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신임 대통령께 올리는 전통예술계의 제언
[김승국의 국악담론]신임 대통령께 올리는 전통예술계의 제언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05.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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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지난 해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하여 촉발된 촛불시위는 새로운 시대의 역사를 견인한 시민혁명인 ‘촛불혁명’으로 자리매김 되고, 급기야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비극적인 사태로 이어졌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으며 서민경제도 지난 IMF 사태에 버금가고 있다. 밤 9시가 넘으면 상가들은 주인의 한숨 소리만 들릴 뿐 적막하고 한산하기만 하다. 또한 청년 실업률은 위험 수위를 이미 넘어섰다.

외교·안보 상황도 심각하다. 사드체계 도입 건으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기업과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북한의 지속적인 핵도발 위협과 미국 신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발언으로 안보가 위협 받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우리나라를 배제한 체 자국 이기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 우리나라는 외교·안보·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대내외적인 비상 상황과 위기를 극복해 내야하는 임무를 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조기 대선을 통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신임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공약에서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을 첫째 공약으로 내세우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고,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또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구현해 내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12대 약속 별 주요 정책과제’를 천명하였다.

주요 정책과제는 주로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 적폐청산, 한반도 비핵화 구축, 사회복지 확대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안보와 외교, 경제 위기를 시급히 극복해 내야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는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했는데 공약집에 나타난 문화·예술 정책 과제 실천 방안을 살펴보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예술인의 문화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으며,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보편적 문화복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열겠으며, 공정한 문화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겠으며, 그리고 문화인프라를 확충하여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여 문화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모두 지당한 공약이다.

그러나 문대통령 대선후보 공약집 어디를 찾아봐도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구체적 약속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무척 아쉽다. 공약집을 뒤적거리다가 유산의 보존과 활용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부분이 눈에 띄어 혹시 전통예술의 진흥에 관한 언급인 줄 알고 주목해 보았는데 유형문화재의 보존 및 활용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전통예술, 즉 무형문화재의 보존 및 활용에 대한 언급이 없어 맥이 빠졌다.

아마도 급히 차려진 대선 캠프에서 마련된 공약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이해를 하며 꼭 반영해주기를 소망하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노무현 정권 때 신설하였다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폐과된 문화체육관광부에 전통예술과를 다시 복원해주기를 바란다. 노무현 정권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굳건히 구축하고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전통예술과를 신설하여 전통예술 진흥 정책의 사령탑의 역할을 맡게 하였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며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미명아래 전통예술과를 폐과하고 전통예술과를 기존의 공연예술과와 통합하여 공연전통예술과라는 어색한 명칭으로 운영하여 지금까지 전통예술의 진흥이 뒷전에 팽겨쳐져 있던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쪼록 새로 출범하는 정권은 전통예술과를 독립시켜 우리나라의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굳건히 구축하고 헌법 제9조의 정신구현과 전통예술의 진흥 정책을 정상화해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둘째, 문화재청이 균형 잡힌 문화재 정책을 구현해주기를 바란다. 문화재청은 우리 겨레의 삶의 예지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고 있다.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문화재는 유형의 문화적 소산인 유형문화재와 무형의 문화적 소산인 무형문화재가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의 조직구성과 예산집행의 대부분은 유형문화재에 집중되어 있다. 무형문화재를 다루는 부서는 1청장 1차장 1관 3국 4담당관 14과 2팀 조직 중 달랑 하나 문화재정책국 소속의 무형문화재과 단 하나뿐이다. 무형문화재에 투입되는 예산은 문화재청 총예산 6448억 원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불과 412억 원뿐이다.

135종목의 국가무형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는 무형문화재과에는 국악 전공 학예사가 1명도 없다. 다행히 무형문화재과를 보완해주고 있는 문화재청 산하에 국립무형유산원이 있는데 직원 중 국악 전문 학예사가 단 1명뿐이며, 이를 보완해 주기 위하여 국립국악원에서 파견된 연구관이 단 1명에 불과하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다.

셋째, 전통예술과 관련된 국립국악원 및 지방 분원, 국악방송,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립극장과 소속 예술단체, 정동극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 산하 기관 그리고 산하 학교들에 대한 기능 및 역할 분담을 재정비해주기를 바란다.

과연 이 기관들과 학교들이 그간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되어 왔는지, 혹여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기관 간 기능과 역할이 서로 중복되어 방만하게 운영된 점은 없었는지, 기관 간 협업 체계가 잘 이루어져 있는지, 인재 양성의 방향과 학교 간 차별화와 특성화가 잘 이루어져 운영되어 왔는지, 헌법 제9조에 명시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왔는지를 철저히 검토·평가하여 기능 및 역할 분담을 재정비해주기를 바란다.

넷째,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전통예술을 자원화한 전통예술산업의 진흥에 대하여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성장해온 우수한 전통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전통문화유산을 자원으로 하여 우리의 전통과 정신이 새로운 가치로 성장하고 확대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한다.

또한 가상현실(VR), 컴퓨터그래픽(CG) 등 CT 디지털기술과 융합된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드라마, 공연예술 등 콘텐츠 영역 간 유기적 연계와 협력을 기반으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발전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경제성장을 주도할 핵심적인 소프트파워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전통예술산업 진흥정책 TF 팀을 구성하여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주기를 바란다.

다섯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 국악예술가 및 전문가, 즉 국악 생산자 우선 정책에서 수요자 즉 국민 중심 우선 정책으로 전환해주기를 바란다. 수요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국악진흥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국악과 친근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초등 교육기관에서의 조기 국악교육은 필수적이며 평생교육 관점에서 일반 국민들에 대한 생활국악의 활성화는 수요기반을 탄탄하게 해주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제안들이 받아드려져 단숨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회 전반을 개혁해 나가야할 새로운 정부가 짊어져야할 일이 막중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루기만 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다. 신임 문대통령께서 전통예술계의 간절한 제안에 귀 기울여 주기를 소망해본다.