발이다. 앞으로 정책까지 아우르는 초석을 다지는 때에 회장을 맡아서 하면서 책임감과 함께 감사를 드린다. 여러분과 잘 만들어갔으면 한다. 

민간자율 재단 탄생을 위해 중요해진 문화재단의 역할

미르문화재단 사태로 국민들의 문화재단에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이 참혹한 실패를 끝난 말미에 마련된 지역문화 재단 토론회는 조용하지만 향후 재단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진지한 자리였다. 

사실 공무원이 문화 전권을 갖고 쥐락펴락하던 시절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젊은 엘리트 문화행정가들이 현장에서 사명감을 불태우고, 뭔가 더 나은 문화를 만들고자 땀 흘리는 현장의 목소리는 그래서 희망이었다. 무엇보다 지역 혼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면서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했던 상황에서 연합체를 통해 실시간 교류하고 공동의 목표 설정을 향해 나갈 수 있음은 우리 문화의 성숙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문화재단은 선진국 형의 것과 크게 다르다. 자율성이나 재원에서부터 관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숙명적 태생 때문에 카리스마 있는 문화재단, 품격과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단계로 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율과 창의, 지속적 사업 집행이 어려운 점, 당장의 성과 집착과 대표의 재신임이 맞물리는 등의 한계성도 분명이 있다.  또한 예산이 부족해 무늬만 문화재단이거나 기금의 요구가 많은 것에 비해  재원의 부족은 전시성이나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토론에서 핵심은 지역재단이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고 결과 지역주민의 삶에 문화가 녹아드는 것에 가장 힘을 주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방해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공동 대처할 것인가에 집단지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시민의 문화주권 의식이야 말로 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을 존재하게 하는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임을 확인한 것도 성과다. 나아가 지원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동아리 문화에 공간제공이나 인큐베이터 역할로 확산될 수 있는 묘판(苗板)을 만들어주는 것도 재단사업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문화재단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과 문화재단에 기꺼이 기부를 하는 새로운 사회 기풍을 조성하는 것은 모든 재단의 사명이다. 하여서 빠르게 관주도 재단에서 민간자율의 재단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 4차 산업시대를 살아갈 조건을 만들고 문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삶을 윤택하고 가치의 삶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에 기초 지역문화재단이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단법인 출범에 따른 우리의 다짐과 제안

2017년 4월 18일 오늘, 전국의 지역문화재단들이 자치와 분권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생태계 복원과 새로운 지역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어 문화 분권 및 문화 자치의 큰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문화정책 패러다임이 지역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고 또한 사업으로서가 아닌 관점으로서의 지역문화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중앙중심의 문화 구조를 개선하여 상향식 및 분권형으로 구조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문예진흥기금이 고갈되는 등 문화계 공적 자금에 대한 문제점이 도출 되었습니다. 
따라서 문화계 공적자금의 구조를 개선하고 지역 단위에서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또한, 삶의 질 향상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생활문화 확산에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의 위상을 지역문화의 구심점으로 지역문화재단과 함께 발전해 나가고자 지금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다짐하고 제안 합니다.

하나.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상에 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나. 문화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누구나 문화예술로 행복한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문화생태계를 구축한다.

하나. 지역의 문화예술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시민, 예술가와 호흡하고 중앙정부, 광역 등과 협력한다.

하나. 지역문화재단의 특성을 고려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자원을 연계한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공유하고 교류한다.

하나,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의 창의성을 꽃피우는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대표사업을 발굴한다.

하나.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 및 재정 확보에 대한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을 요구한다.

하나. 자치와 분권의 시대, 다시 지역에서 시작하는 지역문화의 주체로서 시대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2017년 4월 18일 사단법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