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
[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04.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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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지난해 말부터 탄핵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지속된 촛불집회는 국가권력의 시대에서 시민주권의 시대로 정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맹추위 속에서도 촛불집회에 1,0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향상된 것도 이유이겠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은 힘은 역시 문화였다. 2002월드컵 때에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을 운집하게 한 것도 역시 문화의 힘이었다. 

문화는 미적 향유를 통한 행복감을 갖게 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능도 있지만, 고단한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마음에 치유와 힐링의 기능을 주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따뜻한 인성을 형성하게 하는 기능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를 통합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촛불집회의 성공은 문화의 사회 통합적 기능이 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은 더 이상 전문 예술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시민들은 더 이상 문화의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문화예술의 당당한 주체자이자 생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시민을 문화 소비자로만 보는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 문화의 창조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전국 어디에 가도 시민 문화동아리들이 문화예술의 창조자로서 성취감을 느끼며 인간적 연대감을 형성하며 소통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과 같은 훌륭한 법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문화기본법’은 문화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법이다. 즉, 문화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임을 천명하고 문화의 가치가 교육, 환경, 인권, 복지, 정치, 경제, 여가 등 우리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해야한다는 법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생활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진흥 정책을 추진해야한다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문화환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실천은 허약하다. 아직도 중앙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은 전문 예술가가 선순위고, 시민 생활문화예술은 후순위이다. 또한 문화예술 지원정책의 패러다임도 예술가 및 전문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게다가 지원 대상·규모를 정부 기관이 심사하여 문화예술계가 공공기금에 예속돼 있어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제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과감하게 중앙정부로부터 지역 문화재단으로 이관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주체자이자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시민 생활예술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 

어떠한 지원정책을 수립하든 선행되어야할 것은 지원 대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수요자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니즈에 부응하는 정책이어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소수의 예술가·전문가들보다 다수의 시민들을 우선으로 하는 지원정책을 펴야한다. 시민과 지역 주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원 정책을 우선으로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시민들 창조활동이 이루어지는 연습 공간과 발표 공간을 돕는 지원정책 등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도 문제이지만 지역 지자체도 문제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시민들이 문화의 단순 향유자가 아닌 문화주체자, 문화생산자가 되는 문화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도시 곳곳에 건강한 생활문화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생활문화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활성화해나갈 것인가, 어떻게 조화롭게 문화다양성을 이룩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시행해나갈 필요한 예산 및 재원을 확보하고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목표는 물론 그에 따른 로드맵이 부재한 지자체들이 대부분이다. 

이 모든 것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수행과정까지 시민들이 참여해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관 주도의 문화예술 지원체계에서 벗어나야한다. 이제는 문화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문화진흥사업을 수행해나가기 위하여 시민들과 전문가로 구성된 범시민 ‘문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