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 ‘광화문미술행동’의 ‘100일간의 기록’전
촛불시민 ‘광화문미술행동’의 ‘100일간의 기록’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5.07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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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시민이 함께 한 아름다운 소통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했던 ‘광화문미술행동’의 ‘100일간의 기록’  전시회가 열리고 자료집이 출판됐다.

오는 16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100일 동안 광화문광장에서 펼쳤던 다양한 미술설치물과 기록사진들을 함께 선보인다.  이들은 100일 동안 매주 다른 프로젝트로 다양한 예술행동을 펼쳐 광장에 나온 많은 시민들에게 멀게 만 느껴졌던 민중예술을 가까이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커다란 현수막 천 위에 작가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서예 퍼포먼스가 끝나면 시민들과 소통하며 현 시국에 대한 그림을 그리거나 메시지를 남겼다.

▲ '광화문미술행동의 김준권 대표와 기획자 김진하,부대표 류연복(좌로부터)

마치 조선시대 때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신문고처럼, 유치원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정의를 위해 마음속 울분을 터뜨렸다. 광화문미술행동에 참여한 작가들 또한 시민들의 숭고한 행동이 반드시 역사를 바꿔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작업실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흉물처럼 거리를 메운 경찰차 벽에 작가들과 시민들의 그림이나 글이 담긴 현수막을 걸어 전시장으로 만들었고, 매주 시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공연, 그리고 전시와 인증샷 사진 찍기 등으로 축제의 장을 만들며 광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펼쳤다. 예술이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삶의 일부였다.

▲ 인사동 '나무화랑' 전시모습

지난 겨울 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이 말했듯, 이번 촛불집회가 민주주의를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광화문미술행동'의 프로젝트는 14주 100여 일 동안 ‘퇴진행동’본부와 ‘예술인텐트촌’의 전체진행 컨셉에 맞추면서, 독자적인 ‘광화문미술행동’을 진행한 것이다. "OVER THE WALL" 타이틀 아래 크게 세 개의 마당과, 15개의 작은 소주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외치며 촛불집회를 예술로 승화시켜 왔던 것이다.

▲ 100여일간 '광화문미술행동'의 발자취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라는 차벽공략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차벽을 넘어 광장으로 들어와 촛불시민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촛불광장’에 ‘바람찬전시장’을 만들어 매주 시국현안에 조응하는 다양한 현수막전을 펼쳐, 촛불시민들에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또한 ‘그날, 나도 여기에 있었다’ 인증샷 배경막을 설치해 역사의 현장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다큐사진가들이 촬영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해 광화문광장을 예술을 즐기는 자리로 만든 것이다.

▲ '그날, 나도 여기에 있었다' 시민참여 인증샷찍기

2017년 첫 주말을 맞은 촛불집회 때는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타이틀로 차벽공략을 시도했으나 경찰들과 몸싸움까지 하는 사태로 번졌다.

경찰들의 저지로 경찰차들이 도열한 땅바닥에 전시를 하거나 작가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양쪽에서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은 작고한 오윤 선생의 ‘칼 노래’을 비롯해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민중미술을 선보였다.

▲ (11차 촛불집회) 차벽공략 Project- '우리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차벽프로젝트 마지막에는 ‘응답하라! 1987 한 걸음 더 2017!’를 진행했는데,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받던 중 사망한 서울대 학생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모를 겸한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대형 사진들과 그림들이 광화문 광장을 수놓아 30년 전의 민주항쟁을 다시 떠올리게 했는데,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1987년이나 오늘이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 부활이다”며 입을 모았었다.

▲ (12차 촛불집회)차벽공략 프로젝트 - 응답하라! 1987'

2번째 프로젝트인‘ 차벽 넘어 광장으로’가 진행되는 날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상황에서 펼쳐졌다. ‘동녘이 밝아 온다, 광장은 자유다!, 봄날은 온다!’라는 글귀를 적는 서예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하얀 천위에 함박눈이 쏟아져 서예가 여태명씨의 대형 붓이 빗자루처럼 눈을 쓸어가며 글을 쓰는 진경을 보이게도 했다. 또한 ‘광화문미술행동’의 판화가 김준권, 류연복씨는 정유년 세화를 즉석에서 찍어 판매하기도 했다.

▲ (13차 촛불집회)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붓글씨를 쓰고 있는 정병인작가

특히 설날에는 촛불집회 대신 우리 전통문화를 향유하는 행사로 ‘촛불시민 만복래’를 진행했다.

이른 시간부터 설날 한마당을 열어 시골에 내려가지 못한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참여한 한마당에는 백기완 선생의 말씀을 판화가 류연복씨가 붓글로 적은 작품을 백기완 선생께 선물하여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시민들은 백기완 선생에게 세배를 올리고, 선생은 세뱃돈을 나누어 주는 등,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 희망, 새 뜻을 기리는 자리를 만들었다.

▲ 설날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백기완선생에게 세배를 하자 세배돈을 나눠줬다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서는 정유년 새해를 맞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으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기에 우리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 는 주제의 목판화전을 열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서 '광장 목판화전'이 열렸다.(참여한 작가들)

세 번째 프로젝트인 ‘촛불광장 프로젝트’는 ‘임을 위한 행진곡’, ‘민주주의 촛불공화국만세’, ‘역사, 광장민주주의’, ‘촛불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로 공식적인 모든 프로젝트를 마쳤다.

삼일절에는 보수단체의 태극기 오용에 안타까워하며, ‘태극기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위해 ‘바람찬 갤러리’에서 태극기 특별전을 열어 시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 (18차 촛불집회)‘태극기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위해 태극기특별전이 열렸다.

특히 이날은 세종대로까지 점거한 태극기집회로 인해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느낌마저 들었다. 경찰차벽으로 경계선을 만들어 한쪽에서는 태극기집회가 열리고 바로 차벽 뒤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리는 진풍경을 보여주었다.

김준권씨는 ‘3.1절 만세깃발을 들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많은 대나무 깃발을 준비했으나 폭력을 우려한 경찰의 저지로 깃발이 바닥에 누운 채 내리는 비를 맞아야 했다.

▲ '광화문미술행동'김준권대표 - ‘3.1절 만세깃발을 들자!’

3월11일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박근혜전대통령이 탄핵되어 파면 당했기에 ‘광화문미술행동’작가뿐 아니라 광장에 나온 모든 국민들이 승리를 자축하는 날이 되었다.

이날 ‘민미협’ 회장 이인철작가는 ‘광화문광장’에 일일 꽃집을 차려 ‘박근혜 탄핵’축하 화환 수십 개로 세종대왕 동상 주위를 화환으로 장식했고, 류연복작가는 바람찬갤러리에 설치된 대형 화폭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란 대형글씨로 시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 화가 류연복씨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를 썼다.
▲ (20차 촛불집회) 옥상에서 바라본 '광화문미술행동'의 바람찬갤러리

‘광화문미술행동’은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역사전’을 마지막으로 모든 진행을 마쳤다. 필자의 기획으로 진행된 촛불역사전은 광화문광장의 시민혁명을 기록해 온 다큐 사진가들과 시인, 화가, 춤꾼을 비롯한 촛불시민들의 생생한 기록들을 한자리에 모우는 의미 있는 전시였다.

매주 토요일마다 펼쳐온 예술행동의 역사현장기록은 각기 다른 색깔로, 시민들 속에 녹아드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 광화문 궁핍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촛불역사전'현수막이 전시중이다.

‘광화문미술행동’의 대장정이 기록된 ‘광화문미술행동 100일간의 기록’은 이 팀을 이끌어온 김준권대표와 기획자인 김진하씨가 묶어 이번전시와 함께 자료집을 내놓게 된 것이다.

오는 16일까지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그동안 진행했던 ‘차벽프로젝트’와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서 열렸던 ‘촛불역사전’ 사진 등이 전시중이다.

문의 : 나무화랑 02)722-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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