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한강', 우리 대표 상설 레퍼토리가 되어야죠"
"‘칸타타 한강', 우리 대표 상설 레퍼토리가 되어야죠"
  • 정호연 기자
  • 승인 2017.05.10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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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대에 오르는 '칸타타 한강'의 탁계석 평론가, 임준희 작곡가

2011년 12월 8일 세종문화화관대극장 초연(初演)을 앞 둔 ‘칸타타 한강’에 이변(異變)이 생겼다. 아직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이고 한창 연습을 하고 있는 때에 외환은행이 세종문화회관에 전화를 걸어와 작품을 산 것이다. 

이들은 23년동안 매년 12월, 외환은행 사은음악회를 해오면서 연말에 좋은 문화상품을 검색하다가 이 '칸타타 한강'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칸타타 한강'의 임준희 작곡가와 대본가인 탁계석 평론가를 만났다. <편집부>

▲임준희 작곡가와 탁계석 평론가

창작 작품이 초연을 앞두고 기업의 선택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탁계석 평론가(이하 탁): 초연 작품이란 게 대중에게 알리고 티켓을 팔기란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팔려고 한 것도 아닌데 기업이 먼저 사준 건 기업의 높은 안목이자 우리에겐 큰 행운이었죠. 한강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스토리, 작곡가나 공연단체의 신뢰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베토벤 교향곡 ‘제 9번 합창’ 보다 규모가 더 큰 90분 대작(大作)인 만큼 한번 무대에 올리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것이죠.

당시 공연을 본 전문가 및 애호가들의 리뷰를 보니까 작품의 열기와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임준희 작곡가(이하 임): 네, 작품을 초연하는 일은 기대 못지않게 한편에선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작곡가야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 결과가 무대에서 나타나고 최종 낙점은 관객의 몫이니까요.. 다행히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속이 확 트이는 것 같다, 우리말로 된 한강 대서사의 웅장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해주어서 보람을 느꼈지요.

이번에 다시 시립합창단 두 곳에서 올리게 되는 공연인데요, 지난해에도 공연 중 지휘자가 쓰러져 큰 뉴스가 되지 않았습니까. 지휘자들이 이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당시 세종대극장 초연 때 이 작품을 본 합창지휘자들이 많았어요. 그 때 공연의 작품성을 본 지휘자들이 무대에 계속 올리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워낙 예산이 많이 드는 경우라 쉽지 않았죠. 그러다 서울시합창단 지휘자가 된 김명엽 지휘자가 야심차게 기획하고 예산을 준비해 지난해 3월 3일 세종대극장에서 올렸는데 ,너무 열심히 하시다가 그만 과로로 쓰러진 것이죠. 이런 경우가 국내에선 거의 없었던 경우로 객석도 너무 많이 놀랐고 아쉬워했답니다.

: 솔직히 처음 겪는 무대 상황에 저도 많이 놀랐고요. 많은 분들이 수고하여 올렸는데, 이 칸타타 중간 부분의 ‘두물머리 사랑’을 직전에 두고 멈추어서 매우 안타까웠답니다. 언제 다시 올리기만을 기다렸는데 다행히 올해 안양과 춘천에서 동시에 올라가니 많은 분들에게 볼 기회가 주어져 작곡가로서도 기쁩니다.

▲'칸타타 한강' 공연 모습

우리가 문화융성의 실패로 큰 고통을 겪었죠,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할 분위기이고 강요에 의한 기업문화가 아니라 자발성이 요구되는 시대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당시 기업의 안목을 높이 평가한 리뷰를 보았습니다.

: 작품을 산 은행 측이 그간 23년 동안 고객사은음악회를 무대에 올린 축적된 노하우가 기업에 있었던 결과로 보입니다. 송년에 올릴 공연할 작품을 검색하다가 서울시합창단과 국립합창단이 참여하는 매머드 프로젝트아고 한강의 역사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것들이 우리 기업 메세나에선 중요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강요가 아닌 기업 스스로 문화 투자를 결정하고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들은 고객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티켓 매진을 시켰고 그 수익금을 다시 불우이웃돕기에 쓴 것이니 기업과 문화의 상생이 이만하면 대만족이죠..

: 새로 창작된 작품들이 실제 관객과 만나면 반응이 서양 클래식보다 더 좋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만, 아직도 연주가나 지휘자의 마인드가 창작자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애써 만든 작곡가의 작품들이 생산은 했지만 유통이나 마케팅에 막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 정체성이나 시대성, 나아가 한류로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기에 정책의 변화 못지않게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합니다.

이런 문화를 아는 기업들이 늘어나 새로운 창작 작품들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을 통해 창의적인 기업, 앞서가는 기업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간다면 희망이죠. 이미 선진 외국에선 보편화된 것이기 때문이죠.

임 작곡가님의 작품 프로필을 보니 ‘한강 서곡’역시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네 , '한강 서곡'은 2007년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로부터 위촉받아 초연한 이래 국내외에서 20회 이상의 공연을 하면서 한강이 꽤 많이 알려졌지요. 광복 70주년 때에는 통일 원정대가 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공연되기도 했답니다. 최근엔 국악 버전의 한강 서곡이 지난해부터 연주되었는데요, 서울시국악단은 자신들의 대표 레퍼토리로 삼고 매년 공연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강은 비단 서울을 대표하는 것만이 아니듯이 한국을 상징하는 세계의 강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관현악 대합창곡으로 공감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고전과 낭만 클래식을 주축으로 한 유럽의 클래식 역시 이제는 레퍼토리 식상감에 빠져들어 동양적인 것 등 새로운 메뉴를 찾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도 우리 작품들이 발레, 연극, 오페라 등에서 현지로부터 크게 환호 받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 저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 마누멘탈극장에서 한국인 임재식 지휘자의 밀레니엄합창단에서 한강 ‘서곡’과 ‘두물머리 합창’을 직접 관람하면서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답니다. 80%가 스페인 관객이었는데 이들 합창단이 정확한 한국말 딕션으로 불러 이후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우리말의 작품이 세계화될 수 있겠다며 찬사를 보내주었답니다. 이들이 오는 8월 다시 내한하여 전국 투어를 하면서도 노래를 부른다니 청중들에겐 새로운 감흥을 줄 것 같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 작곡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인가요?

임: 우선 우리 문화,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구의 발전된 양식과 기술의 융합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결합할 때 저마다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고 어느 일방적인 주장 보다 공통점을 가질 수 있다면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저의 실내악 작품의 하나인 댄싱 산조(Dancing Sanjo) 작품이 2013년 비엔나의 최대 클래식 마켓시장인 클래시컬 넥스트(Classical: Next)에서의 반응에서도 공감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 칸타타 한강의 외연 확장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요. 향후 전망은요?

: 지난해 공연 도중에 중단된 아픔을 씻고 한강이 다시 흐르게 되었는데 작품 하나가 영원히 레퍼토리로 정착되려면 엄청난 공력을 필요로 합니다. 대중가요의 히트 곡처럼 일시에 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현재도 우리가 합창 강국이고, 직업합창단이 60개가 넘고, 지금 시민합창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왠만한 시민합창단이 이 작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한강을 끼고 있는 20 여개의 도시들에게서 작품이 올라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번 공연을 하고나면 칸타타 한강을 한 프로 단체가 5개(서울시합창단 ,고양시립, 안양시립, 춘천시립, 강릉시립)가 되는 셈이니 언제라도 여건만 된다면 작품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죠. 문제는 앞서 임 작곡가께서도 지적하였듯이 우리 연주가들의 서양 레퍼토리의 경도(傾倒)가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을 통해 다시 국내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때문에 정부도 그간 K-Pop 등 대중한류에 많은 투자를 한 만큼 이젠 좀 시선(視線)을 돌려서 고급문화를 통한 국가 이미지 재고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문화 정책 당국도 스스로의 안목을 기르고 지원기관들도 대표 레퍼토리를 만드는 등의 적극성이 있어야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칸타타 한강’의 구성은 어떠합니까?

: 서양 음악과 우리 음악의 조화를 멋스럽게 그려보려고 했습니다. 다양한 편성의 합창과 판소리, 정악을 함께 담아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죠. 서양식 성악가들의 풍성하고 힘 있는 소리, 어린이합창이 표현하는 깨끗하고 고운 음색, 판소리와 정악 속에 담긴 슬픔과 한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악기편성은 서양 관현악을 기본으로 하여 대금, 해금, 피리, 태평소, 가야금, 거문고, 장구, 꽹과리 등의 국악기를 사용함으로써 한국적인 색채를 더했죠.

또한, <정선 아리랑>, <뱃노래>, <아우라지 전설>, <한강수 타령>, <두물머리 사랑>, <강강수월레>, <밀양 아리랑>, <경기 아리랑> 등 민속적인 소재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했어요, 관객 모두가 한강의 역사와 이야기, 음악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이번 두 공연은 안양시립합창단(지휘: 이상길) 이 9월 21일 안양아트센터, 춘천시립합창단(지휘:임창은)이 11월 30일 춘천문화예술회관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의 한강에서 삶과 역사의 이야기로 위안받고 즐거웠으면 합니다.

<한강 칸타타 초연 리뷰>

정철(영시번역가): 말러의 千人(천인)합창에 못지않은 환상의 작품성으로 연주중에 깊은 바다 속 深淵(심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또 드높은 險山 峻嶺(험산 준령)을 활력 넘치게 올라가는 환상에 빠져있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Vaughn Williams(본 윌리엄스)의 Sea Symphony(바다교향곡), Gustav Mahler(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8번 1000인 합창에 못지않은 dimension과 우리나라 고유의 가락과 정서에 pathos 가 충만하여, 도저히 그 감동의 와류(渦流)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 grandiose, massive 한 melody 와 rhythm, 100 여명이 넘는 오묘한 합창과 우렁찬 판소리, 청아한 정가... 칸타타로서는 대합창곡이 갖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한 구성이었습니다.

양평수(국제공연문화교류회장): 지금까지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수백회의 해외 교류음악회를 개최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작품은 우리가 해외에 가지고 나갈 한국정서의 眞品(진품)이라며 국가브랜드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750만 전 세계 우리 교포와 한류문화로 우리나라를 선망하는 나라에서 연주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들인 서양음악에 대한 답례도 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名曲(명곡)은 태어날 때부터 명곡이 아니라 완성도를 위해 지속적인 다듬음과 관객이 접할 수 있도록 공연을 확대시켜 나가면서 명작이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