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사진판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 보기] 사진판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7.04.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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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사진가

사람들이 사진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 

아무리 이미지 홍수시대에 살고 있으나, 오래된 사진이나 기록적가치가 높은 사진은 차원이 다르다. 예술 보다 더 소중한 기록의 역사성을 하잖게 여기니, 어찌 역사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수 많은 무명사진가들의 소중한 사진자료들이 쓰레기더미에 썰려나가도 사진계의 어느 누구하나 나서는 이가 없고, 정부도 사회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진가들이 평생 찍어 온 필름들이 집안의 애물단지처럼 굴러다니다 본인이 세상을 떠나면 그냥 소멸되고 만다. 이런 지경이니 사진가들이 잘 팔리지도 않는 사진집이지만, 살아생전 책 한 권이라도 남기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부기록보존소’에는 왜 역사적인 사진자료를 발굴하여 소장하는 부서가 없을까? 고작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알려진 작가 위주로 소장전을 갖기도 했으나, 사진가들의 이전투구로 그마저 뜸하다.

어느 분야의 예술이건 작가들의 삶이란 빈궁하기 짝이 없다. 예술계 전반에 대한 빈곤의 문제지만, 그중에서도 가난한 작가는 사진가이고, 사진 중에서도 기록에 전념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다. 탁상에서 할 수 있는 문학 같은 일과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다큐사진과는 경제적 비용 발생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아무런 보상이나 보장도 없지만 오로지 사명감하나로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사진을 전공해도 사회에 나오면 다들 몇 년을 견디지 못한다. 사회는 다른 직업을 갖고 틈틈이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를 원하고 있다. 

사진가들이 다들 살기 어려우니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고 있다. 최근 페북에 글을 올려 말썽을 일으킨 두 사진가 모두 가난에서 비롯되었다는 공통점은 일말의 동정의 여지가 있으나, 그 행위 자체는 용납할 수 없다.

거론된 해당 출판사나 갤러리 측은 많은 사진 중에 선택해야 했으니, 밀려난 사람의 입장에서는 갑질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건 아니다. 어려운 사진계를 위해 애쓰는 분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며 의욕을 꺾어버렸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심의한다는 모욕적인 말을 퍼트리기도 하고,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겠다며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두 분 다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 피해를 입은 당사자만이 아니라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많은 사진가들을 부끄럽게 했기 때문이다. 그 불미스러운 사건은 개인적 욕심과 자기도취에 빠진 사진가들의 전형적인 자화상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다큐멘터리사진가들만이 아니라 사진계 전반에 문제가 많다. 아마추어 사진가들 모임인 ‘한국사진작가협회’라는 거대한 조직은 포기한지가 수십 년 넘었지만, 그 대안으로 창립한 ‘민족사진가회’마저 개인의 사유화로 방치되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 구심점이 없으니 단합 할 수 없고, 단합할 수 없으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여태껏 그 많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점에 저항하며 기자회견장 한 번 마련 한 적 없고, 타 단체와 연대해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문제점을 시정하고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아 나선 적도 없었다. 선배나 후배나 모든 사진가들이 자기밖에 모른다. 어느 예술매체보다 사회현실과 가까워야 할 다큐멘터리사진가들 조차 나서지 않으니,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사진에 대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면 정치인들과 교류도 있어야 되지만, 정치적인 일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예술행위에 정치가 개입되는 자체는 말이 되지 않지만, 사진계 발전이나 후진을 위해서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사진인 스스로 권익을 찾지 않으니 누가 권익을 찾아주겠는가? 그러니 정치인마저 사진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대선후보의 문화포럼에 모든 예술분야 인사들이 골고루 참석했으나, 유독 사진가만 한 사람도 없었다. 이건 한 사례일 뿐이지만 도처에 사진이 개 취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또한 자업자득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쪽 팔려 못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